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천 수변카페에서 엄마와 행복한 데이트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23.07.04. 10:43

수정일 2023.07.04. 15:13

조회 1,878

20대부터다. 엄마와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월미도부터 대천, 춘천, 속초와 경주, 군산, 제주도 등을 갔다. 숙소를 정하고 교통편을 알아보며 여행을 계획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엄마의 체력은 한 해 두 해 달라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집에서 혼자 지내시는 엄마가 마음에 쓰였다. 가끔 말없이 우울해 보일 때면 가까운 데라도 모시고 가야겠다 생각했다.
비가 내리는 날에도 인공폭포를 찾은 사람들 Ⓒ박은영
비가 내리는 날에도 인공폭포를 찾은 사람들 Ⓒ박은영

시민기자 취재활동을 하며 알게 된 서울의 명소 중 엄마가 좋아할 만한 장소가 떠올랐다. 도심 속에서 거대한 폭포를 구경할 수 있는 홍제천 인공폭포다. 처음 인공폭포를 접하며 감탄했던 순간을 엄마도 느낄 수 있길 바랐다. 지난 4월, 수변카페까지 생겼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보기에 좋고, 쏟아지는 물줄기로 시원해서 더 좋은 홍제천 인공폭포 수변 카페, 엄마와 함께 그 현장을 찾았다.
비가 내려 폭포 가동을 멈춘 상태의 모습 Ⓒ박은영
비가 내려 폭포 가동을 멈춘 상태의 모습 Ⓒ박은영

홍제천 수변카페로 향한 날은 아쉽게도 비 예보가 있었다. 구청을 통해 알아보니 비가 와도 폭포는 운행이 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엄마와 택시를 타고 가는 길에 쏟아지기 시작한 빗줄기는 예사롭지 않았다. 운전기사에게 홍제천 수변카페를 말하니 안다며 반가워했다. 자신의 딸이 인공폭포에 수변카페가 좋다며 한번 가자고 했단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홍제천 수변카페는 이미 핫플로 통하는구나 싶었다. 

폭포 주변에서 내려 엄마와 폭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칠 줄 모르는 비 사이를 뚫고 인공폭포 인근에 섰지만, 무심하게도 인공폭포는 가동하지 않았다. 폭포는 빗줄기가 너무 굵은 탓에 가동을 멈춘 듯 보였다. 엄마에게 근사한 풍경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카페 옥상에서 마주보는 폭포 Ⓒ박은영
카페 옥상에서 마주보는 폭포 Ⓒ박은영
수변카페 주변 어디에서든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박은영
수변카페 주변 어디에서든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박은영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수변카페로 향했다. 비가 내리는 날임에도 폭포 맞은편의 카페 주변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해 그 인기를 실감했다. 홍제천의 수변 노천카페인 '카페 폭포' 주변은 모든 곳에 테이블이 있었고, 넓고 쾌적했다. 카페를 중심으로 실내와 실외, 옥상 어디서든 앉아서 폭포를 감상할 수 있도록 벤치를 두었다. 계단 위의 옥상 역시 마찬가지다.

다행히 남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폭포 맞은편에서 준배해온 간식을 꺼내 먹으며 폭포가 가동하면 얼마나 근사한지를 설명하던 순간이다. 어디선가 환호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폭포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세찬 빗줄기에 가동을 멈췄던 폭포는 비가 그치자 다시 운행을 시작했고, 그 광경을 바로 앞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저마다 탄성을 질렀다. 실외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며 코앞의 폭포를 바라보고 있자니 유럽의 어느 노천 카페도 부럽지 않았다. 엄마는 연신 너무 좋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마치 멋진 풍경을 처음 본 어린아이 같았다. 그 모습을 보는 내 기분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카페 밖의 테이블 풍경 Ⓒ박은영
카페 밖의 테이블 풍경 Ⓒ박은영

홍제천의 인공폭포를 처음 봤을 때, 인공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폭포는 이미 그곳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도심과 어우러져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일상이 지칠 때마다 이곳을 찾고 싶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말이다. 2011년 완공된 인공폭포는 사람들에게 휴식과 힐링을 선사한다. 그 뿐만 아니다. 자연 속 산책로와 음악분수 등을 갖추고 있으며, 내부 순환 기둥에 설치된 각종 그림을 감상할 수도, 홍제천을 유영하는 물고기와 고고한 자태의 왜가리나 청둥오리도 만날 수 있다.

