행복 담았어요! 북정마을 담장마다 '동행 우편함'이 방긋~

시민기자 김경희

발행일 2023.07.12. 09:10

수정일 2023.07.13. 09:18

조회 850

얼마 전 북정마을 담장에 앙증맞은 빨간색 우편함이 설치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동안 우편함이 없는 집이 많아 비가 오면 집 앞에 두고 간 우편물이 젖는다든가 바람에 날려 분실하는 일도 있었다. 주민들의 그런 불편함을 읽어내 ‘서울시설공단’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이름도 예쁜 ‘행복가득 동행우편함’을 달아주었다니 기쁜 소식이었다. 기자는 우편함을 볼 겸, 성북동 역사·예술 기행 도 할 겸 길을 나섰다.

늠름한 성곽을 끼고 있는 북정마을은 이색적 풍경을 자아낸다. 조선시대 궁궐에 바치는 메주 쑤는 일이 이 동네에서 이루어져 사람들이 메주를 만드느라 북적북적해서 붙여진 이름이 ‘북정마을’이다. 두부 만들 일이 없는 지금은 동네가 북적북적하기보다는 어르신들이 가꾸는 화초들이 골목마다 다복다복 피어 있다. 안온하게 시간이 고여 있는 듯한 좁은 골목에 들어서면 빨랫줄에 빨래가 펄럭이고, 색색의 꽃들을 비롯해 상추가 돋아 있고 고추와 가지가 열려 있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좁은 골목을 천천히 들어가 보면 아직 들어보지도, 책에서도 읽지 않은 서사가 꼬물거리는 것 같다. 걸음을 멈추고 귀 기울이면 웃음과 눈물이 섞인 오래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비가 자주 오는 장마철엔 공과금 고지서 등 항상 신경 쓰였다는 한 어르신은 '행복가득 동행우편함'이 설치돼 걱정이 싹 사라졌다며 좋아하신다. “어르신은 복도 많으시네요"라며 "바로 집 옆에 북악산 바람이 닿아 한여름에도 시원한 정자가 있으니까요” 했더니 “그래서 내가 평생 이 마을을 안 뜨고 지금까지 살고 있지” 하며 환하게 웃으며 옛 일화를 들려주신다.

북정마을 아래쪽 큰 도로가 예전에는 산골짜기에서 물이 콸콸 흘러내리는 빨래터였다고 한다. 어르신 열 살 무렵에 세숫대야에 빨랫감을 담아 이고 골목을 내려가 ‘심우장’ 대문 앞을 지날 때면 한용운 선생이 “아가야, 힘들 테니 들어와 쉬었다 가려무나” 하셨다고 했다.

