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니버설디자인 대상 받은 '이곳', 다르긴 다르네!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2.06.09. 14:42

수정일 2022.06.23. 18:00

조회 7,042

지난해 서울 유니버설디자인 대상 '스페이스살림' 탐방...올해는 6월 24일까지 공모 중
스페이스살림 조감도, 서울시여성가족재단과 연결된 다리가 있다.ⓒ유니트유에이
위에서 내려다 본 '스페이스살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우측 건물)과 연결된 다리가 있다. ⓒ유니트유에이

서울시는 6월 1일부터 7월 15일까지 '제2회 서울 유니버설디자인' 대상을 접수 중이다. 서울 유니버설디자인 대상은 서울시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제정한 상으로,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디자인이 반영된 건축물, 공간, 서비스,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해서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성별, 나이, 장애 유무, 국적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시민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말한다. 올해가 2회째라면 작년 제1회 서울 유니버설디자인 대상 수상작이 선정되었을 것이다. 작년 수상작들이 궁금했다. 제1회 서울 유니버설디자인 대상 수상작은 공공부문에선 '스페이스 살림'이, 민간부문에선 '포스코 휴먼스 사무동'이 선정되었다.
스페이스살림 건축 전후의 모습 ⓒ유니트유에이
'스페이스살림' 건축 전후의 모습 ⓒ유니트유에이

'스페이스살림'은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여성스타트업 지원공간이다. 또한 가족과 시민이 함께 즐기는 여성가족복합문화공간이다.

지난 2016년 스페이스살림을 짓기 위한 국제 설계 공모전이 있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자리에 과거 서울여성플라자가 있었다. 본래 여성 노숙자 보호시설이 있던 터였다. 여성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바느질과 같은 직업교육을 시행했다. 그 시설이 경기도로 이전하면서 2002년, 한국 최초로 여성을 위한 공간이 탄생했다. 그게 지금의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다. 여성과 관련된 역사적 배경이 있는 이곳을 여성가족복합시설로 설계할 예정이었다.
스페이스살림은 제1회 서울 유니버설디자인 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윤혜숙
스페이스살림은 '제1회 서울 유니버설디자인 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윤혜숙

우리나라에선 공공건물을 설계할 때 'BF(Barrier Free) 인증'을 적용하고 있다. BF 인증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제도를 뜻한다. 어린이, 노인, 장애인, 임산부뿐만 아니라 일시적 장애인 등이 개별시설물이나 지역을 접근, 이용, 이동함에 있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계획, 설계, 시공, 관리 여부를 공신력 있는 기관이 평가하여 인증하는 제도다. 따라서 건축물에 BF 인증이 적용되었다면 그 건축물은 유니버설디자인이 갖춰진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유니트유에이 김영주 대표가 스페이스살림 설계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 ⓒ윤혜숙
유니트유에이 김영주 대표가 스페이스살림 설계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 ⓒ윤혜숙

유니트유에이는 국내외 34곳의 건축가들과 경합을 벌인 끝에 스페이스살림의 건축설계자로 선정되었다. 유니트유에이는 BF 인증제를 적용하여 여성가족복합시설을 설계했다. 건물의 콘셉트는 골목 사이로 펼쳐지는 작은 마을, 비움과 채움의 조화, 여성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시민들이 함께 경험하는 플랫폼이다.

이 건물이 유니버설디자인 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비결은 무엇일까? 당시 건축 설계를 담당했던 유니트유에이 김영주 대표를 만나서 건물을 설계할 당시의 얘기를 들어봤다.

첫째, 스페이스살림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연결을 시도했다. 대방역과 연결된 스페이스살림은 외관부터 독특하다. 대다수 건물은 하나의 건물에 출입구가 있고, 출입구로 들어가면 실내에 여러 개의 방이 있는데 비해, 스페이스살림은 총 3개의 건물이 평행하게 배치되어 있다. 각 건물을 이동할 땐 완만한 경사로를 만들어서 보행 동선을 연결했다. 또한 지하와 지상, 옥상 간에 층높이가 있지만, 오르락내리락할 때 계단, 엘리베이터, 완만한 경사로로 이동하도록 연결했다. 전철을 이용한 방문객들은 대방역 2, 3번 출구에서 바깥을 나오지 않고 스페이스살림 지하2층으로 진입할 수 있다. 즉 스페이스살림 건물 내부에 대방역 출구를 둔 셈이다.
스페이스살림 지하2층이 대방역과 연결되어 있다.ⓒ윤혜숙
스페이스살림 지하2층이 대방역과 연결되어 있다. ⓒ윤혜숙

