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이 쌓인 역사와 문화 사이로…신촌 도보여행

시민기자 김수정

발행일 2023.05.19. 10:55

수정일 2023.05.19. 19:02

조회 1,551

신촌역 앞 문학의 거리 ⓒ김수정
신촌역 앞 문학의 거리 ⓒ김수정

원조 젊음의 거리인 신촌. ‘신촌(新村)’이란 지명은 ‘새로 생긴 마을’이라는 뜻의 ‘새터말’이라 부르던 것을 한자어로 표기한 것이다. '새터말'은 조선 건국 당시 풍수지리가 하륜이 새로운 수도로 삼자고 주장하면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1970~90년대에는 청년문화의 중심지로 최전성기를 누렸다. 인근의 홍대와 이태원 등이 급부상하면서 지금은 그 명성이 줄었지만, 최근 수년간의 지속적인 개발로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활기를 느낄 수 있다. 지하철 신촌역부터 연세대학교까지 이어지는 길로 해설사와 함께 도보여행을 떠났다.
도보에는 문인들의  핸드프린팅 명판이 설치되어 있다. 길 위에 놓인 '달려라 피아노'에서는 원하는 누구나 피아노를 칠 수 있다. ⓒ김수정
도보에는 문인들의 핸드프린팅 명판이 설치되어 있다. 길 위에 놓인 '달려라 피아노'에서는 원하는 누구나 피아노를 칠 수 있다. ⓒ김수정

해설사를 만난 장소는 홍익문고 앞. 신촌역 3번 출구로 올라오면 바로 보이는 곳에 있어 만남의 장소로 애용되는 곳이다. 재개발로 철거 위기가 있었으나 지역주민과 연세대 동문 및 재학생들의 반대 탄원운동으로 철회되었다. 그 이후 서울시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홍익문고 바로 앞은 문학의 거리로 조성하여 윤동주, 최인호, 이어령 등 국내 작가들의 핸드프린팅 명판을 설치했다. 길 중간에 있는 ‘달려라 피아노’에 한 청년이 앉아 연주를 시작하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빨간 이층 버스가 시선을 사로잡는 '신촌 플레이버스' ⓒ김수정
빨간 이층 버스가 시선을 사로잡는 '신촌 플레이버스' ⓒ김수정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광장에는 현란한 춤을 추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빨간 이층 버스가 보인다. 과거 예술인이 모여 연주하고, 노래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던 음악다방 분위기를 연출한 ‘신촌 플레이버스’다. 추억이 깃든 LP판부터 최신 인디밴드 음악까지 감상할 수 있고, VR 체험과 즉석 사진도 찍으며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이용료는 무료다.
가수 김현식 조형물 ⓒ김수정
가수 김현식 조형물 ⓒ김수정

창천문화공원으로 들어서니 김현식 조형물이 있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언더그라운드 가수로 신촌을 주 무대로 활동했다. 서른셋의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노래는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가을에는 이 일대에서 김현식 가요제가 진행된다고 한다. 김현식 조형물 뒤로 고래 모양의 이색적인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신촌 파랑고래로 공연장, 세미나실, 커뮤니티라운지, 연습실 등이 있어 청년 문화예술 활동가들의 허브로 운영되는 곳이라고 한다.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 등 최고의 뮤지션들이 종종 공연을 다녔던 록카페, 우드스탁 ⓒ김수정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 등 최고의 뮤지션들이 종종 공연을 다녔던 록카페, 우드스탁 ⓒ김수정

가게들이 들어서 있는 좁은 골목길에서 만난 것은, 우드스탁.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 등 최고의 뮤지션들이 종종 공연을 다녔던 록카페라고 한다.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등장하기도 했단다. 30년 이상을 유지하며 지금까지 음악을 매개로 사람들이 모이는 바이다. 큰 길로 나오니 독수리다방이 반긴다. 1971년에 개업한 커피숍으로 2005년 폐업 후 8년 만에 재개업하면서 중장년 이상의 분들에게는 추억을, 청년들에게는 레트로 감성을 체험케 한다.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한열 열사의 피격 현장 ⓒ김수정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한열 열사의 피격 현장 ⓒ김수정

연세대학교 정문으로 향했다. 정문 앞에는 이한열 피격 현장이 표시되어 있다. 1987년 6월 9일 오후 5시, 당시 연세대 2학년이었던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장소다. 그 사건으로 인해 6월 민주항쟁의 불꽃이 피어오르게 된다. 교내에는 추모비가 세워진 이한열 동산도 조성하여,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기게 한다. 
연희궁터, 서잠실터 ⓒ김수정
연희궁터, 서잠실터 ⓒ김수정