성북동은 그 어느 곳보다 근현대사의 숨결을 느끼기에 볼거리가 넘치는 답사지다. 발길 닿는 곳마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말이 맞다 싶다. 한양도성 북쪽 성곽과 맞붙은 산동네 성북동은 어느 계절에 찾아도 풍부한 이야기와 그윽한 풍광을 안겨준다. 올여름 피서 갈 곳이 마땅치 않다면 성북동 일대를 발밤발밤 거닐어 보는 건 어떨까?
성북문화역사공원(조성 예정) 터에서 출발해 성곽 길을 올라오다 보면 성곽 아래로 다정다감하게 붙어 있는 북정마을 빛바랜 지붕들이 보인다. ⓒ김경희
성북문화역사공원(조성 예정) 터에서 출발해 성곽 길을 올라오다 보면 성곽 아래로 다정다감하게 붙어 있는 북정마을 빛바랜 지붕들이 보인다. ⓒ김경희
암문으로 들어서면 골목으로 이어진 북정마을 집들을 만난다. ⓒ김경희
암문으로 들어서면 골목으로 이어진 북정마을 집들을 만난다. ⓒ김경희
성곽으로 둘러싸인 북정마을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고 안온하다. ⓒ김경희
성곽으로 둘러싸인 북정마을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고 안온하다. ⓒ김경희
초록 식물이 자라는 골목에 빨간색 우편함이 매달려 있으니 서로 색상 대비를 이뤄 조화롭다. ⓒ김경희
초록 식물이 자라는 골목에 빨간색 우편함이 매달려 있으니 서로 색상 대비를 이뤄 조화롭다. ⓒ김경희
빨간색 우편함 ‘행복 가득 동행 우편함’이 담장에 달려 있으니 골목이 생기 있게 살아난다. ⓒ김경희
빨간색 우편함 ‘행복 가득 동행 우편함’이 담장에 달려 있으니 골목이 생기 있게 살아난다. ⓒ김경희
우편함이 없을 때에는 대문 틈새에 우편물을 꽂아 두어 장마철에 우편물이 비에 젖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염려가 사라졌다. ⓒ김경희
우편함이 없을 때에는 대문 틈새에 우편물을 꽂아 두어 장마철에 우편물이 비에 젖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염려가 사라졌다. ⓒ김경희
북정마을 골목은 사색하며 걷기에 그만이다. ‘나를 만나는 숲’ 철제 간판이 또 다른 골목을 안내한다. ⓒ김경희
북정마을 골목은 사색하며 걷기에 그만이다. ‘나를 만나는 숲’ 철제 간판이 또 다른 골목을 안내한다. ⓒ김경희
계단을 한참 밟고 올라가야 하는 꼭대기 집에도 ‘행복 가득 동행 우편함’이 달려 있다.  ⓒ김경희
계단을 한참 밟고 올라가야 하는 꼭대기 집에도 ‘행복 가득 동행 우편함’이 달려 있다. ⓒ김경희
이웃사촌처럼 다정하게 마주 보는 빨간 우편함이 북정마을 사람들의 마음 온도를 나타내는 것 같다. ⓒ김경희
이웃사촌처럼 다정하게 마주 보는 빨간 우편함이 북정마을 사람들의 마음 온도를 나타내는 것 같다. ⓒ김경희
여름철 무더위 쉼터로도 활용되는 성북동 할머니 경로당 담장에도 빨간 우편함이 설치되었다. ⓒ김경희
여름철 무더위 쉼터로도 활용되는 성북동 할머니 경로당 담장에도 빨간 우편함이 설치되었다. ⓒ김경희
우편함이 빨간 등불처럼 매달린 골목에서 나와 만해 한용운 선생의 유택 심우장 쪽으로 향하는 내리막 골목으로 방향을 잡는다. ⓒ김경희
우편함이 빨간 등불처럼 매달린 골목에서 나와 만해 한용운 선생의 유택 심우장 쪽으로 향하는 내리막 골목으로 방향을 잡는다. ⓒ김경희
김광섭 시인의 시 ‘성북동 비둘기’에서 따와 이름 붙이게 된 성북동 가로 쉼터인 ‘비둘기공원’. ‘성북동 비둘기’를 새긴 시판이 있고, 그 위로 비둘기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김경희
김광섭 시인의 시 ‘성북동 비둘기’에서 따와 이름 붙이게 된 성북동 가로 쉼터인 ‘비둘기공원’. ‘성북동 비둘기’를 새긴 시판이 있고, 그 위로 비둘기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김경희
내리막길 굴다리 밖으로 보이는 꽃 계단이 이색적이다. 꽃 그림 계단은 왠지 오를 때 덜 힘들게 느껴질 것 같다. ⓒ김경희
내리막길 굴다리 밖으로 보이는 꽃 계단이 이색적이다. 꽃 그림 계단은 왠지 오를 때 덜 힘들게 느껴질 것 같다. ⓒ김경희
‘서울시 기념물 제7호’였다가 2019년 4월 8일 ‘대한민국 사적 제550호’로 승격된 심우장. 만해 한용운 선생이 말년을 보낸 곳으로 북향 집으로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상반기 문화재청 고택 종갓집 활용 사업으로 진행되는 ‘심우 아뜰리에’ 기획 전시 모습이다. ⓒ김경희
‘서울시 기념물 제7호’였다가 2019년 4월 8일 ‘대한민국 사적 제550호’로 승격된 심우장. 만해 한용운 선생이 말년을 보낸 곳으로 북향 집으로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상반기 문화재청 고택 종갓집 활용 사업으로 진행되는 ‘심우 아뜰리에’ 기획 전시 모습이다.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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