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맹그로브숲이 있다? 치유의 숲,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시민기자 이상돈

발행일 2022.08.08. 09:40

수정일 2022.08.08. 14:48

조회 3,523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내 '뱀출몰' 경고 표지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내 '뱀출몰' 경고 표지판 ⓒ이상돈

"서울에도 맹그로브숲이 있다!" 연일 계속되는 장마 속에 잠시 빗줄기가 잠잠할 때 지하철 1호선 신길역에서 내려, 이국적인 조형미를 뽐내는 ‘샛강생태공원문화다리’를 건넌다. 이 다리는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는 명소로도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다리에서 바라보는 여의도 풍경은 서울토박이인 내가 또 다른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이방인처럼 혼란을 가져다준다. 

여의도 마천루 빌딩숲 속에 마치 물기를 머금은 푸른 생명의 색으로 덮여 있는 숲의 나라가 길게 펼쳐져 있다. 그 숲은 온갖 새들이 지저귀고, 하늘을 가리는 밀림의 나무들과 숲 늪지 생물들이 살아가는 또 다른 세상이다. 서울을 상징하는 국회의사당과 63빌딩이 바로 지척인데, 여기가 분명 광활한 ‘숲’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문화의 다리를 건너 수도 서울의 맹그로브숲에 안긴다. 참으로 특이한 정경이다.
 신길역에서 내려 만날 수 있는 여의도 '샛강생태문화의다리'
신길역에서 내려 만날 수 있는 여의도 '샛강생태문화의다리' ⓒ이상돈
샛강생태문화의다리에서 바라본 여의도 '샛강생태공원'과 어우러진 여의도 풍경
샛강생태문화의다리에서 바라본 여의도 '샛강생태공원'과 어우러진 여의도 풍경 ⓒ이상돈
밀림과 같은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의 숲길
밀림과 같은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의 숲길 ⓒ이상돈
샛강생태공원에 새들이 모여 있는 호수정경
샛강생태공원에 새들이 모여 있는 호수정경 ⓒ이상돈

여의도샛강은 한강에서 갈라져 나온 지류천으로 여의도를 개발할 당시에는 개발 대상에서 제외되어 한강물이 흘러들지 않아 모기 파리가 서식하는 자연습지로 남아있었다. 그 후 서울시의 적극적인 환경정책으로 1997년 9월 25일, 63빌딩에서 국회의사당 뒤까지 4.3km 샛강 주변을 우리나라 최초의 생태공원으로 조성했다.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는 물길 중간에 조성한 생태공원은 꾸미지 않은 듯 꾸며 놓은 자연의 모습이다. 연못과 물길 주변을 뒤덮은 각종 수생식물 그리고 하늘을 가린 버드나무 등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마치 열대지방의 울창한 '맹그로브숲'을 연상케 한다.
호수에서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고니와 오리
호수에서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고니와 오리 ⓒ이상돈

호수에서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목이 하얗고 긴 고니와 오리가 보인다. 나를 보고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무심코 다가가다 정신을 차리고 멈추었다. 오늘은 비가 간간이 뿌리다 보니 사람들의 발걸음이 적어서인지 문득 으스스한 무서움이 들었기 때문이다. '혹시 뱀이라도 나오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맞다. 이곳에는 뱀이 있다. 자연에 이끌려 넋을 놓고 숲 안으로 들어가지 않기를 잘했다고 스스로 위안하며 크게 숨을 내쉰다. 이후 주위를 둘러보니 뱀모양을 한 나무모형 앞에 ‘뱀조심!’라는 경고문이 눈에 들어왔다.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내 실개천을 건너는 목재다리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내 실개천을 건너는 목재다리 ⓒ이상돈
도로 위에 지어진 '여의샛강생태체험관'
도로 위에 지어진 '여의샛강생태체험관' ⓒ이상돈
여의샛강생태체험관 2층 '배롱나무방'
여의샛강생태체험관 2층 '배롱나무방' ⓒ이상돈

여의샛강생태체험관의 숲 프로그램

물기를 머금어 신선한 피톤치드를 맘껏 내뿜는 정글 속을 헤치며 푸른 버드나무숲 아래 흙길을 따라 생태연못을 지나고, 오솔길을 걸어 나무계단을 올랐다. 4차선 도로 위에 2층 건물인 ‘여의샛강생태체험관’이 자리하고 있다. 필자는 ‘서울시 공공예약시스템’을 통해 ‘여의샛강생태공원 숲치유학교–(성인)그림책 읽어 주는 숲’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그림책이지만 어린이가 읽는 그림책이 아니라 어른이 읽는 그림책이다. 자연이 그려낸 샛강에서 나의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그리고 마음을 나누며 몸과 마음의 쉼과 치유의 시간을 갖는 과정이다. 원래는 생태공원에서 간단한 체험활동도 하지만 오늘은 우천과 무더위로 2층 ‘배롱나무방’에서 실내활동을 했다. 
다정한 목소리로 성인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강사님
다정한 목소리로 성인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강사님 ⓒ이상돈
오늘 읽어주는 그림책 <비닐봉지 하나가>
오늘 읽어주는 그림책 <비닐봉지 하나가> ⓒ이상돈