인공폭포 주변의 징검다리를 건너면 운치를 더하는 물레방아와 나룻배를 구경할 수도 있다. 근처의 계단을 오르면 연희 숲속 쉼터로 이어져 본격적인 숲속 산책을 할 수도 있다. 제대로 신이 난 엄마는 징검다리를 건너자고 했다. 평소 오래 걷는 것을 힘들어 하셨지만, 기분이 좋아 다리도 덜 아픈 것 같다고 했다. 엄마와 나는 징검다리를 건너 물레방아와 나룻배도 구경하며 흐뭇해 했다.
수변 카페 내부에도 사람들이 가득하다. Ⓒ박은영
수변 카페 내부에도 사람들이 가득하다. Ⓒ박은영

기존 주차장과 창고로 쓰이던 곳을 카페로 조성한 서울시의 수변카페 사업은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었다. 카페와 북카페, 계단 데크 등 어디에서도 폭포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곳곳에 벤치를 조성한 모습에 작은 배려가 느껴졌다. 쉼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카페에서 음료를 팔고 있지만, '카페 폭포'는 상업 공간이 아니다. 구청 직원이 운영하는 시민 휴식 공간으로 수익금은 청년들의 스타트업 지원사업에 쓰인다고 한다. 물론 일반 카페와 비슷한 음료를 판매하고, 실제로 맛도 좋았다. 찾는 사람은 하루 평균 300명 안팎으로, 무엇보다 꼭 음료를 주문하지 않아도 돼 더 부담없다.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홍제천 인공폭포 Ⓒ박은영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홍제천 인공폭포 Ⓒ박은영
징검다리를 건너면 연희 숲속 쉼터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온다. Ⓒ박은영
징검다리를 건너면 연희 숲속 쉼터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온다. Ⓒ박은영

홍제천의 카페 폭포는 서울시의 제1호 수변 카페다. 시민들에게 수세권을 돌려준다는 서울형 수변감성도시의 산뜻한 출발지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도시 곳곳에 흐르는 332km의 소하천과 실개천의 수변공간을 수세권으로 재편하는 ‘서울형 수변감성도시’ 선도사업 4개소 추진을 발표했다. 아울러 이 같은 ‘서울형 수변감성도시’를 시 전역으로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연말까지 '도림천, 불광천' 등 5개 하천에 각 지역의 특성을 담은 보행로, 쉼터, 놀이공간을 완성하고, 대상지를 추가 선정해 2025년까지 '수변명소' 총 30개소, 1개 자치구 당 1개소 이상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자치구 당 1개’라는 문구가 담고 있는 보편성이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 [관련 기사] 테라스·놀이터·갤러리…2025년까지 수변명소 30곳 조성
서정적인 풍경을 선사하는 물레방아와 나룻배 Ⓒ박은영
서정적인 풍경을 선사하는 물레방아와 나룻배 Ⓒ박은영

공격적인 무더위는 이미 시작됐다. 시원한 폭포 물줄기를 보며 무념무상에 잠겨 보자. 멋진 풍경 앞에 더 멋진 수변 카페가 있어 더욱 활기찬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단, 폭포를 볼 수 있는 시간대가 따로 있으니 확인이 필요하다. 6∼8월에는 오전 8시~오후 8시, 4∼10월에는 오전 9시~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또, 정오와 오후 5시부터 각 1시간 동안은 음악분수가 가동돼 시민들에게 색다른 볼거리와 시원함을 선사한다. 엄마는 폭포 주변을 걷고, 카페서 차를 마시고, 징검다리도 건넜다. 무리를 하신 탓에 다음 날 몸살을 앓았지만, 엄마의 일탈이 만들어준 색다른 추억은 언제라도 기억될 것이다.

홍제천 인공폭포 수변카페 '폭포'

○ 위치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262-24
○ 운영시간 : 화~일요일 오전 11시 ~오후 7시(월요일 휴무)

시민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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