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생태공원'에 나타나는 깜빡깜빡 불빛의 정체는?

시민기자 김민채

발행일 2023.06.23. 09:02

수정일 2023.06.26. 16:13

조회 1,774

'길동생태공원'에는 '반딧불이체험관'이 있다. Ⓒ 김민채
'길동생태공원'에는 '반딧불이체험관'이 있다. Ⓒ 김민채

한낮은 벌써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다행히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살갗에 닿는 바람이 제법 시원하다. '길동생태공원'으로 밤마실 떠나기 딱 좋은 때다. '길동생태공원'자연 생태계를 복원해 동식물과 곤충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공원으로 서울 생태공원의 시초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길동생태공원은 광장지구를 시작으로 습지지구와 저수지지구, 초지지구, 산림지구로 나뉜다. 길동생태공원은 하루 총 입장객 수를 제한하고 있어 사전예약을 통해 둘러볼 수 있다. ☞서울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길동생태공원' 키워드 검색)
'반딧불이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 Ⓒ 김민채
'반딧불이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 Ⓒ 김민채

길동생태공원에는 ‘반딧불이체험관’이 있다. 반딧불이체험관은 공원 광장지구 내에 자리하는데, 통창을 통해 공원의 아름다운 사계를 감상할 수 있고 티크 목재로 마감된 외벽은 수목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길동생태공원에는 맹꽁이·새매 등 멸종 위기종, 원앙·소쩍새 등 국가 보호종 27종, 꾀꼬리·물총새 등 서울시 보호종 23종 등 2,800여 종의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청정 환경에서 산다는 반딧불이의 인공부화에 성공한 생태공원으로, 매년 6월이 되면 애반딧불이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반딧불이축제를 운영한다. 올해는 기자도 참여해 보았다.
반딧불이의 일생을 영상으로 먼저 살펴보았다. Ⓒ 김민채
반딧불이의 일생을 영상으로 먼저 살펴보았다. Ⓒ 김민채
반딧불이 서식지로 이동 전 유의사항을 듣고 있다. Ⓒ 김민채
반딧불이 서식지로 이동 전 유의사항을 듣고 있다. Ⓒ 김민채

길동생태공원에서는 자원봉사자 '길동지기'가 활동하고 있다. '길동지기’는 '공원과 자연을 지키는 순수한 마음'이란 뜻으로, 길동지기는 시민들의 생태 관찰 프로그램 참여를 돕고 있다. 기자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길동지기와 함께 반딧불이 영상을 10분 정도 보고, 40분 정도 어둠 속을 걸으며 반딧불이를 감상하는 구성이었다.

반딧불이 체험프로그램을 미리 예약한 가족에게는 두 마리의 반딧불이를 나눠 줬는데, 받은 반딧불이는 체험이 끝난 후 서식지에서 방사한다. 반딧불이는 빛이 있는 곳에서는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반딧불이를 관찰할 때에는 휴대폰이나 손전등 같은 불빛은 모두 차단해 줘야 한다. 휴대폰 불빛도 손전등 불빛도 달빛도 없었지만, 숲 속으로 스며든 도시의 불빛으로 안전하게 걸을 수 있었다. 공기가 잘 통하는 투명한 통에 든 반딧불이를 에코백 안에 넣고 이동을 하는 동안 어두운 에코백에서 반딧불이가 빛을 내 너무도 신기했다.
가족 단위로 두 마리씩 받은 반딧불이 Ⓒ 김민채
가족 단위로 두 마리씩 받은 반딧불이 Ⓒ 김민채

광장 왼쪽 흙길로 이동하면서 나무들이 뿜어내는 자연의 향기를 몸으로 느끼며 어둠 속을 걸었는데, 어둠 속이라 어떤 식물이 자라고 있는지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구간마다 느껴지는 자연의 향기는 조금씩 달랐다. 상쾌한 향기와 살갗에 닿는 바람까지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논두렁 근처에서 개구리와 맹꽁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길동지기는 코를 막고 맹꽁이가 '맹'하면 '꽁'이라고 소리 내어 보라고 한다. 맹꽁이의 '맹'과 체험객들의 '꽁'이 합쳐져 '맹~꽁 맹~꽁 맹~꽁' 박자가 딱 맞아 자연의 합창이 이루어졌다. 듣는 소리가 재미있으면서 자연과 소통하는 행복함은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개구리가 샘이 났는지 개구리의 합창 소리도 우렁차게 들린다. 6월 여름밤 색다른 경험에 행복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어성초 하얀 꽃이 핀 곳에서 길동지기는 입술을 포개어 '팝팝팝' 소리를 내어 보라고 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10명의 체험객들은 입술을 포개어 팝팝팝 소리를 내본다 그 순간 "어머나!" 어성초 하얀 꽃 속에서 반딧불이가 발광을 한다. '나 여기 있어요 나도 있답니다' 자신이 있는 곳을 알리듯 어성초 꽃 사이사이에서 반딧불이들이 빛을 뿜어내고 있다. 더욱 신이 나 입술을 포개 팝팝팝 소리를 내본다. 

