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에도 '만원의 행복' 가능한 곳 어디?

시민기자 김종성

발행일 2023.03.30. 11:19

수정일 2023.03.30. 17:18

조회 2,790

별의별 물건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동묘벼룩시장’ ⓒ김종성
별의별 물건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동묘벼룩시장’ ⓒ김종성

자고 일어나면 먹거리·입을거리에 전기·가스 등 에너지 가격까지 정신없이 오르는 고물가 시대, 어느 때보다 알뜰소비가 필요한 요즘이다. 고물가 시대를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마트나 편의점보다 가격이 저렴한 동네 시장 이용하기가 아닐까 싶다. 서울에 있는 많은 시장 가운데 지갑이 가벼워진 시민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시장이 있는데 바로 ‘동묘벼룩시장’‘서울풍물시장’이다.

볼거리 풍성하고 물건 값도 저렴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최근엔 지하철이 연결된 수도권 시민들까지 몰려들고 있다. 장터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마침내 두 개의 시장이 하나의 큰 시장처럼 장터 골목길로 이어지게 됐다. 구제 의류에서 잡화, 식료품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격 덕택이다. 장터를 사랑한 어느 작가의 말대로 돈이 없고 친구가 없고 연인이 없을 때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일은 이곳 시장 골목을 걷는 것이다.
구제 의류의 천국 동묘벼룩시장 ⓒ김종성
구제 의류의 천국 동묘벼룩시장 ⓒ김종성
시장 골목마다 들어선 노점과 상점 ⓒ김종성
시장 골목마다 들어선 노점과 상점 ⓒ김종성

지하철 1호선과 6호선이 오가는 동묘앞역에 내리면 바로 앞이 동묘벼룩시장이다. 주말과 휴일에는 자전거가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많은 전통시장들이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편의점에 밀려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이곳만은 예외다. 십 년 후에, 혹은 이십 년 후에 오더라도 별로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곳이다.

동묘벼룩시장이 인근 광장시장, 동대문시장 등과 다른 것은 다양한 모습의 골목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수백 곳의 노점과 가게들로 빼곡한 골목마다 별의별 물건이 많아 한 눈 파는 일마저 즐겁다. 요즘엔 주말·휴일과 평일을 가리지 않는다. 중국 관우장군의 사당인 동묘를 중심으로 상가 앞과 도로·인도 옆, 골목길 등에 입을거리, 쓸거리, 먹거리를 가지고 가게와 노점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가성비 최고의 동묘벼룩시장 ⓒ김종성
가성비 최고의 동묘벼룩시장 ⓒ김종성
각종 식료품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김종성
각종 식료품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김종성

초유의 고물가 시대에도 이곳 동묘벼룩시장에선 의류나 신발, 잡화 모두 1만 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구제 또는 빈티지라 불리는 중고 상품에서 할인에 할인을 거쳐 흘러 들어온 새 상품을 파는 번듯한 가게도 있다. 의류상점 가운데에는 개수가 아니라 저울로 무게를 잰 기준으로 판매 가격을 정하는 재밌는 가게도 있어 ‘만원의 행복’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식료품은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은 상품을 가져와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밀키트, 소스, 과자, 맥주 등 없는 게 없는 데다 가격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일반 시민 외에 가게나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들도 찾아온다니 그럴 만하다.  

검은 빛깔이 나 신기한 기분이 드는 흑맥주를 구입했다. 맥아를 한 번 로스트한 뒤 맥주를 만들면 검은 빛깔이 나는데 그때 향이 가미되어 특별한 맛이 난다. 도수가 높은 것은 아니므로 큰 부담이 없다.
시장 골목 곳곳에 있는 맛집과 카페 ⓒ김종성
시장 골목 곳곳에 있는 맛집과 카페 ⓒ김종성
이발비가 5,000원인 서울풍물시장 미용실 ⓒ김종성
이발비가 5,000원인 서울풍물시장 미용실 ⓒ김종성

시장 골목 곳곳에 있는 길거리 분식집과 카페에서 파는 샌드위치나 커피가격도 1,000원에서 1,500원이면 맛볼 수 있어 부담이 없다. 시장을 다니다 보면 순대, 오뎅, 족발, 호떡 등이 없는 시장은 없었다. 동묘벼룩시장은 하나 더 추가다. 시장에 동태찌개 골목이 있다. 6,000원이면 큰 솥에서 끓여낸 푸짐한 동태찌개 한 상이 나온다. 식당 대기 줄을 싫어하는 중장년 아저씨들도 얌전히 줄을 서서 기다린다.

서울풍물시장 안에 있는 식당가에서도 6,000원에 각종 찌개와 비빔밥 등을 먹을 수 있다.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같이 하게 된 어느 중년부부는 경기도 가평에서 전철을 갈아타며 장터 구경을 왔단다. 부부는 모든 것이 편리한 아파트에 사는데, 팍팍하고 메마른 아파트 생활에 도무지 정이 안 갈 때 동묘벼룩시장에 종종 찾아온다고. 서울풍물시장 상가 2층에 가면 5,000원에 머리를 깎을 수 있는 미용실이 있다는 팁도 알려주셨다.
동묘시장과 서울풍물시장을 잇는 750m 골목장터에 온갖 상품들이 널려 있다. ⓒ김종성
동묘시장과 서울풍물시장을 잇는 750m 골목장터에 온갖 상품들이 널려 있다. ⓒ김종성
 각종 군복과 제품을 파는 상점의 ‘밀덕(밀리터리 덕후)’ 사장님도 만났다. ⓒ김종성
각종 군복과 제품을 파는 상점의 ‘밀덕(밀리터리 덕후)’ 사장님도 만났다. ⓒ김종성

동묘에서 골목을 따라 750m 정도 직진하면 서울풍물시장이 나온다. 두 곳의 시장이 소통하듯 이어지는 골목 또한 양옆으로 제품이 빼곡히 널려 있다. 온갖 것이 길가에 난장을 이루고 있다. 바르기만 하면 요통이 낫는다는 크림 장수, 떠듬거리는 한국말로 상인들과 거래를 하는 중앙아시아에서 온 이주민 청년들, 국적이 불분명한 군복을 멋들어지게 차려 입고 군용 의류와 제품을 파는 ‘밀덕(밀리터리 덕후)’ 아저씨··· 사람들의 면면이 흡사 소설 속 인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묘벼룩시장과 서울풍물시장은 이제 ‘K-키치’를 대표하지 싶다. 키치(Kitsch)란 잡다하고 조악한 것들이 혼재됨 혹은 B급 정서를 표방하는 문화나 예술을 뜻한다. K-컬쳐, K-축제, K-문학 등 화려한 K의 세계에서 당당히 B급 정서를 표방하는 곳이다. 이곳만의 독특한 매력 때문일까 장터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흔히 보인다. 시끌벅적한 인파 속에 영어, 태국어, 프랑스말까지 들려와 장터의 북적임에 한몫을 더한다. SNS에 유행하는 핫플레이스나 유명관광지의 볼거리와는 또 다른 색다른 발견이자 추억의 공간임을 관광객들도 아는가 보다.

동묘벼룩시장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숭인동 102-8
○ 교통 : 지하철 동묘앞역 3번 출구에서 62m

서울풍물시장

○ 위치 : 서울시 동대문구 천호대로4길 21 서울풍물시장
○ 교통 : 지하철 신설동역 9번 출구에서 199m
○ 운영일시 : 매일 10:00~19:00(상점), 10:00~22:00(식당), 화요일 휴무
서울풍물시장 누리집
○ 문의 : 02-2232-3367

시민기자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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