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의 길' 따라 온 가족 역사답사 어때요?

시민기자 방금숙

발행일 2022.05.04. 13:51

수정일 2022.05.04. 13:59

조회 1,413

서울역사편찬원, '2022 초등 자녀와 함께하는 가족답사' 참여기
4월 30일 오후 1시 참가자들이 집결장소인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앞에 모였다.
참가자들이 집결장소인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앞에 모였다. ⓒ방금숙

서울역사편찬원은 서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2022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하는 가족답사'를 총 3회에 걸쳐 계획했다. 그 중 첫 번째인 '대한제국의 역사를 따라'는 덕수궁, 정동, 구 러시아공사관, 중명전 등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지난 4월 30일 열렸다. 걷기 좋은 봄날, 서울 한복판을 걸으며 대한제국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역사 탐험에 동행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성공회성당인 서울주교좌대성당에 가는 길
우리나라 대표적인 성공회성당인 서울주교좌대성당에 가는 길 ⓒ방금숙

토요일 오후 1시, 시청역 3번 출구 앞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앞으로 참가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각 회차별로 100여 가족이 신청했을 만큼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이번 답사는 추첨을 통해 총 10가족이 선정됐다. 간단한 인사와 행사 소개를 가진 후 답사팀은 첫 방문지인 성공회 서울대성당과 경운궁 양이재로 발길을 옮겼다.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게 제작된 답사노트와, 송수신기, 기념품 등을 배부 받았다.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게 제작된 답사노트와, 송수신기, 기념품 등을 배부 받았다. ⓒ방금숙

이날 답사는 역사 전문가인 강원대학교 장경호 연구원이 해설을 맡았다. 이어폰을 연결해 자유롭게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송수신기를 배부받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특별히 제작된 '답사노트'도 나눠주며 역사 현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로마네스크 양식과 기와지붕 등 한국전통 건축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성공회성당 외관
로마네스크 양식과 기와지붕 등 한국전통 건축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성공회성당 외관 ⓒ방금숙
성당 옆에 위치한 근대식 교육기관 경운궁 양이재
성당 옆에 위치한 근대식 교육기관 경운궁 양이재 ⓒ방금숙

이번 답사의 백미는 조선 왕조 마지막 대표 궁궐이자 대한제국 역사와 함께 수난을 겪었던 ‘덕수궁’이다. 덕수궁의 옛 이름은 ‘경운궁’. 본래 덕수궁은 지금보다 세 배 이상 넓었고, 정문도 대한문이 아니라 지금은 사라진 남쪽 대문 ‘인화문’이었다고 한다. 1907년 왕위에서 물러난 고종황제가 이곳에 머물렀고 순종 때 아버지인 고종의 장수를 빈다는 의미에서 ‘덕수궁’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조선 왕조의 마지막을 함께한 궁궐인 덕수궁에서 참가자들이 해설을 듣고 있다.
조선 왕조의 마지막을 함께한 궁궐인 덕수궁에서 참가자들이 해설을 듣고 있다. ⓒ방금숙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 ⓒ방금숙

고종은 조선의 26대 왕(1852~1919)으로 12세 어린 나이에 왕이 되어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에게 정치를 맡기다, 22살이 되면서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직접 정치를 했다. 왕비인 명성황후와 함께 나라를 근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나라 이름을 ‘대한제국’으로 바꿔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지만, 을사조약으로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비운의 군주이기도 하다. 
선조가 덕수궁 터에 임시로 머물 때 지은 즉조당과 준명당
선조가 덕수궁 터에 임시로 머물 때 지은 즉조당과 준명당 ⓒ방금숙
동서양의 건축 양식이 조화를 이룬 정관헌 앞 모형
동서양의 건축 양식이 조화를 이룬 정관헌 앞 모형 ⓒ방금숙

답사팀은 덕수궁의 정전으로 국가적 행사가 열렸던 중화전부터 고종의 침전인 함녕전과 손님을 맞이했던 덕홍전, 정관헌, 석어당, 준명당, 즉조당 등을 차례로 돌며 역사 이야기를 들었다. 서양식 정자인 정관헌은 고종이 외교사절단을 맞아 연회를 열었던 '커피숍' 같은 곳이다. 고종의 입맛을 사로잡은 '가배(커피)'와 이를 둘러싼 음모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덕수궁은 엄숙한 분위기보다 공원처럼 편안한 분위기로 많은 이들이 찾는다.
덕수궁은 엄숙한 분위기보다 공원처럼 편안한 분위기로 많은 이들이 찾는다. ⓒ방금숙