반딧불이의 짝짓기를 방해하는 것 같아 미안함 마음에 발길을 돌렸지만 이동하는 곳곳에서 반딧불이들이 사람들을 반긴다. 어린 시절  10살 때쯤 반딧불이를 본 경험이 있는데, 그때와 지금의 느낌이 또 다르다. 하늘을 나는 행복한 기분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진정 하늘을 날고 있는 기분이다. 
반딧불이와의 만남 포토존 Ⓒ 김민채
반딧불이와의 만남 포토존 Ⓒ 김민채

반딧불이 서식지에 도착했다. 또 한 번 입술을 포개어 소리내 반딧불이를 불러본다. 반딧불이 서식지는 꽤 넓은 편인데 어느 순간 반딧불이 한 마리가 손까지 날아와 손가락을 스치며 날아가는데 행운이 온 듯 행복했다. 

길동지기의 도움을 받아 서식지 안쪽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해 각자 받았던 반딧불이를 방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손바닥에 살며시 내려놓았고 반딧불이가 날아갈 수 있게 손바닥을 펼쳐 주었다. 한 마리는 금방 자연의 품으로 날아갔고, 한 마리는 손가락 끝으로 조금씩 이동하더니 살포시 날아갔다. 가슴이 뭉클했다. 방사한 반딧불이와 서식지에 살고 있는 반딧불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이었다. 바닥에서 쉬고 있는 반딧불이가 있어 입술을 포개어 팝팝팝 소리를 내어 보고 손으로 살포시 바람도 만들어 주니 곧 날아간다.
반딧불이가 발광하고 있다 . Ⓒ 김민채
반딧불이가 발광하고 있다 . Ⓒ 김민채

"아무리 우겨 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 걸." 노랫말에서 접했던 개똥벌레가 신비로운 애반딧불이와 같은 생명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크게 세 종류의 반딧불이가 출현하는데 애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늦반딧불이다. 이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환경지표곤충'이다. 길동생태공원에서 본 반딧불이는 '애반딧불이'인데,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저녁 9시 이후에서 4시간 정도 출현한다.

길동생태공원은 2010년부터 반딧불이 자연 서식지를 조성하여 2011년 7,000마리를 방사 한 후 매년 5,000여 마리가 관찰되고 있다. 반딧불이는 재래식 논이나 연못과 같이 물이 고여 있는 곳, 오염되지 않은 물에서만 서식하는 곤충이다. 길동생태공원이 반딧불이의 서식 환경으로 딱 맞아 떨어진다.
자전거를 타면 포토존에 반딧불이처럼 빛이 들어온다. Ⓒ 김민채
자전거를 타면 포토존에 반딧불이처럼 빛이 들어온다. Ⓒ 김민채

주말 나들이로 전철 타고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면 강동구 길동생태공원을 추천하고 싶다.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도 꾸며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반딧불이 소원지에 건강하게 자라 내년에 또 보자는 소원을 적어 보았다. Ⓒ 김민채
반딧불이 소원지에 건강하게 자라 내년에 또 보자는 소원을 적어 보았다. Ⓒ 김민채

길동생태공원

○ 위치 :서울 강동구 천호대로 1291
○ 운영시간 : 화~일요일 09: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 16시 입장 마감)
○ 이용인원 : 공원입장예약 시간대별로 회당 30~60명 이내
○ 입장예약 : ☞서울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길동생태공원' 키워드 검색)
서울의공원 누리집
○ 문의: 길동생태공원 02-472-2770, 다산 콜센터 02-120

시민기자 김민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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