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시민기자 조수연

발행일 2022.05.13. 11:10

수정일 2022.05.13. 13:17

조회 1,481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경찰청과 연계, 상담·법률지원부터 불법촬영물 삭제까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통합 지원하는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통합 지원하는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조수연

전국에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린 n번방 사건.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 대처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됐고, 관련 법률을 개정헤 처벌 수위를 높였다. 그럼에도 디지털 성범죄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 인공지능, 딥페이크와 같은 신기술이 또 다른 디지털 성범죄를 낳고 있다.

음란물을 포함한 ‘불법콘텐츠’ 관련 범죄는 전국적으로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18년 2만 3,039건, 2019년 2만 4,945건, 2020년 3만 160건이 발생했다. 현행법에서는 디지털 성범죄를 4가지 범위로 나누고 있는데 ①변형카메라 이용 불법촬영물 ②합성·편집물(딥페이크 등) ③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협박, 강요, 그루밍 등에 의한 촬영물 포함) ④당사자 동의 없이 유포한 영상물 등을 포괄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공공위탁을 통해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서울시는 2018년부터 보조금사업으로 진행해오던 ‘지지동반자사업’을 기반으로, 디지털성범죄 예방 및 대응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고 전국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경찰청과 연계해 불법촬영물을 추적, 삭제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소 후 현재까지 매주 70~80여 건 가까운 신고 및 상담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이효정 센터장과 피해지원팀 이희정 팀장 등 관계자를 만나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 보았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이효정 센터장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이효정 센터장 ⓒ조수연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겪은 피해자들이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대해 대응하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곳이다. 피해자 긴급 상담, 고소장 작성, 경찰 동행, 법률 및 소송 지원, 삭제 지원, 심리치료에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경찰청과 협조해 영상물을 직접 삭제할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다. 그 동안 피해자들이 가장 원했던 점이 '영상물 삭제 지원'이었다.

그렇다면, 영상은 어떻게 삭제할까? 여기에는 수많은 기관의 협조와 직원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먼저 피해자가 신고를 하면 경찰청의 불법촬영 추적시스템을 활용한다. 경찰청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등록된 200여 개의 사이트에 해당 불법촬영물을 넣으면 DNA 값이 표출되는데, 그 DNA 값을 통해 사이트를 추적한다.
삭제지원실은 불법촬영물 등에 대한 삭제를 전담한다.
삭제지원실은 불법촬영물 등에 대한 삭제를 전담한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그렇게 모니터링에 성공하면, 삭제지원팀이 직접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해서 한 번 더 확인한다. 이효정 센터장은 “삭제시스템의 크롤링 과정을 통해 삭제영상을 확인하고 웹사이트에 직접 삭제를 요청한 뒤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경찰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과 협조체계를 강화해 나가면서 더 빠른 삭제가 가능하도록 체계화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경찰청과 연계한다는 점이다. 경찰청과 연계한 까닭은 기존 경찰청의 시스템이 불법촬영물을 추적, 삭제하기에 용이했기 때문이다. 경찰청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영상 추적시스템은 아동성착취물 삭제 시스템으로 개발되었으나, 현재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영상을 추적하고 모니터링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삭제지원실 내부.
삭제지원실 내부.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과 함께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에서는 총 5가지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은 피해자의 피해 유형에 맞춰 지원할 수 있는 방향을 맞춤형으로 설계한 다음 시행한다. 

먼저, 수사 및 법률 지원이다. 형사 소송 및 민사 소송 등 고소를 했을 때, 고소장 작성부터 수사 동행 등 어려운 부분을 피해지원팀에서 맡는다. 특히 상황이 반복되는 느낌을 겪는 피해자들의 정서를 돕고, 경찰서 출석을 함께하는 ‘지지동반자’를 함께하고 있다.

두 번째는 앞서 소개한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이며, 세 번째는 심리 및 정서 지원이다. 센터에서는 피해 접수부터 일상회복까지의 전 과정에 대한 심리 상담을 지원한다. 

이효정 센터장은 “디지털성범죄의 특성상 한번 유포되면 삭제가 어렵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불안과 정서적으로 매우 힘든 상태에서 지원을 요청하시는 경우가 많다. 이를 지지하고 피해자를 안심시키며 또한 함께 이 상황을 해결해 나갈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저희 센터에서는 전문가와의 상담 등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담실.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해 심리 및 정서를 지원한다.
상담실.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해 심리 및 정서를 지원한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이와 함께 일상회복 지원도 병행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은 피해 상황을 알게 되면 일상생활이 힘든 경우가 대다수다. 왜냐하면, 인격 살인을 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시의 다양한 자원을 연계하여 일자리, 아이 돌봄 등 일상회복을 돕기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중심으로 연계한다.

마지막으로 자원 연계이다. 자원 연계는 앞서 말한 4가지 지원이 잘 이뤄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의료, 상담, 법률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관련 전문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연계한다. 그런 자원들을 서울시와 함께 지원하고 있다.
직원 휴게실. 직원들의 스트레스도 상당하기에, 휴게실을 조성해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다.
직원 휴게실. 직원들의 스트레스도 상당하기에, 휴게실을 조성해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이러한 일을 묵묵히 감내하는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사명감'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불법촬영물을 직접 모니터링하고 삭제까지 하는 과정에서 직원들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을 듯하다. 

이에 대해 이효정 센터장은 "심리지원 전문가를 통해 직원들이 피해자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소진되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고 휴게실과 야외정원을 별도로 구성하여 스트레스가 누적되지 않도록 업무환경을 조성하였다"고 전했다.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사무실 공간.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사무실 공간.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저도 처음부터 큰 의미를 가지고 일했던 건 아니에요. 하다 보니까 책임감, 사명감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 거죠. 왜냐하면 피해자 분한테는 일생일대 가장 중요한 사건이고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막강한 사건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준비되고, 전문성이 있어야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피해 사건 내용을 듣고, 피해가 있었으니까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는 설득의 과정,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이죠. 단순 상담이나 피해자가 아니라 같은 팀이라는 생각으로 사건을 해결해보자 하는 마음가짐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피해지원팀 이희정 팀장의 이야기에서 일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이 느껴진다. 
직원 휴게실. 직원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근무하고 있다.
직원 휴게실. 직원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근무하고 있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인터뷰 말미, 이희정 피해지원팀 팀장은 ‘네 잘못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희정 팀장은 “수많은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는 자신을 자책한다”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가해자가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면 모든 사람이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누군가의 정서적 지지가 중요합니다. 지지가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항상 말합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어렵고 힘든 일이 닥쳤지만,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혼자 계시지 않고, 전화나 카톡을 통해 저희와 의논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어쩌면 뫼비우스의 띠다. 불법촬영물을 삭제해도 어딘가에서 확대 재생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내려면,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희정 팀장의 말처럼, 피해자는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피해자의 잘못도 아니다. 함께 고민하면 풀어낼 수 있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는 항상 기다리고 있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 위치: 서울시 동작구 여의대방로54길 18 서울여성가족재단 3층
○ 교통: 대방역 3번 출구에서 150m
○ 전화상담: 02-815-0382(월~금요일 10~17시, 점심시간 12~13시) / 02-1366(휴일 및 야간)
○ 이메일 상담: 8150382@seoulwomen.or.kr
홈페이지

시민기자 조수연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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