1910년에 완성된 대한제국의 대표적인 서양식 석조건물로 봄 데이트 명소로 이름난 '석조전'도 자유롭게 둘러보았다. 지층 전시실에서는 고종의 근대적 개혁과 대한제국의 신문물, 석조전 복원기 등의 전시를 볼 수 있다. 침실, 서재, 접견실 등을 갖춘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 내부는 인터넷 사전예약 후에만 관람이 가능하다고 해 지하 전시만 보고 다음을 기약했다. 
침실과 집무실, 응접실이 한 건물에 있는 서양식 궁전의 모습을 띈 석조전
침실과 집무실, 응접실이 한 건물에 있는 서양식 궁전의 모습을 띈 석조전 ⓒ방금숙
석조전 내부는 사전예약 후 해설관람이 가능하며 지하 전시실은 자유관람을 할 수 있다.
석조전 내부는 사전예약 후 해설관람이 가능하며 지하 전시실은 자유관람을 할 수 있다. ⓒ방금숙

이어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다가 '운교' 터에 멈춰 섰다. 필자도 정동으로 이어지는 돌담길을 자주 다녔지만 이곳에 궁과 러시아공사관을 오가기 위한 다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현재 운교는 사라졌지만 조금 튀어나온 돌들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실감났다. 
답사팀이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고 있다.
답사팀이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고 있다. ⓒ방금숙

정동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살았다. 서양인들이 배를 타고 인천에 도착한 뒤 서울로 들어오는 길에 위치하고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조선의 외교 시설들이 대부분 이 곳에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 최초로 세워진 외국 공사관인 ‘구 미국공사관’,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 교회 ‘정동교회’ 등을 비롯해 최초 타이틀을 단 의미있는 장소가 주변에 많다. 
덕수궁 돌담길부터 구 러시아공사관에 이르는 120m의 고종의 길
덕수궁 돌담길부터 구 러시아공사관에 이르는 120m의 고종의 길 ⓒ방금숙

구 미국공사관을 지나 아관파천의 현장인 120m의 짧은 '고종의 길'을 걸어 ‘구 러시아공사관’에 도착했다. 현재는 3층 전망탑만 남아 있지만 정동공원으로 조성돼 있어 차분히 앉아 그 시절을 회상해 볼 수 있었다. 
정동공원 모습, 구 러시아공사관은 언덕 위로 3층 전망탑만 남았다.
정동공원 모습, 구 러시아공사관은 언덕 위로 3층 전망탑만 남았다. ⓒ방금숙

다음 일정으로 고종 때 외교관 모임 장소였던 '손탁호텔' 터와 그 앞에 자리한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을 방문했다. 이화학당 창립 120주년을 기념해 2006년 개관한 이화박물관은 3층 규모로, 유관순 열사가 다닐 때의 옛 교실과 유물 등 시대를 앞서간 여성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이화학당 120주년을 기념해 개장한 이화박물관(심슨박물관) 외관
이화학당 120주년을 기념해 개장한 이화박물관(심슨박물관) 외관 ⓒ방금숙
이화박물관에 전시된 유관순 열사 명예졸업장
이화박물관에 전시된 유관순 열사 명예졸업장 ⓒ방금숙

마지막 일정인 붉은 벽돌로 된 2층집 ‘중명전’에 도착했다. 덕수궁의 별채로 황실도서관으로 지어진 중명전은 1904년 덕수궁이 불탄 후에 고종의 집무실로 사용된 건물이다. 내부에는 1905년 당시 대한제국이 일본에 외교권을 빼앗긴 을사늑약 체결 모습이 실감나게 재현돼 있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라를 잃은 아픔이 서린 역사적 장소에는 답사팀 외에도 주말 오후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중명전은 덕수궁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물이다.
중명전은 덕수궁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물이다. ⓒ방금숙

장경호 연구원은 “세세한 역사적 사실을 다 기억하진 못하더라도 앞으로 오늘 둘러본 곳들이 생각이 날 것”이라며 “초등학생 참가자들이 대학생 못지 않게 역사에 관심이 많고 질문도 훌륭해서 놀라웠다”며 끝인사를 전했다. 
을사늑약이 강제로 맺어진 장소로 대한제국의 아픔이 서린 곳이다.
을사늑약이 강제로 맺어진 장소로 대한제국의 아픔이 서린 곳이다. ⓒ방금숙

4시간 정도의 도보 답사가 초등학생들에겐 조금 벅차기도 했지만, 답사를 모두 마친 아이들의 뿌듯함은 더욱 컸던 것 같다. 어른인 필자에게도 무심코 지나쳤던 도심 속 공간들이 지금의 서울이 있기까지의 수많은 역사를 담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 하루였다. 무엇보다 자녀와 함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덕수궁과 대한제국을 알아본 이번 답사에 이어, 이달 7일에는 '조선시대 역사 터'를, 14일에는 '한성백제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초등학생을 둔 가족들에게 잊지 못할 역사 나들이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밖에 서울역사편찬원은 매달 시민과 함께하는 서울역사문화답사도 진행하고 있다. 답사 참여 신청은 서울역사편찬원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서울역사편찬원

서울역사편찬원 홈페이지
○ 문의 : 02-413-9511

시민기자 방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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