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의 그때 그 시절 이야기…'문화역서울284' 외부 공간투어

시민기자 김남수

발행일 2022.06.28. 13:23

수정일 2022.06.28. 14:09

조회 3,007

복합문화공간인 문화역서울284로 운영되는 옛 서울역의 외관 ⓒ김남수
복합문화공간인 문화역서울284로 운영되는 옛 서울역의 외관 ⓒ김남수

기차역인 서울역에서 지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문화역서울284’의 외부공간투어에 참여했다. 서양식 아치와 웅장한 돔을 지닌 이국적인 옛 서울역은 1925년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우리나라의 대표적 근대 건축물이다. 2004년, KTX의 개통과 새 역사 개관으로 폐쇄되었다가 원형을 복원해 2011년 ‘문화역서울284’로 재개관했고, 지금은 다양한 전시와 문화예술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전시를 보러 갔다가 우연히 전시와 별도로 내부 공간 투어가 있음을 알게 되어 참여한 적이 있는데, 서울역의 내부 곳곳을 돌아보며 전문 해설사가 들려주는 서울역의 역사 및 그때 그 시절 철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전시가 없는 때 진행되는 외부 공간투어도 신청해 참여해 보았다.  
 문화역서울284 외부 공간투어의 집결지를 알리는 배너 ⓒ김남수
문화역서울284 외부 공간투어의 집결지를 알리는 배너 ⓒ김남수
전문 해설사의 안내와 함께 진행되는 문화역서울284 외부 공간투어 ⓒ김남수
전문 해설사의 안내와 함께 진행되는 문화역서울284 외부 공간투어 ⓒ김남수

문화역서울284 공간투어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무료로 진행되는 상설 프로그램이다. 내부 공간투어는 실내 전시가 열리는 기간 동안만 전시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며 해설사를 따라 중앙홀, 대합실, 그릴 등 서울역 내부 1, 2층 공간을 돌며 서울역에 관해 알아보는 코스로 이루어진다. 교통, 건축, 생활상 등 세 가지 주제의 해설이 있으며 60분간 진행된다. 외부 공간투어는 실내 전시가 없는 기간에 진행되는데, 옛 서울역 앞 광장, 서울로7017, 서울역 옥상 정원 등 외부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며 서울역의 외부 건축을 자세히 살펴보고 서울역과 연관된 그때 그 시절 우리 근현대사와 생활상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진행 시간은 90분이다. 

문화역서울284 누리집을 통해 외부 공간투어를 미리 예약 후 집결 장소에 모였다. 해설사를 따라 이동하며 서울역의 외부 모습과 광장 주변을 살피는 동시 서울역 건축에 관한 이야기와 일제 강점기, 6.25를 거쳐 현재에 이르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해설을 듣는 시간이 지루할 틈 없이 생생하고 흥미롭다. 

서울역은 철도를 이용한 대륙 진출을 위해 일제에 의해 강점기에 지어진 만큼 설계자는 스카모토 야스시란 일본인이며 지금은 불타버린 스위스 루체른역의 외관을 본떠 설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건축물을 처음 지을 때 올리는 정초석의 필체 또한 강점기 시대 3대 총독이었던 사이토 마코토의 친필인데 훗날 누군가가 돌을 긁어내어 그 이름을 지워버렸다고 한다. 그렇게라도 일제를 지워내고 싶은 그 마음에서 뭉클함이 느껴졌다. 

서울역사 외부 전면의 원형 시계는 ‘파발마’라는 별칭을 지니고 있는데 1925년 경성역이 지어질 당시 함께 설치된 것으로 지름이 160cm나 된다. 그 크기가 놀랍고, 한국전쟁 당시 철도 승무원들이 해체하여 함께 피난했던 3개월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멈춘 적이 없다고 하니 또 한번 놀랍다. 
투어 참여자들이 1등 대합실 입구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김남수
투어 참여자들이 1등 대합실 입구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김남수
정초석에서 우리 민족 누군가가 일본 총독의 서명을 지워버린 흔적을 볼 수 있다 ⓒ김남수
정초석에서 우리 민족 누군가가 일본 총독의 서명을 지워버린 흔적을 볼 수 있다 ⓒ김남수
파발마라는 별명을 지닌 서울역 전면의 대형 시계 ⓒ김남수
파발마라는 별명을 지닌 서울역 전면의 대형 시계 ⓒ김남수
한국 철도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대형 동판 기념물 ⓒ김남수
한국 철도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대형 동판 기념물 ⓒ김남수

