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피해 막으려면, 안심(03)하고 빨리(82) 신고해 주세요!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2.05.09. 14:50

수정일 2023.11.07. 14:25

조회 3,771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통합 지원하는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윤혜숙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통합 지원하는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윤혜숙

“인터넷 채팅방에서 대화하는데 음란물 사진을 저에게 보내고 성적인 얘기를 하며 성적으로 저를 계속해서 괴롭혀요. 괴로워 죽겠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것은 디지털성범죄 피해 사례다. 사이버 성폭력 및 성희롱에 해당하며, 사이버상에서 성적인 내용의 음성이나 문자로 괴롭히는 범죄행위를 가리킨다. 이럴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해답은 다음과 같다. “사이버성폭력으로 신고하고 처벌받게 할 수 있습니다. 단톡방에서 얘기를 나눈 내용을 캡처한 자료가 필요하며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아동·청소년의 몸을 이용한 성착취물의 경우 「아동·청소년이용 성착취물의 제작·배포 등」 관한 법률에 따라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로 신고할 수 있습니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에서 만난 이효정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런데 정작 나에게 닥친 일이라면 정신적인 충격으로 매뉴얼에 나온 대로 침착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럴 때 내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믿을만한 기관이 있다면 어떨까? 
디지털성범죄 피해가 접수되면 일대일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진다.ⓒ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디지털성범죄 피해가 접수되면 일대일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진다.ⓒ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인터넷의 발달,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고 실시간 정보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과거엔 성범죄가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폭력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디지털상의 성범죄가 만연하고 있다. 디지털성범죄는 가해자가 영상을 유포한다면 그것이 삭제되지 않는 한 인터넷상에 돌고 돌면서 계속 피해자를 괴롭힌다. 이것은 피해자에겐 인격살인이라 할 만큼 정신적 충격이 크다. 디지털성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이를 인지해도 당장 어떻게 해야만 할지 속수무책이다. 그럴 때 혼자 끙끙대면서 고민하지 말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이러한 때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고 하니 반갑다. ☞ [관련기사] "쇼핑몰 모델 제안하더니" 디지털 성범죄 피해 830건 지원

지난 2019년 9월부터 서울시 지원으로 나무여성인권상담소에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사업으로 ‘찾아가는 지지동반자’를 운영하고 있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여 일상 회복에 이르기까지 연계해주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영상물이 남아 있는 한 피해자의 온전한 회복을 바라기는 쉽지 않았다.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는 영상물 삭제까지 포괄하는 지원을 위해서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가 나섰다. 나무여성인권상담소에서 하던 피해자지원사업을 흡수하여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원스톱으로 통합지원하고 있다.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위탁운영하고 있다. 직접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를 방문해 어떤 절차를 거쳐서 피해자를 지원하는지 자세히 알아보았다.
삭제지원실. 피해자의 영상을 삭제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업하고 있다.ⓒ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삭제지원실. 피해자의 영상을 삭제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업하고 있다.ⓒ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피해 사례가 접수되면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는 피해유형별로 일대일 맞춤형 설계를 착수한다. 여기에 5가지 지원체계가 맞물려서 작동한다. 먼저 수사 및 법률을 지원한다. 피해 사례에 따라 때론 가해자를 형사, 민사상으로 고소할 수도 있다. 이때 피해자가 고소장을 작성하고 경찰 진술 등을 해야 한다. 하지만 피해자가 법률에 문외한이라면 혼자 대응하기 어렵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에서는 고소장 작성을 도와주거나 경찰서를 방문해서 진술할 때 동행하는 등 최대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피해자와 함께 한다.

또한 디지털성범죄 영상물 삭제를 지원한다. 디지털성범죄가 형사소송사건으로 진행될 경우 범죄가 노출된 영상물을 채증해야만 한다. 증거자료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상물을 삭제지원팀으로 이관한다. 현재 삭제요청을 의뢰할 수 있는 기관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한국여성인권진흥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그리고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와 인천, 경기, 성남 등의 지역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는 센터 내에 별도로 삭제지원실을 만들어 선제적 삭제지원과 피해지원 삭제를 병행하고 있다.
상담실.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목표로 지원한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상담실.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목표로 지원한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셋째, 피해자의 심리 정서를 지원한다. 피해자가 피해를 접수한 시점부터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는 피해자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를 봐서 필요하다면 전문상담기관이나 의료기관 등과 연계해준다.

넷째,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지원한다. 디지털성범죄에 노출된 피해자는 정신적인 충격이 커서 때론 본인의 삶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그래서 하던 일을 그만 두는 경우도 많다. 그런 피해자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주거나 자녀가 있어서 돌봄이 필요하면 돌봄기관과 연계하는 등 세심하게 지원해 준다.