연세대학교가 위치한 곳은 조선시대 연희궁터이자 서잠실터였다. 연희궁은 조선 초기에 지은 이궁의 하나로 1420년 세종이 태종을 위해 고쳐 지었으며, 자신도 이곳에 잠시 머물렀다 한다. 또한, 이 궁에 ‘국립양잠소’격인 ‘잠실도회’를 설치하였고, 이후 세조는 ‘서잠실’이라 불렀다. 1505년에는 연산군이 이를 개축하여 연회장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사도세자의 어머니 영빈 이씨의 원묘였던 수경원터  ⓒ김수정
조선시대 사도세자의 어머니 영빈 이씨의 원묘였던 수경원터 ⓒ김수정

이한열 동산 인근에는 돌담으로 둘러싸인 기와지붕의 한옥이 있다. 대문으로 들어서면 먼저 보이는 것은 정자각이다. 왕릉의 중심 건물로 이곳은 예전 수경원이 있던 자리다. 조선왕조 제21대 영조의 후궁이자 사도세자의 어머니 영빈 이씨의 원묘였다. 1969년 수경원은 경기도 고양시의 서오릉 터로 옮기고 봉분이 있던 자리에는 연세대학교회를 세웠다. 정자각 안에는 묘에서 출토된 영빈이씨명기석함과 영빈이씨묘지석함이 전시되어 있다.
1885년 4월 10일에 개원된 우리 나라 최초의 현대식 병원, 광혜원을 복원한 건물 ⓒ김수정
1885년 4월 10일에 개원된 우리 나라 최초의 현대식 병원, 광혜원을 복원한 건물 ⓒ김수정

정자각 옆에 나란히 있는 목조한옥은 광혜원을 실제 크기로 복원한 것이다. 광혜원은 1885년 4월 10일에 개원된 우리 나라 최초의 현대식 병원이다. 미국인 선교사 호러스 알렌이 고종에게 건의하여 세웠다. 문을 연 지 13일 만에 제중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1904년에 미국의 사업가 세브란스의 기부금으로 새롭게 병원을 만들었고 광복 이후 선교사 언더우드가 설립한 연희대학교와 통합되면서 지금의 연세대학교가 되었다.
언더우드 동상과 근대건축물 ⓒ김수정
언더우드 동상과 근대건축물 ⓒ김수정

연세대학교 캠퍼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근대식 석조건물이다. 연세대 전신인 연희전문학교를 설립한 언더우드 동상 뒤로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이 언더우드관이다. 양옆으로는 캠퍼스 내 최초로 세워진 석조 건물로 건립기부금을 낸 찰스 스팀슨의 이름을 딴 ‘스팀슨관’과 최초의 서양식 학교인 배재학당을 설립한 아펜젤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아펜젤러관’이 있다.
과거 연희전문학교 시절 기숙사로 쓰였던 핀슨관은 현재 윤동주기념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수정
과거 연희전문학교 시절 기숙사로 쓰였던 핀슨관은 현재 윤동주기념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수정

그 옆으로 낮은 언덕 위를 오르면 과거 연희전문학교 시절 기숙사로 쓰였던 핀슨관이 있다. 1938년 입학한 윤동주가 2년 동안 머물렀던 곳으로 현재는 윤동주기념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감수성 가득한 문체로 저항시를 써 내려간 윤동주에 대한 이야기를 끝으로 해설사와 함께한 도보탐방은 마무리가 되었다.
역사적 흔적과 문화예술 분위기가 가득한 신촌거리 ⓒ김수정
역사적 흔적과 문화예술 분위기가 가득한 신촌거리 ⓒ김수정

신촌은 여전히 문화예술의 분위기가 가득했고, 수많은 젊은이가 오고 가고 있었다. 거기다 곳곳에 역사적인 흔적이 남아있다. 굳이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도, 코스를 따라 하나하나 짚어보지 않아도, 발길 닿는 곳으로 걷기만 해도 신촌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23 서대문 도보여행 '신촌과 청년'

○ 일시 : 2월 1일~11월 30일,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 소요 시간 : 2시간
○ 대상 : 초등학생 이상(미취학 아동 참여 불가)
○ 참가비 : 무료
○ 예약 :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 문의 : 서대문구청 문화체육과 문화관광팀 02-330-1809

시민기자 김수정

가볍게 여행 온 듯 서울의 아름다운 모습과 즐걸거리 등을 찾아서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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