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100년 전 정동의 흔적을 따라 걷다

시민기자 유세경

발행일 2022.09.29. 11:00

수정일 2022.09.2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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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에서 정동야행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유세경
덕수궁 돌담길에서 정동야행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유세경

3년 만에 돌아온 정동야행!

서울시는 9월 23일~24일, 전·근대 역사의 중심이자 문화의 산실인 ‘정동’에서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야간 프로그램들과 함께 가을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2022 정동야행>을 개최했다. 정동야행은 2015년부터 개최된  서울시 대표 야간 행사이다. 3년 만에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행사였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고 사전예약 프로그램이 빠르게 매진되면서 정동야행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덕수궁 돌담길에는 정동 제작소와 정동 잡화점이 늘어서 있었다 ⓒ유세경
덕수궁 돌담길에는 정동 제작소와 정동 잡화점이 늘어서 있었다 ⓒ유세경

전문해설사와 함께 구석구석 정동 투어 '정동스토리야행'

정동야행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행사인 정동스토리야행은 각 테마별로 90분 간 전문 해설사의 가이드와 함께 투어를 즐기고, 투어 종료 후 ‘정동 연회장’에서 가배(커피)를 맛볼 수 있는 행사이다. 정동스토리야행은 ▴대한제국 ▴신문물(교육,의료,외교) ▴국제외교 세 개의 테마로 이루어졌으며, 필자는 이중 신문물(교육,의료,외교) 테마를 사전 예약하여 참여해보았다. 서울 중구 정동은 대한제국의 황궁, 종교시설, 신식학교, 공사관 등 ‘근대화’를 대표하는 시설을 도보로 모두 돌아 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인데 이 곳을 전문 해설사의 이야기와 함께 돌아 볼 수 있어서 더욱 알찬 시간이었다.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유세경
표면적으로는 수학기관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황실 자제 감시기능을 했던 경운궁 양이재   ⓒ유세경
표면적으로는 수학기관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황실 자제 감시기능을 했던 경운궁 양이재 ⓒ유세경

제일 처음 방문한 곳은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다. 정동의 터줏대감인 성공회교회는 130년 동안 영국의 중심지였다. 영국 대사관과 교회 사이에 있는 한옥인 '양이재'도 눈에 띄었다. 일제에 의해 궁이 훼손되면서, 본래 궁안에 있던 양이재는 성공회에 임대되어 이곳에 위치하게 됐다. 또한, 영국대사관에 의해 막혀있던 덕수궁 돌담길의 일부를 되찾으면서 덕수궁 돌담길을 온전히 한 바퀴 돌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선원전 터 앞에서 해설을 듣고 있는 참여자들 ⓒ유세경
선원전 터 앞에서 해설을 듣고 있는 참여자들 ⓒ유세경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어가니 '선원전 터'에 다다랐다. 아픔이 많은 이 곳은 본래 덕수궁 영역이었으나, 일제에 의해 매각 당하면서 경제수탈이 이루어졌던 여러 기관들의 임원 사택으로 쓰이기도 하고, 하비브하우스 관저(주한미국대사관저)로 쓰이기도 했다. 또한 최초의 미국 대사관 터로서 이 부지에 대해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있었으나, 결국 우리나라가 정상적으로 부지를 매입하여 선원전을 발굴하게 되었고 '고종의 길'도 생겨나게 되었다고 한다.
복원 공사 중인 돈덕전의 모습을 조금 확인할 수 있다 ⓒ유세경
복원 공사 중인 돈덕전의 모습을 조금 확인할 수 있다. ⓒ유세경

복원 공사가 거의 다 끝나서 상단의 모습이 조금 보이는 '돈덕전'을 지나쳤다. 본래 고종은 현재 덕수궁 안에 있는 석조전이 아닌 돈덕전을 서양식 건물로 증축하여 석조전의 역할을 하게 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이후 종교와 교육의 불가분한 관계를 들으며, 미국의 장로교와 감리교의 흔적을 찾아 정동길을 걸었다. 감리교의 흔적은 구 손탁호텔 터였던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아직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여성전용병원이었던 '보구여관 터'도 발견했다. 평소에는 이곳을 걸어도 잘 몰랐던 흔적들을 찾을 수 있었다. 또한 정동교회, 배재학당 앞에서 들었던 신학교에 다니며 독립운동에 힘썼던 독립운동가들과 이를 도왔던 선교사에 대한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정동제일교회 앞에서 대한제국 근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참여자들 ⓒ유세경
정동제일교회 앞에서 대한제국 근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참여자들 ⓒ유세경

정동스토리야행에 참여하며 정동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100년전 교육, 의료, 외교의 흔적을 찾으며 걸으니 같은 공간이지만 느껴지는 바가 달랐다. 정동은 외교 전쟁의 현장이었으며 고종이 이루고자 했던 근대화의 꿈이 마무리되지 못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여전히 많은 공관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정동구락부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지붕없는 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동은 알면 알수록 공부할 것이 많고 볼거리가 많은 공간이라고 느껴졌고, 정동야행을 통해서 원하는 테마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다.
정동연회장에서 즐길 수 있는 핸드드립커피 ⓒ유세경
정동연회장에서 즐길 수 있는 핸드드립커피 ⓒ유세경
상설무대 공연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 ⓒ유세경
상설무대 공연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 ⓒ유세경

이후 정동연회장에 가서 정동스토리야행 참여자들에게 제공되는 커피를 마셨다. 가을밤의 신선한 공기와 드립커피향이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정동스토리야행 이외에도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서 여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다. 대한성공회교회 서울주교좌성당의 오르간 연주와 덕수궁 돌담길의 '궁중정재 상설무대'로 걸음걸음마다 감미로운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서울시립미술관 앞 광장에서는 빈백 소파에 편히 앉아 버스킹을 감상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가을밤의 정취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정동길에서 산책도 하고 역사여행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내년에는 코로나 사태가 더 개선되어 보다 많은 시민들이 정동야행을 함께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민기자 유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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