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영국 근위대의 백파이프 연주를?!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2.10.21. 09:54

수정일 2022.10.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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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왕궁수문장 특별행사'에 참여한 영국 왕실 근위대 국악대 공연 모습
'서울 왕궁수문장 특별행사'에 참여한 영국 왕실 근위대 국악대 공연 모습 ⓒ이선미

숭례문 광장에 스코틀랜드 악기 백파이프가 울려 퍼졌다. '서울 왕궁수문장 특별행사'에 영국 왕실 근위대가 등장했다. 2023년 한국과 영국의 수교 140주년을 앞두고 서울시와 영국대사관이 협력해 마련한 군례 대열의식 재현행사다. 동서양,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보기 드문 기회였다.
스코츠 가드의 백파이프 연주자들이 공연 준비를 하고 있다.
스코츠 가드의 백파이프 연주자들이 공연 준비를 하고 있다. ⓒ이선미

수문장 교대 의식과 함께 취타대 연주가 펼쳐졌다. 1996년 덕수궁에서 처음 시작된 서울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덕수궁과 숭례문에서 볼 수 있다. 
왕궁수문장 교대의식과 취타대 연주가 이어졌다.
왕궁수문장 교대의식과 취타대 연주가 이어졌다. ⓒ이선미

이번 특별행사를 위해 '스코츠 가드' 50명이 방한했다. 스코츠 가드는 영국 ‘킹스 가드’의 보병 연대 중 하나로, 1716년 창단 이후 다양한 의례 행사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버킹엄 궁전 근위대 교대식으로 잘 알려진 근위대 군악대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던 붉은 외투에 검은 모자를 쓴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붉은 외투와 검은 모자가 상징인 스코츠 가드는 백파이프 연주로도 유명하다.
붉은 외투와 검은 모자가 상징인 스코츠 가드는 백파이프 연주로도 유명하다. ⓒ이선미

스코츠 가드 밴드는 스코틀랜드 전통악기인 백파이프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스 여왕이 자신의 장례식에 백파이프 연주를 부탁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서울 한복판에서 영국 왕실을 지키는 근위대의 백파이프 연주를 듣다니 재미있고 놀라웠다. 시민들은 빙 둘러앉기도 하고 멀찍이 서서 흥미로운 순간들을 지켜보았다.
스코틀랜드 전통의상 킬트 차림의 근위병이 백파이프를 연주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전통의상 킬트 차림의 근위병이 백파이프를 연주하고 있다. ⓒ이선미

역시나 모자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흑곰 털가죽으로 만든다는 모자는 높이가 43센티미터에 무게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근무 중에는 이 모자를 쓰고도 절대 움직이면 안 된다고 하던데 정말 보통 힘든 일이 아니겠다 싶었다.
영국 근위대가 숭례문을 통과하고 있다.
영국 근위대가 숭례문을 통과하고 있다. ⓒ이선미

영국 근위대는 숭례문에서 교대 의식을 마친 후 서울광장으로 출발했다. 행사 중에는 제대로 각 잡힌 군인의 자세였는데, 대기하는 동안에는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시민들에게 먼저 얘기해줬다.
영국 왕실 근위대와 서울 왕궁수문장의 합동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영국 왕실 근위대와 서울 왕궁수문장의 합동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이선미

이후 세종대로를 지나 서울광장으로 향했다. 숭례문에서부터 함께한 시민들도 있고, 지나가다 뜻밖의 행사를 만나 따라온 시민들도 많았다. 세종대로를 오가던 시민들은 때아닌 행렬에 덩달아 들썩거렸다. 외국인들도 셀카를 찍느라 분주했다. 어쩌면 고국의 근위대를 만난 영국인이었을까?
세종대로 행렬 사이에 잠시 멈춰 서서 사진을 찍을 시간을 주었다.
세종대로 행렬 사이에 잠시 멈춰 서서 사진을 찍을 시간을 주었다. ⓒ이선미

서울광장에 도착한 후 본격적으로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졌다. 군례의식 말고도 볼거리가 많았다. 풋풋한 예고생들의 모둠 북 퍼포먼스는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고조되는 북소리가 살짝 내리는 비에 스산해진 광장을 열기로 채웠다.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 모둠 북 퍼포먼스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 모둠 북 퍼포먼스 ⓒ이선미

뜨거워진 분위기를 국방부 전통 의장대의 '전통무예공연'이 이어갔다. 시민들은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무예 공연에 금세 빠져들었다.
국방부 전통 의장대가 늠름한 자세로 입장하고 있다.
국방부 전통 의장대가 늠름한 자세로 입장하고 있다. ⓒ이선미
영국 근위대가 전통 의장대의 무예 공연을 바라보고 있다.
영국 근위대가 전통 의장대의 무예 공연을 바라보고 있다. ⓒ이선미

다시 스코츠 가드 밴드의 공연 시간이 되었다. 영국 군악대다운 연주가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서울광장에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젖어 들었다. 시민들이 많이 모였지만 좌중은 고요했다. 그 여운 속으로 '아리랑'이 연주됐다. 백파이프 연주로 듣는 아리랑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아리랑 연주는 시민들에게 주는 선물 같았다.
백파이프가 '어메이징 그레이스'에 이어 '아리랑'을 연주했다.
백파이프가 '어메이징 그레이스'에 이어 '아리랑'을 연주했다. ⓒ이선미

문득 영국 근위대와 우리 수문장들 뒤로 환구단이 눈에 들어왔다. 대한제국의 상징 가운데 하나인 환구단 앞에 두 나라의 왕궁 수비대가 서 있었다. 군주제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지만 영국 근위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오랜 역사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광장의 스코츠 가드 밴드
서울광장의 스코츠 가드 밴드 ⓒ이선미

공연이 다 끝났나 했는데 앙증맞은 피날레가 뒤를 이었다. 전주가 흐르는 순간 옆에 있던 청년들이 웃었다. 알고 보니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연주되고 앞에서는 무용수들이 춤을 췄다. ‘다이너마이트’가 이렇게 단아한 레퍼토리였던가? 청년들의 웃음이 이해가 됐다. 스코츠 가드 밴드의 ‘다이너마이트’는 아기자기했다. 근엄한 표정의 군악대가 연주하는 K팝이라니 세계는 넓지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참 많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했다.
근엄한 표정의 스코츠 가드 밴드는 BTS의 다이너마이트 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근엄한 표정의 스코츠 가드 밴드는 BTS의 다이너마이트 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이선미

서울 한복판에서 유서 깊은 영국 근위대를 만나고 백파이프 연주를 들은 날, 영국이 아주 조금 더 가까워졌다.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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