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골한옥마을에서 펼쳐지는 예술세계 '한옥닮다'

시민기자 이상돈

발행일 2022.11.28. 09:40

수정일 2022.11.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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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골한옥마을 한옥 정문에 쓰여 있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남산골한옥마을 한옥 정문에 쓰여 있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이상돈

오가는 차량과 인파로 분주한 충무로역 3번 출구를 나와 도심 속 전통문화공간 ‘남산골한옥마을’에 들어선다. 소나무 기둥이 든든하게 받치고 참나무 서까래가 지탱하는 일주문을 지나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피톤치드 그윽한 향내와 고요함과 정숙함이 어우러진 정경이다. 아스팔트 길을 걸을 때 마냥 빨라졌던 걸음새가 분위기를 파악하고 흠칫 관성을 죽이며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찾는다.
남산골한옥마을로 들어서는 정문
남산골한옥마을로 들어서는 정문 ⓒ이상돈
정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남산타워 모습
정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남산타워 ⓒ이상돈
<한옥담닮> 전시를 알리는 게시판
<한옥담닮> 전시를 알리는 게시판 ⓒ이상돈

서울시는 11월 22일부터 12월 25일까지 약 한 달 간 남산골한옥마을 내 '관훈동 민씨(閔氏)가옥'과 '옥인동 윤씨(尹氏)가옥'에서 전시 <한옥담닮 : 한옥, 기다림을 닮다>를 연다. <한옥담닮>은 ‘자연을 담고, 자연을 닮은 한옥’이라는 의미를 두고 그림, 조형물,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기다림’이라는 주제를 ‘봄을 기다리는 고요한 겨울 속 한옥’에 접목해 3명의 작가가 독창적인 예술성을 갖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봄을 기다리는 고요한 겨울처럼 ‘다사다난한 올 한 해의 격랑도 차분히 기다리면 희망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 본다. 기다림의 시간으로 만들어진 맑고 단단한 유리, 도자 공예와 함께 ‘꿈과 이상향에 대한 기다림’을 표현한 한국화를 만나러 한옥의 대문을 지난다.
관훈동 민씨 가옥에서 유리공예작가 김헌철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관훈동 민씨 가옥에서 유리공예작가 김헌철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상돈
방 안에 전시된 김헌철 작가의 작품들
방 안에 전시된 김헌철 작가의 작품들 ⓒ이상돈

유리공예가 김헌철 “소통은 공감에서 출발한다”

관훈동 민씨(閔氏) 가옥 안채에는 웅장하고 정교한 유리공예가 빛의 움직임을 통해 한옥이라는 전통적인 공간과는 대비되는 현대적 이미지를 갖고 지금껏 보지 못한 색다른 창조물로 다가온다. 관객과 소통하며 다양한 방식의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노력하는 유리공예가 김헌철 작가는 대형 샹들리에 작품과 오브제(물체)의 공간 구성을 통해 특별한 공감을 선보인다. 모든 '숨'에는 강약과 길이가 존재하듯, 본인의 숨을 통한 다양한 접근법을 연구하면서 그는 설치, 오브제(물체), 소품 등 분야에 구분을 짓지 않은 채 자신만의 소통 방법을 확장해 전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관훈동 민씨 가옥 내에 전시된 강민성 작가의 작품들
관훈동 민씨 가옥 내에 전시된 강민성 작가의 작품들 ⓒ이상돈
가옥 안채에 강민성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가옥 안채에 강민성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상돈

도예가 강민성 “공간은 우리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

관훈동 민씨 가옥 안채 및 사랑채에는 흙, 유리, 금속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표현된 달항아리 등 도자 공예가 전시되어 있다. 과거와 현재가 함께 숨 쉬는 모습을 보여주며 다양한 감정과 사고를 느낄 수 있게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정서를 순백의 미에 담아내었다. 흉내 낼 수 없는 달항아리의 색과 질감을 통해 공간 속에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추구하는 작가의 미감을 알 수 있었다.
옥인동 윤씨 가옥에 전시된 임보영 작가의 작품들
옥인동 윤씨 가옥에 전시된 임보영 작가의 작품들 ⓒ이상돈
윤씨 가옥 안채에는 임보영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윤씨 가옥 안채에는 임보영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상돈

한국화가 임보영, 동양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상향 표현

옥인동 윤씨(尹氏) 가옥에는 임보영 작가의 한국화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작가는 전시물 관람을 통해 관람객들이 잠시나마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고즈넉한 한옥 속에서 치유 받는 시간을 선물하고자 그림 속에 아름다운 이상향의 세계를 담았다고 한다. 우리가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과 나무, 동물, 손때가 묻은 평범한 물체들을 화려한 화면 안에 표현하며 예술로 승화시킨다. 

“작업을 할 때면 낙원 속 풍경의 낮과 밤을 탐험하는 탐험가가 된다. 때로는 지치고 피곤한 일상에서도 이상향의 세계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뿐 우리 주변에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숨겨진 숲, 망각의 풍경, 여기, 그리고 어딘가에 있다.” 전시를 보는 내내 임보영 작가의 말이 귓전에 맴돈다.
서울천년타임캡술
서울천년타임캡술 ⓒ이상돈

서울 정도 600주년 기념 '서울천년타임캡술'

<한옥담닮>의 아름다운 정취를 닮은 작품들 속에서 나의 문화 감성을 일깨운 후 예전에는 청량한 계곡이 있어 이름난 풍류의 장소였던 남산골한옥마을을 거닐어본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크게 훼손되었던 자연 지형을 목멱산(남산)에 전통 수목을 심고 계곡도 만들고 시내에 흩어졌던 민속문화재 한옥 다섯 채도 이전 복원한 곳이다. 

서울시는 한옥의 공간적 가치 추구는 물론 전통 놀이, 전통 무용, 전통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서울을 도읍으로 정한 정도(定都) 600년을 맞았던 1994년에 서울의 모습과 시민들의 생활을 대표하는 문물 600점을 보신각종 모양의 캡슐에 담은 ‘서울천년타임캡슐’을 이곳에 매장하였다. 캡슐은 정도 1,000년이 되는 2394년 11월 29일에 개봉될 예정이다.

남산골한옥마을은 복잡한 도심 속에서 고즈넉한 휴식과 마음의 편안함을 주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보물 같은 장소이다. 잠시 세상 시름을 잊고, 과거와 현재가 함께 숨 쉬는 ‘한옥’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예술의 세계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느껴보자.

남산골한옥마을

○ 주소 : 서울시 중구 퇴계로 34길 28
○ 교통 :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 3, 4번 출구
○ 관람시간 : 09:00~20:00 (※ <한옥담닮> 전시 기간 : 11월 22일~12월 25일)
○ 입장료: 무료
홈페이지
○ 문의 : 02-2266-6924

시민기자 이상돈

서울 토박이로 '우리 서울'을 열렬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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