이날 읽었던 그림책은 지구를 살린 감비아 여인들의 이야기로, 그녀들이 어떻게 폐비닐로 엉망이 된 환경을 살려냈는지 감동적인 실화를 담은 내용이다. 책 제목 <비닐봉지 하나가> 내용 중 이 모임의 지도자인 ‘아이사투 씨쎄’의 말이 진한 울림을 전해준다. "사람들은 내가 너무 어리며, 여자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 상황을 나는 도전으로 받아들였고, 오히려 내게 힘을 주었어요. 나는 문제점이 아니라 해결책을 외쳤습니다."
산처럼 쌓인 페비닐 쓰레기
산처럼 쌓인 페비닐 쓰레기 ⓒ이상돈
해변을 넓게 덮고 있는 폐비닐 쓰레기들
해변을 넓게 덮고 있는 폐비닐 쓰레기들 ⓒ이상돈
폐비닐을 먹이인줄 알고 먹고 죽은 바다생물들
폐비닐을 먹이인줄 알고 먹고 죽은 바다생물들 ⓒ이상돈

"비닐봉지는 싸고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닐봉지가 찢어지거나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요?" 강사의 질문에 이어 리얼한 영상이 화면을 채우며 끔직한 광경이 펼쳐진다. 산만큼 쌓인 비닐산과 넓게 해안을 가득 채운 비닐 해변, 더욱 끔직한 것은 그 비닐을 먹이인줄 알고 먹다가 죽어가는 물고기들. 물질의 풍요 속에 현대를 살아가는 지구인 모두에게 지구는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수거한 폐비닐로 실을 만들어 뜨개질을 하는 감비아 여인들
수거한 폐비닐로 실을 만들어 뜨개질을 하는 감비아 여인들 ⓒ이상돈
감비아 여인들이 만든 폐비닐로 만든 지갑
감비아 여인들이 만든 폐비닐로 만든 지갑 ⓒ이상돈
강사님의 지도로 폐비닐로 실을 만들어 재활용품을 만드는 참가자들
강사님의 지도로 폐비닐로 실을 만들어 재활용품을 만드는 참가자들 ⓒ이상돈
책도 읽어주고 재활용품 만들기 실습도 지도해주신 사회적기업 '한강'의 이소유 강사님
책도 읽어주고 재활용품 만들기 실습도 지도해주신 사회적기업 '한강'의 이소유 강사님 ⓒ이상돈

이런 참담한 현실에 감비아 여인들이 묵묵히 나섰다. 비닐봉지를 수거해서 재활용지갑, 받침대 등을 만들어 수익까지 창출하는 놀라운 ‘비닐봉지의 변신!’을 이루어냈다. 책 읽어주기가 끝나고 크고 작은 두 종류의 비닐을 갖고 즉석에서 간단한 재활용품을 만들어 보는 실습시간도 가졌다. 새삼 하나 밖에 없는 우리의 지구를 마음에 깊이 담는다. 예쁜 목소리로 다정다감하게 낭독을 해주시고 지도해 주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이소유 강사님께 감사의 마음도 전한다.

가족 혹은 연인들과 함께 피톤치드 가득한 ‘여의도샛강생태공원’도 걷고 ‘숲치유학교’에서 자연의 소중함도 알아가면서 무더운 여름을 슬기롭게 보내는 것은 어떨까? 

여의샛강생태공원

○ 주소 : 영등포구 여의동로 48(여의샛강생태체험관), 63빌딩~국회의사당 뒤. 4.6㎞
○ 주요시설 : 자전거도로 4.7㎞, 산책로 7.4㎞, 주차장 2개소, 교량 5개소, 광장 2개소, 안내센터 1개소, 잔디마당, 파크골프장, 생태수로, 창포원, 버들숲, 수질정화원, 물억새 군락, 폐쇄형 습지 등
○ 문의 : 02-6956-0596

생태학습 프로그램 운영안내

○ 운영기간 : 1월~12월(연중)
○ 내용 : 해설프로그램, 자연관찰, 자연놀이 등
서울시 공공예약서비스

시민기자 이상돈

서울 토박이로 '우리 서울'을 열렬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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