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시외 노선 연장 시 효율적인 방법은?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1.02.16. 15:25

수정일 2021.02.17. 16:11

조회 8,361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182) '평면환승'으로 불편은 줄이고 운행효율은 높이고

서울지하철처럼 도시 안에 설치된 철도를 도시철도라고 부른다. 도시 내 이동 수요를 처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생활권이 서울시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광역화가 이루어지면서 철도도 이에 맞추어 서울시 바깥으로 나갈 필요성이 생겼다. 

이런 관점에서 생긴 대표적인 철도가 90년대 경기도내 1기 신도시 건설에 맞춰 지어진 일산선과 과천선이다. 주목할 점은 이들 철도가 기존의 서울지하철인 3호선, 4호선과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열차는 양 노선을 연속하여 달린다. 이렇게 서로 다른 노선을 연결하여 한 노선처럼 운행하는 것을 ‘직결(直結)운행’이라고 한다.

2기 지하철인 5~8호선 건설 시에는 이 같은 시외 직결운행 정책이 소강상태에 들어갔고, 노선은 시계(市界)에서 끝나는 형태로 지어졌다. 하지만 지속적인 수도권 광역화로 인해 교통 혼잡이 갈수록 심해졌고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차들로 서울시내까지 혼잡한 상황이 되자, 서울지하철의 시외 연장이 다시 추진되었다. 

그 첫 타자가 바로 지난 2012년 개통된 7호선의 부천-부평 연장이었다. 이후에도 서울지하철의 시외 연장은 꾸준히 추진되어, 작년에 5호선 상일동-하남풍산 구간이 개통되었고(올해 하남검단산까지 전 구간 개통 예정), 현재 4호선 당고개-진접, 7호선 도봉산-옥정, 8호선 암사-별내 등이 공사 중이다. 이밖에도 3호선의 하남교산신도시 연장이 확정적이고, 6호선 구리시·남양주시 연장과 9호선 하남시 연장도 구상 중이다. 

이렇게 지하철이 시외로 연장되면 승객들 입장에서는 갈아탈 필요가 없고, 서울지하철의 널찍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데다가, 서울지하철이 들어오는 지역이라는 홍보 효과가 막대하여 널리 선호되었다.

하지만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입장에서는 시외 연장에 따른 부담도 크다. 

첫째, 최초 건설비는 노선이 지나가는 지자체들이 분담하지만, 이후 추가로 들어가는 유지보수비나 운영비를 서울시가 떠안는 경우가 많다. 지차체 간 협상을 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어 적기에 개선 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둘째, 이동시간 증가로 야간 정비시간 부족, 승무원 운영 곤란 등의 이유로 장거리 운행에 부담이 따른다. 
셋째, 비용절감을 위해 시외 구간의 무리한 시설 축소(유치선 없음, 복선 대신 단선 설치 등)을 야기한다. 
넷째, 시외 구간의 운행 중단 사고가 발생하면 시내 구간 운행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반대도 마찬가지)

코로나19로 인해 지하철 경영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태에서 서울시는 더 이상 현재와 같은 방식을 유지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지난 9일 서울시는 "시외 구간의 지하철은 해당 지자체에서 별도로 운행하는 방식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이 방식이 전혀 생소한 것은 아니다. 이미 국내에도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9년에 개통된 김포도시철도이다. 김포시의 시민들은 자체 지하철인 김포도시철도를 타고 김포공항역까지 와서, 5호선이나 9호선 같은 서울지하철로 갈아탄다.

서울도시철도와 김포도시철도가 별개로 운행되므로 장거리 운행에 따른 부담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혹시 열차 운행이 중단되었을 때도 그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다. 실제로 김포도시철도는 작년 12월 21일 월요일 퇴근시간에 차량고장으로 3시간이나 운행이 중단된 적이 있었지만, 5호선과 9호선은 문제없이 정상 운행되었다. 
서울시 경계 평면환승역 개념도 ⓒ한우진
서울시 경계 평면환승역 개념도 ⓒ한우진
현행 김포공항역의 9호선-공항철도 평면환승 사례 ⓒ한우진
현행 김포공항역의 9호선-공항철도 평면환승 사례 ⓒ한우진

하지만 승객 입장에서는 시 경계 환승역에서 매번 갈아타야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특히 환승통로가 길기라도 한다면 불편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서울시가 제안한 것이 경계역에서 ‘평면환승’을 하는 것이다. 평면환승이란 승강장에서 계단으로 이동해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아니라, 승강장의 맞은편에서 다른 열차를 타는 것을 말한다. 현재 김포공항역의 9호선과 공항철도는 하나의 승강장을 함께 쓰고 있는데 이게 바로 평면환승이다.

시내 열차와 시외 열차의 종착역간 평면환승 사례가 국내에도 이미 있었다. 바로 4호선(안산선)과 수인선의 환승역인 오이도역이다. 서울에서 4호선 열차를 타고 시흥시 오이도역에 내리면 맞은편 플랫폼에 오이도역에서 인천역으로 가는 수인선 열차가 대기하고 있는 방식이 과거에 시행되었다.

이렇게 두 노선이 동일한 종착역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열차 운행은 따로 하면 효율적으로 서울 시계-시외 철도를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와는 달라지는 방식인 만큼 승객의 불편을 줄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오이도역의 종착역 평면환승 사례(왼쪽 수인선, 오른쪽 4호선) ⓒ한우진
오이도역의 종착역 평면환승 사례(왼쪽 수인선, 오른쪽 4호선) ⓒ한우진

이에 따라 서울시가 제시한 ‘평면환승’ 원칙에 더해 필자가 추가로 몇 가지 세부원칙을 제시해 본다. 

1. 경계역의 평면환승은 양방향 모두 이루어져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 도심방향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출근시간대의 시간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예: 부산 1호선과 노포양산선(예정)의 노포역 평면환승은 도심방면만 이루어지도록 건설 중)
2. 평면환승 시 환승거리 단축도 중요하지만, 환승시간 단축도 중요하다. 열차 도착 후 내리면 맞은편 열차로 갈아타서 바로 출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승강장에서 대기하는 환승낭비시간이 없도록 해야 한다.
3. 별도로 운행될 경우 시외구간은 설비비 절감을 위해 단편성(예: 10량 대신 4량) 열차로 운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열차를 자주 운행하여 혼잡도 상승을 막고, 승객들의 열차 대기 시간도 줄여주어야 한다.
4. 별도로 자히철을 운행하는 만큼 해당 지자체의 사정과 특색에 맞는 운영체계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예: 시외 구간 무인운전)
5. 자체 지하철 운영사를 보유한 인천시와 달리, 경기도는 아직 철도 운영 기술이 부족하므로 서울시가 아낌없이 기술협력과 전수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서울시가 제시한 평면환승 방식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계역에서 양방향 회차를 하려면 회차선과 승강장을 추가해야 하는 등 역 규모가 커져야 한다. 특히 종전에는 일부 열차만 회차를 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모든 열차가 회차를 해야 하면서 시간 낭비가 생긴다. 회차를 하는 시간에는 승객 수송을 못하기 때문에 수송력이 떨어지고 원가 대비 수익이 줄어든다. 직결운행을 할 때는 없었던 문제점이다.

특히 지하역을 확장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들고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서, 잘못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다. 서울시는 현재 시행 중인 직결운행 방식을 계약기간이 끝나면 평면환승 방식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난관이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하여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시민의 이동 편리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서울시의 노력도 중요할 것이다. 

시민기자 한우진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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