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바람, 천 개의 돌이 어우러진 여기...잠시 걱정을 내려놓다
발행일 2022.10.24. 10:22
우리옛돌박물관 Ⓒ김수정
성북동의 끝자락, 북악산과 한양도성 사이에 특별한 박물관이 있다. 국내외로 흩어져 있던 한국석조유물을 한자리에 모아 건립한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석조전문박물관인 '우리옛돌박물관'이다. 전체 부지면적 5,500평과 건물 연면적 1,000평 규모의 공간에 석조유물 1,250점, 자수작품 280여 점, 근현대회화 1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환수유물관, 동자관, 벅수관, 자수관, 기획전시관, 야외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며, 자연과 어우러지고 있다.
우리옛돌박물관 입구, 커다란 석호가 맞이해준다. Ⓒ김수정
기온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요즘, 다행히도 내가 방문했던 날은 높고 파란 하늘을 보이는 따뜻한 가을 날씨였다. 실내전시관을 둘러보기 전, 야외전시관부터 둘러보았다. 박물관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야외전시관은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석호가 맞이한다. 민화에 나오는 호랑이의 형상으로 힘과 위엄, 생명력을 상징하는 조선시대 유물이다.
능묘를 수호하는 문인석이 줄지어 서 있는 문인의 길 Ⓒ김수정
석호 뒤로는 문인석이 줄지어 서 있다. 문인의 길이다. 문인석은 무덤 앞에 배치하는 석물의 하나로 장군석, 석수와 함께 능묘를 수호하는 조각이다. 공복차림의 문관의 형상으로 머리에는 복두나 금량관을 쓰고 손에는 홀을 들고 있다. 능묘 주위에 문인석을 배치하는 풍습은 중국의 전한대부터 시작되었다. 통일신라시대에 당나라의 영향으로 능묘제도가 정비된 이후 조선시대까지 이어진다. 문인석은 당시의 조각양식을 보여주고 우리나라 능묘제도의 변천을 알게 해주는 중요한 자료다.
합격으로 통한다는 승승장구길 Ⓒ김수정
야외전시관에는 보자마자 걷고 싶어지는 길이 있다. 합격으로 통한다는 승승장구길이다. 중국 황하강의 용문이라는 협곡에는 잉어들이 센 물살을 거슬러 뛰어올라 용이 되어 승천한다는 등용문전설이 있다. 등용문은 입신출세의 관문을 뜻하는데, 현대에는 승진이나 출세, 합격의 의미로 쓰인다. 합격의 기운을 받으며 승승장구길을 올랐다.
거대한 미륵불 Ⓒ김수정
야외 정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대한 미륵불이다. 석가모니의 입적 후 인간의 햇수로 56억 년이 지나 이 세상에 내려와 모든 중생들을 구제한다는 예언 속의 부처님을 형상화 한 것이다. 미륵불을 섬기는 미륵신앙은 삼국시대 이래로 왕실에서 민간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전승되었다. 민중들은 미래불인 미륵이 현 세상으로 와 자신들을 구제하여 줄 것을 바라며 미륵불을 곳곳에 만들어 세웠다.
무인시대 Ⓒ김수정
문인의 길이 있다면, 무인시대도 있다. 장군석을 모아둔 곳으로, 장군석은 능묘를 수호하기 위한 석인상이다. 주로 왕릉이나 사대부묘에 배치되었다. 갑옷을 입고 장군의 상징인 칼을 차거나 쥐고 근엄하고 당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칼자루와 갑옷의 양어깨에 새겨진 도깨비 형상의 귀면 문양은 악귀를 물리치는 벽사와 전쟁에 나간 장군을 보호해주는 수호의 의미다.
제주에서 온 석조유물도 볼 수 있다. Ⓒ김수정
제주에서 온 석조유물을 모아 둔 곳도 있다. 섬이라는 지리적 여건으로 독자적이고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켜온 제주도의 동자석은 육지의 동자석과는 다른 모습이다. 현무암이나 석회암을 재료로 한 제주 동자석은 대표적 지물인 연꽃을 들고 있거나 제기차기를 하는 등 다양한 형태를 보인다. 투박하고 서민적인 표현방식으로 제주 고유의 정서를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오감만족 Ⓒ김수정
야외전시관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인 오감만족에선 뒤로는 북악산이, 앞으로는 성북동이 내려다 보인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나무에 매달아 놓은 종이 은은한 소리를 낸다. 바위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으려니 사사로운 근심들이 사라지는 듯하다.