마지막으로 자원 연계가 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센터가 독자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에 서울시는 5월 9일 한국여성변호사회, 한국상담심리학회, 보라매병원과 업무 협약을 맺고, ‘디지털 성범죄 전담 법률‧심리치료 지원단’ 100명을 구성한다. 피해자들이 이곳저곳을 헤매지 않고 긴급 상담부터 고소장 작성, 경찰 진술동행, 법률‧소송지원, 삭제지원, 심리치료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이효정 센터장은 피해자에게 재빨리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로 연락해 달라고 당부한다.ⓒ윤혜숙
이효정 센터장은 피해자에게 재빨리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로 연락해 달라고 당부한다.ⓒ윤혜숙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안심(03)하고 빨리(82)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로 연락해 주세요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이효정 센터장

이효정 센터장은 “센터의 목표는 피해자 한 분 한 분의 일상 회복에 있습니다. 피해자의 사건에 깊이 개입하니깐 피해자의 삶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피해자가 처한 상황에 공감하고 전문성을 갖고 지원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이효정 센터장은 피해자에게 꼭 해주고 싶은 당부의 말이 있단다. 두 가지였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피해자는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자책한다. “내가 그 자리에 가지 않았더라면, 내가 촬영에 동의하지 않았더라면.” 피해자가 자책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대신 빨리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로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게 문제 해결로 나아갈 수 있다. 영상물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기 전 가능한 한 빨리 영상물을 삭제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는 혼자가 아니다. 주위에 가족이나 친밀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들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말하기 쉽지 않다. 이럴 땐 차라리 전문기관에 연락하는 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센터의 직원들은 피해자를 적극 도와줄 지지자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의 전화번호가 815-0382인 것도 피해자의 빠른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안심(03)하고 빨리(82) 연락해주세요”라는 뜻이다.
지지자는 피해자의 심리 정서적 안정을 우선적으로 지원한다.ⓒ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지지자는 피해자의 심리 정서적 안정을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이희정 피해지원팀장은 피해자와 직접 만나 상담을 하고 있다. 그는 “디지털성범죄 피해 사례 중에서 영상물 유포로 인한 피해가 가장 해결하기 어려워요”라면서 “영상물을 조회한 숫자만큼 피해가 늘어나는 거여서 피해자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설 때가 많아요”라고 어렵사리 대답한다. 

그는 피해자를 지원하면서 때론 무기력감이 생긴다고 말한다. “피해자, 지지자 모두 힘들어요. 하지만 이런 무기력감이 디지털성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원하는 바일 것 같아서 얼른 마음을 추스르려고 노력합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표정에서 피해자를 걱정하는 마음이 드러나서 순간, 함께 숙연해졌다.

이희정 피해지원팀장은 “피해자가 자신의 삶을 잘 조절해서 살아갈 때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한다. 이어서 “가해자가 검거되거나 합당한 처벌을 받으면 피해자가 정서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어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어요”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는 “디지털성범죄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유포되고 확산되고 있어요. 따라서 국내 관계 기관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공조도 필요해요”라면서 목소리를 높인다. 
직원 휴게실. 지지자의 심리 정서 지원도 고려한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직원 휴게실. 지지자의 심리 정서 지원도 고려한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는 예방 차원에서의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디지털성범죄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어릴 적부터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있어서 디지털성범죄 환경에 노출될 여지가 많다. 그런 점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평소 디지털성범죄를 인지하고 있다면 누구든 재빠른 대응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에서 '지지동반자0382' 일대일 채팅으로도 피해를 접수할 수 있다. ⓒ카카오톡 '지지동반자0382'
카카오톡에서 '지지동반자0382' 일대일 채팅으로도 피해를 접수할 수 있다.ⓒ카카오톡 '지지동반자0382'

지난 3월 29일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가 개소하고 한 달여가 지났다. 지금 센터는 다양한 경로로 디지털성범죄 피해를 접수하고 있다. 방문, 전화, 카카오톡, 메일 등이 있다. 피해자가 요청하면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직원이 피해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기도 한다. 피해 접수는 전화가 가장 많다고 한다. 피해 접수 후 피해자와 지속 상담 시 유선 전화 외 카카오톡, 문자, 메일 등의 비율이 많아지고 있다.

이효정 센터장은 “디지털성범죄를 인지했다면 최대한 빨리 피해를 신고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영상이 더 유포되기 전에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라면서 피해 사례가 발생 시 지체하지 말고 얼른 센터로 연락할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그게 센터장을 비롯한 센터 직원들 모두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다.  
기간이 오래 걸려도 피해자의 영상이 완전 삭제되어야 끝난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기간이 오래 걸려도 피해자의 영상이 완전 삭제되어야 끝난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디지털성범죄는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다. 영상을 삭제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같은 영상이 누군가에 의해 어디선가 공유되고 있을 수 있다. 현재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에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추적해서 선제적 삭제를 진행하고 있다. 2개월 뒤 경찰청과 연계하면 지금보다 더 수월하게 삭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디지털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디지털성범죄도 진화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성범죄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피해자를 통제하고 조종하는 디지털 그루밍까지 등장했다. 디지털성범죄에 맞서 서울시가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의 문을 열었으니 누구든 안심하고 센터에 도움을 요청하자. 당신을 기다리는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직원들이 당신의 지지자가 되어서 당신을 적극 도와줄 것이다.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 위치: 서울시 동작구 여의대방로54길 18 서울여성가족재단 3층
○ 교통: 대방역 3번 출구에서 150m
○ 전화상담: 02-815-0382(월~금요일 10~17시, 점심시간 12~13시) / 02-1366(휴일 및 야간)
○ 이메일 상담: 8150382@seoulwomen.or.kr
홈페이지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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