정문 앞 광장 바닥에는 한국 철도 100년(1899~1999)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동판이 있다. 동서남북으로 뻗어가는 철도와 기차 아이콘을 통해 서울역과 철도의 역할을 표현하고 있다. 역사 뒤쪽 철로 변에서는 영화 ‘말모이’의 소재로도 잘 알려진 바 있는 조선어학회 사건의 말모이 원고 발견 창고 자리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서울역 앞 광장 한 편에서는 독립운동가 강우규 의사의 동상도 만날 수 있다. 당시로서는 고령인 60대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서울역 정초석에서 언급한 3대 조선 총독 사이토 마코토를 암살하기 위해 수류탄 의거를 시도한 애국지사였다.   
해설사를 따라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있는 투어 참가자들 ⓒ김남수
해설사를 따라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있는 투어 참가자들 ⓒ김남수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사라졌던 말모이 원고가 발견된 서울역 창고의 위치 ⓒ김남수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사라졌던 말모이 원고가 발견된 서울역 창고의 위치 ⓒ김남수
수류탄 의거를 실행한 독립운동가 강우규 의사 동상 ⓒ김남수
수류탄 의거를 실행한 독립운동가 강우규 의사 동상 ⓒ김남수

다음으로 광장과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낡은 고가도로였던 과거에서 서울시민의 휴식 및 산책공간으로 재탄생한 서울로7017로 이동했다. 서울역이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해설과 함께 서울역이 좌우 대칭을 이루는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 구조를  확인했다. 만남, 귀향과 귀경, 때로는 시위 등 서울역 광장에서 있었을 과거의 풍경을 되짚어 보기도 하고 서울역 건축 이전에 남대문 정거장이 있던 숭례문, 옛 대우빌딩, 서울미래유산인 남대문교회까지 두루 조망했다.    
서울로7017에서 내려다 본 서울역과 광장의 모습 ⓒ김남수
서울로7017에서 내려다 본 서울역과 광장의 모습 ⓒ김남수
서울로7017에서 멀리 숭례문까지 조망하고 있는 투어 참가자들 ⓒ김남수
서울로7017에서 멀리 숭례문까지 조망하고 있는 투어 참가자들 ⓒ김남수

투어는 서울역과 연결된 서울역 옥상정원에서 마무리된다. 옥상정원은 서울로7017에서 만리동 방향으로 걷다 보면 이어지는데 롯데마트의 옥상에 해당되는 위치다. 이곳에서는 서울역 지붕의 돔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데, 이 돔의 형태가 일본 무사의 투구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해설을 들으며 씁쓸한 마음과 함께 독립과 자유의 소중함을 생각했다. 한적한 옥상정원에는 제로웨이스트 매장인 알맹상점에서 운영하는 카페도 있으니 투어를 마친 후 음료 한잔하며 투어의 여운을 정리해도 좋을 것 같다. 
서울로7017을 따라 서울역 옥상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남수
서울로7017을 따라 서울역 옥상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남수
옥상정원에서의 해설을 마지막으로 외부투어가 마무리된다. ⓒ김남수
옥상정원에서의 해설을 마지막으로 외부투어가 마무리된다. ⓒ김남수

지하철 서울역이나 버스 환승센터를 자주 이용하면서도 옛 서울역을 자세히 살피며 지나는 일은 없었다. 이번 문화역서울284 공간투어를 통해 근 1세기에 가까운 시대의 아픔과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서울역이란 건축물을 아끼는 마음이 커지게 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문화공간으로서의 옛 서울역, 문화역서울284를 즐겨 이용하기 바란다. 참고로 문화역서울284의 숫자 284는 서울역의 사적 등록번호다.

현재는 한때 서울역의 수하물 인도장이었고 해방 후 미군 수송부대 사무실로 쓰였던 부속건물 아르티오(RTO : Railroad Transportation Office)에서 옛 서울역을 추억할 수 있는 문화역서울284소장품 전시회 ‘시대와 공간을 잇다’가 7월 3일까지 열리고 있다. 외부 공간투어와 함께 돌아본다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살아있는 역사 교육이, 중장년에게는 한때의 추억을 되살려보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문화역서울284 공간투어
소장품 전시 ‘시대와 공간을 잇다’가 열리고 있는 부속건물 아르티오 ⓒ김남수
소장품 전시 ‘시대와 공간을 잇다’가 열리고 있는 부속건물 아르티오 ⓒ김남수
‘시대와 공간을 잇다’ 전시물 중 하나인 옛 기차표 ⓒ김남수
‘시대와 공간을 잇다’ 전시물 중 하나인 옛 기차표 ⓒ김남수

시민기자 김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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