기우제단 Ⓒ김수정
오르막으로 된 야외전시관은 박물관 건물의 각 층과 연결되어 있다. 건물의 옥상에는 기우제단이 세워져 있다. 기우제를 지내기 위해 의례를 행하던 것으로, 농경 사회에서 용은 물의 신으로서 비를 관장한다고 여겨졌기에 기다란 기둥에 용이 조각되어 있다. 옥상에서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보는 것도 상쾌하다.
레드인라이트 Ⓒ김수정
옥상에서 1층까지 건물 밖으로 길이 이어져 있다. 무병장수의 길로, 길게 이어진 길을 걸으면서 양옆으로 전시된 석물들을 감상하며 내려갔다. 무병장수의 길은 각 층으로 연결되어 있어 차례로 내려가면서 전시실을 둘러보았다. 3층은 기획전시관으로 근현대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로비에 있는 권용래 작가의 작품 <레드 인 라이트>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캔버스에 스테인리스 스틸을 꽂아 각기 다른 양의 붉은 색으로 색칠하여 빛에 비치는 그림자의 형태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동자관 Ⓒ김수정
2층에는 동자관과 벅수관이 나란히 있다. 동자석은 16세기부터 18세기 중반까지 서울과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왕실가족과 사대부 묘역에 조성된 석물이다. 쌍상투를 틀고 천의를 입고 지물을 들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공손히 시립하여 엄숙한 묘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다. 초기에는 불교 동자상과 같은 장식적인 표현이 두드러지며 생동감이 강조된 모습이었으나, 서서히 단정한 모습의 유교적 시동상의 모습으로 형태가 변화된다. 17세기 이후로는 점차 문인석과 혼합되어 동자석 고유의 특징이 사라진다.
벅수관 Ⓒ김수정
벅수는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장승을 부르는 명칭으로 순우리말이다. 장승은 나무로 만든 것과 돌로 만든 것이 있는데, 전시실에는 돌장승만 전시되어 있다. 사람의 얼굴을 한 장승을 마을 입구에 세워두면 전염병을 가져오는 역신이나 잡귀들이 겁을 먹고 마을로 들어오지 못한다고 믿었으며, 재화를 막고 복을 가져다주는 신비스러운 힘이 있다고 여겨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소원을 정성스레 빌었다. 벅수는 전문적인 장인이 아닌 마을 주민이 제작한 것으로 주민들 공동의 요구에 따라 그때그때 만들어졌다. 민초들의 삶과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석조물이며, 그들의 희로애락이 그대로 드러난 천진한 표정, 해학적 표현 등이 특징이다.
자수관 Ⓒ김수정
2층의 자수관은 카페로도 사용되고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다. 자수는 엄격한 유교문화 속에서 여인들의 미적 감흥과 꿈을 표현하는 유일한 세계이자 자신의 마음을 섬세하고 자유롭게 표현한 예술이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옷과 장신구 등의 생활용품과 의례용품에 수복강녕을 기원하는 길상문양을 넣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왕실과 사대부는 물론 일반서민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애용된 자수는 한국 여인들의 삶의 기록이자 규방문화의 결정체이다.
환수유물관 Ⓒ김수정
마지막 1층으로 내려가면, 환수유물관이 있다. 천 년간 한결같이 능묘를 지켜온 문인석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다수가 일본으로 밀반출되었다. 이것을 안타깝게 여긴 천신일 회장이 해외로 흩어진 문화재를 환수하면서 우리옛돌박물관이 탄생하게 된다. 환수유물관에는 환수유물 70점 중 문인석 47점을 전시하고 있다. 어둡고 경건한 전시관의 분위기는 문인석의 웅장함을 돋보이게 한다.
석조 조각품 Ⓒ김수정
우리옛돌박물관의 입장료는 7,000원이다. 그러나 1만 원으로 연회원에 가입하면, 1년 동안 무제한으로 입장할 수 있다. 야외전시장에서 사시사철 계절의 변화를 즐기며 산책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으니 연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자주 방문하기 힘들다면,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이용하자. 입장료가 3,000원으로 할인되면서, 선착순 25명은 무료로 소원 보틀 만들기도 할 수 있다.
우리옛돌박물관
○ 주소: 서울시 성북구 대사관로13길 66
○ 교통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 버스 02번 마을버스 → 우리옛돌박물관 하차
○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5시(주말 및 공휴일은 오후 6시까지)
○ 전시해설: 오후 2시 선착순 20명
○ 문의: 02-986-1001
○ 교통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 버스 02번 마을버스 → 우리옛돌박물관 하차
○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5시(주말 및 공휴일은 오후 6시까지)
○ 전시해설: 오후 2시 선착순 20명
○ 문의: 02-98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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