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기념도서관, 민주주의를 읽고 기록하고 참여하다!

시민기자 김수정

발행일 2022.08.17. 14:20

수정일 2022.08.17. 18:18

조회 3,301

도봉산 자락에 위치한 ‘김근태기념도서관’
도봉산 자락에 위치한 ‘김근태기념도서관’ Ⓒ김수정

도봉산 자락 아래 특별한 도서관이 있다.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공간, ‘김근태기념도서관’이다. 민주·인권·평화와 관련된 장서를 개발하고, 기록물 발굴과 오픈 아카이브 서비스, 아카이브 구축을 통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전시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민주주의와 인권 특화도서관이다. 김근태기념도서관은 도서관(Library)의 역할에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의 기능까지 합쳐진 복합문화공간 라키비움(Larciveum)형 도서관이다.
김근태기념도서관은 복합문화공간 라키비움형 도서관이다.
김근태기념도서관은 복합문화공간 라키비움형 도서관이다. Ⓒ김수정

김근태기념도서관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싶어 라키비움 해설 프로그램인 <도슨트 ON>에 참여했다. 1층 안내데스크에서 해설이 시작되었다. 조용히 책만 읽는 일반적인 도서관과 달리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이 함께하는 라키비움형 도서관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김근태 선생의 어록을 이용한 특별한 도서 분류명이 눈에 띈다.
김근태 선생의 어록을 이용한 특별한 도서 분류명이 눈에 띈다. Ⓒ김수정

도서관 공간마다 이름도 특별하게 지었다. 열람실은 ‘생각곳’, 전시실은 ‘기억곳’, 강의실은 ‘상상곳’이라 부른다.

열람실 ‘생각곳’에는 일반적인 도서관처럼 총류부터 시작하여 철학, 종교, 사회과학, 역사까지 10개의 테마로 도서가 분류되어 있다. 분류명도 다른 곳과는 다르다. 철학은 ‘도덕적 가치’, 종교는 ‘따뜻한 손길’, 문학은 ‘희망은 힘이 세다’ 등이다. 민주적 가치를 담은 김근태 선생의 어록으로 민주주의적인 삶과 자세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단다.
기획전 <당신을 읽어내는 방법> 중 송수민 작가의 작품
기획전 <당신을 읽어내는 방법> 중 송수민 작가의 작품 Ⓒ김수정

도서관에서는 <당신을 읽어내는 방법>이라는 기획전시가 열려 곳곳에서 멋진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송수민, 이원호, 최모민 3명의 신진작가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개인과 집단의 서사, 기억, 사건, 현상 등을 포착하여 저마다의 언어로 재현했다.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순간 여기가 미술관인가 싶기도 하다.
김근태 선생이 걸어온 길
김근태 선생이 걸어온 길 Ⓒ김수정

1층 ‘기억곳’ 에서는 김근태 선생의 삶에 대해 설명과 사진, 영상으로 안내하고 있다. 김근태 선생은 1947년 부천에서 태어나 1965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하면서 민주화 운동을 시작했다. 1983년 9월 민주화운동청년연합을 결성해 군사 정권에 대항하다 1985년 9월 연행되어 23일간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5층 15호에서 고문 경찰들에게 8번의 전기 고문과 2번의 물고문을 당했다.

이 일이 부인 인재근 의원을 통해 해외에 알려졌고 세계 인권 단체들의 강력한 항의를 이끌어냈다. 이후로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김근태 선생은 2차례 투옥되며 5년 6개월의 수감생활, 26차례의 체포, 7차례의 구류로 죽음의 문턱을 수시로 넘나들었다.
김근태 선생의 도서를 필사하는 공간 ‘김근태 선생의 책상’
김근태 선생의 도서를 필사하는 공간 ‘김근태 선생의 책상’ Ⓒ김수정
김근태 선생이 수상한 케네디 인권상 트로피
김근태 선생이 수상한 케네디 인권상 트로피 Ⓒ김수정

2층으로 올라가니 화분으로 둘러싸인 책상이 있다. 이 책상은 ‘김근태 선생의 책상’으로 김근태 선생의 도서를 필사하는 공간이다. 옥중서간집인 <열려진 세상으로 통하는 가냘픈 통로에서>를 시작으로 <희망은 힘이 세다>, <희망의 근거>의 필사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글씨체로 필사된 책들은 도서관에 보관된다.

‘근태생각곳’이라는 열람실은 군부독재 시절 불온서적으로 분류되었던 김근태 선생의 책들을 기증받아 모아두었다. 거의 사라지고 없는 귀한 도서들이라 대여는 불가하며 예약한 사람만 열람이 가능하다.

김근태 선생의 정치 민주화의 험난한 길을 함께 한 자료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노동운동 시절의 책과 기술 자격증,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시절 자료, 김근태 선생에 대한 재판 기록과 케네디 인권상 트로피 등을 볼 수 있다. 필자는 이 중에서도 오래된 카세트테이프와 녹음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김근태 선생의 배우자인 인재근 의원이 재판이 있을 때마다 녹음기를 옷 속에 감추고 들어가 자세한 진술과 처절한 법정투쟁을 녹음했다고 한다.
김근태 선생의 옥중 편지
김근태 선생의 옥중 편지 Ⓒ김수정
참여형 전시물인 김근태 선생의 유품
참여형 전시물인 김근태 선생의 유품 Ⓒ김수정

3층에는 김근태 선생의 대학 시절 노트와 옥중 편지가 전시되어 있다. 편지지에 빼곡히 적힌 글씨에서 살인적 고통을 느끼며 다시 회복하고자 했던 김근태 선생의 부단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다른 한쪽에는 김근태 선생이 입었던 양복, 와이셔츠, 넥타이, 벨트, 구두 등의 유품이 전시되었다. 관람객의 기부로 단추 하나, 와이셔츠 깃 한 부분을 황동 조각으로 만드는 관람객 참여형 작품이다. 많은 관람객의 참여로 구두 한 짝은 이미 황동으로 바뀌어 있었다.
김근태 선생의 어록 ‘희망의 삶’을 새긴 작품
김근태 선생의 어록 ‘희망의 삶’을 새긴 작품 Ⓒ김수정

창밖을 보니 백자 도자기 타일에 청색의 글씨가 적혀 있다. 김근태 선생의 어록 ‘희망의 삶’을 새긴 작품이다. 올해는 김근태 선생이 돌아가신 지 11년이 되는 해이다. 군부독재정권 시절에 일어난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현재의 자유가 있는 것이다. 김근태 선생을 비롯해 갖은 고초를 겼었던 많은 사람들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이곳, 김근태기념도서관이다.

김근태기념도서관

○ 위치: 서울시 도봉구 도봉산길 14
○ 교통: 지하철 1·7호선 도봉산역 1번 출구에서 도보 6분
○ 운영시간: 평일 09:00~20:00, 주말 09:00~17:00 (매주 월요일, 법정공휴일 휴관)
홈페이지
○ 문의: 02-956-3100

시민기자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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