둘째, 공간 활용에 융통성과 확장성을 뒀다. 최초에 설계한 공간의 용도가 바뀌더라도 사용 목적에 맞춰서 재구성할 수 있다. 즉 어떤 용도로도 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설계했다. 여성 스타트업을 위한 공방이 있고, 도로에 인접한 곳은 행인들의 시선을 끌 수 있게 매장이 입주해 있다.
스페이스살림에 여성 스타트업을 위한 공방과 매장이 입주해 있다.ⓒ윤혜숙
스페이스살림에 여성 스타트업 공방과 매장이 입주해 있다.ⓒ윤혜숙

셋째, 3개의 건물이 별도로 존재하는 개방적인 구조다. 각 건물이 통유리창으로 되어 있어서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 또 실내로 연결되지 않고 실외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건물 사이의 공간은 마치 동네 골목길을 거니는 듯한 오밀조밀한 분위기가 나게 조성했다. 그래서일까?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건물 사이의 공간을 자유롭게 걷고 있다.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이 해제된 지금, 마스크 없이 다니는 행인들도 여럿 눈에 띈다. 만약 건물 사이의 공간이 실내에 있다면 행인들이 자유롭게 활보하기 힘들 것이다.
스페이스살림에 있는 마을서재를 통유리창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윤혜숙
스페이스살림에 있는 마을서재를 통유리창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윤혜숙

넷째, 지하 공간을 썬큰으로 설계했다. 썬큰은 '움푹 들어간, 가라앉은'의 뜻으로 지하에 자연채광을 유도하기 위해 대지를 파내고 조성한 곳을 가리킨다. 햇빛이 들지 않는 지하의 어두운 공간에 썬큰을 배치해두면 위가 막히지 않고 뚫려 있어서 자연스레 빛과 공기가 들어온다. 스페이스살림에는 곳곳에 총 15개의 썬큰이 있다. 지상에서 내려다볼 때 지하의 공간이 밝게 보이는 곳이다. 지하 주차장에서 바라보니 썬큰이 확연히 드러난다. 어두운 공간에서 밝게 빛나는 곳이 썬큰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두운 지하 곳곳에 썬큰을 둬서 자연 채광과 환기가 이루어지고 있다.ⓒ윤혜숙
어두운 지하 곳곳에 썬큰을 둬서 자연 채광과 환기가 이루어지고 있다.ⓒ윤혜숙

유니트유에이 김영주 대표는 제1회 서울 유니버설디자인 대상을 받은 소감을 묻자 “저희가 대상을 받을 거란 예상을 못 했어요”라면서 “설계할 당시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위한 시설이자 공간이라는 점을 염두에 뒀어요.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연결성과 개방성을 중시했구요. 또한 발주처의 요구사항, BF 인증제의 요건에 충실하게 설계했던 게 수상 요인일 것 같아요”라고 대답한다. 이어서 “BF 인증제를 받기 위해선 유니버설디자인이 반영되어야 하니까요”라고 덧붙인다. 
스페이스살림은 지하에 주차장이 있어서 지상엔 차량이 드나들지 않는다. ⓒ윤혜숙
스페이스살림은 지하에 주차장이 있어서 지상엔 차량이 드나들지 않는다. ⓒ윤혜숙

김영주 대표는 “누구나 쉽게 건물을 드나들고 이용하려면 유니버설디자인으로 설계되어야겠지요. 그런데 유니버설디자인으로 설계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공간적인 제약을 극복해야 합니다”라면서 “공공건물의 경우 BF 인증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민간건물까지 확대하려면 정책 및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라고 조심스레 의견을 제시한다. 
행인들이 스페이스살림 건물 사이를 자유롭게 걷고 있다.ⓒ윤혜숙
행인들이 스페이스살림 건물 사이를 자유롭게 걷고 있다.ⓒ윤혜숙

김영주 대표와의 인터뷰가 끝난 뒤, 스페이스살림을 방문했다.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의 설명을 듣고 시설을 둘러보니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건물에서 유니버설디자인 요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과연 대상을 수상한 건물답게 유니버설디자인이 추구하는 바를 충실하게 설계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전 세계인들이 방문하는 서울은 세계도시의 반열에 올라 있다. 그런 서울시가 유니버설디자인을 확산하려는 노력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2회 서울 유니버설디자인 대상 수상작은 어떤 건물일지 벌써 기대가 된다. 
7월 15일까지 2022년 제2회 서울 유니버설디자인 대상을 접수 중이다. ⓒ서울시
7월 15일까지 2022년 제2회 서울 유니버설디자인 대상을 접수 중이다. ⓒ서울시

스페이스살림

○ 주소: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로 10
○ 교통: 대방역 3번 출구에서 73m
○ 전화: 0507-1446-5203
○ 스페이스살림 홈페이지 , 블로그, 페이스북
○ 서울특별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 : 홈페이지(공모 접수)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