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찐 감동! 한국 최초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를 찾아서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21.08.05. 13:31

수정일 2021.08.05. 16:25

조회 3,232

손기정체육공원 내 청동투구를 든 손기정 선수 동상, 표정이 나라 잃은 슬픔을 대변하는 듯하다.
손기정체육공원 내 청동투구를 든 손기정 선수 동상, 표정이 나라 잃은 슬픔을 대변하는 듯하다. ⓒ최용수

“나는 오늘까지 세계를 제패한 손기정, 남승룡 군으로 인해 세 번 울었다. 조선 사람이면서도 조선인 행세를 못해 가슴에 붙인 일장기를 컴컴한 방안에서 신문을 통해 보면서 가슴 아파 울었다.” 
1936년 8월 9일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2시간29분19초2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한 손기정 선수에 대한 김구 선생의 고백이다.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우승에 대한 유명인사들의 감흥들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우승에 대한 유명인사들의 감흥들 ⓒ최용수

도쿄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이다. 총 33개 종목 중에서 가장 상징적인 종목 하나를 고르라면 '마라톤'을 꼽기에 주저함이 없을 것 같다. 올림픽 경기 중에서 마라톤이 주는 상징성이 그만큼 큰 까닭이다. 42.195km의 마라톤 코스, 혼신의 힘을 다해 레이스를 펼치고 골인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마라톤 우승 시상식에서 월계관기념수로 일장기를 가린 손기정 선수
마라톤 우승 시상식에서 월계관기념수로 일장기를 가린 손기정 선수 ⓒ최용수

더구나 나라 잃은 망국의 한을 가슴에 묻고 달려온 우승자라면 그 감격이 어땠을까. 바로 제11회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 선수의 이야기다.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1936년 8월 9일, 그는 ‘2시간 29분 19초 2’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2위를 한 선수보다 무려 1분 56초가 앞선 대기록이었다. 더구나 골인 직전 마지막 100m는 12초대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질주해 세상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망국의 한과 독립 의지가 내면에서 용솟음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시상대에 선 손기정, 달리는 손기정, 청동투구, 손기정동상(왼쪽부터)
시상대에 선 손기정, 달리는 손기정, 청동투구, 손기정동상(왼쪽부터) ⓒ최용수

그날의 감격을 고스란히 되돌아볼 수 있는 곳이 서울이 있다. 만리동에 있던 양정고등보통학교 자리에 있는 들어선 손기정체육공원이다. 넓이 2만 9682㎡의 이 공원은 재정비를 끝내고 지난해 10월 다시 문을 열었다. 손기정체육공원은 손기정기념관과 야외전시장, 러닝러닝(running, learning)센터, 러닝트랙, 다목적운동장, 어린이도서관, 게이트볼장, 전망쉼터 등으로 조성됐으며 딱봐도 정갈한 모습이었다. 
손기정체육공원에 있는 손기정기념관, 현재는 코로나19 거리두기로 휴관 중이다.
손기정체육공원에 있는 손기정기념관, 현재는 코로나19 거리두기로 휴관 중이다. ⓒ최용수

이곳 체육공원 중앙 높은 곳에는 손기정기념관이 있다. 제1, 2전시실로 나눠지며, 바닥에 표시된 트랙을 따라 관람하게 된다. 베를린올림픽 금메달 수상 시 머리에 썼던 월계관, 영상 다큐, 손기정 선수와 관련된 각종 기록물 등을 만날 수 있다. 올림픽 마라톤 우승 부상인 청동투구를 돌려받기 위해 고인이 썼던 서신, 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사용했던 여권 등도 인상적이다. 현재는 코로나19로 관람이 제한되지만, 야외공원에서 다른 손기정을 만날 수 있다. 
손기정기념관 제1전시실에 손기정선수의 월계관이 전시돼 있다.
손기정기념관 제1전시실에 손기정선수의 월계관이 전시돼 있다. ⓒ최용수

1. 손기정 동상과 청동 투구(보물 제904호)

손기정기념관 옆 야외공원에는 동상과 투구, 월계수 나무, 심훈 시비, 무궁화 꽃밭 등이 자리했다. 이마에는 월계관을, 양손으로는 청동투구를 살포시 감싼 손기정 동상이다. 곁으로 다가가니 우승 당시의 거친 숨소리와 함성이 들리는 것 같다. 청동투구는 마라톤 우승자의 특별한 부상이다. 당시 독일올림픽위원회는 투구를 반환하지 않고 있다가 서울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반환여론이 모아지자 1986년 반환 받았다. 마라톤 우승의 부상이라는 특별한 가치를 평가받아 서양 유물로는 최초로 보물(제904호)로 지정되었다. 
손기정기념관 야외공원에 있는 손기정 선수와 청동 투구 동상
손기정기념관 야외공원에 있는 손기정 선수와 청동 투구 동상 ⓒ최용수

2.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서울시 기념물 제5호)

손기정 동상에서 내려오면 왼편으로 하늘로 치솟은 거목 하나가 있다.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다. 이 나무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이 당시 독일 총통 히틀러로부터 받은 월계수나무다. 원래 올림픽의 월계관은 그리스 지중해 부근에서 자라는 잎이 달린 월계수 가지로 만들었으나, 베를린올림픽에서는 미국 참나무 가지를 사용했다. 하여 이곳에 있는 월계관수 역시 월계수가 아니라 당시에 받은 참나무라고 한다. 
기념관 옆 야외공원에서 자라는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
기념관 옆 야외공원에서 자라는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 ⓒ최용수

3. 마라톤 우승에 대한 심훈의 즉흥시비

“오 오, 나는 외치고 싶다!
마이크를 쥐고 전세계의 인류를 향해서 외치고 싶다!
인제도 인제도 너희들은 우리를 약한 족속이라고 부를 터이냐!”
1936년 8월 10일 새벽, 손기정 선수의 금메달 낭보가 실린 조선중앙일보의 호외에 실린 심훈이 쓴 즉흥시 ‘오 오, 조선의 남아여!’의 내용이다. 손기정의 금메달 소식에 감격한 심훈은 이렇게 즉흥시를 남겼다. 그 해 9월 16일 병으로 사망했으니 즉흥시는 심훈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손기정 선수 우승에 대한 심훈의 즉흥시비
손기정 선수 우승에 대한 심훈의 즉흥시비 ⓒ최용수

손기정체육공원은 이처럼 볼거리도 많지만 무엇보다 산책로와 러닝 트랙, 운동시설, 쉼터 등이 있어 운동하기에 좋다. 코로나19로 인해 강화된 거리두기는 더운 여름을 더 덥게 한다. 이럴 때 실내보다는 도심 공원을 찾는 것도 피서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손기정기념관 제2전시실, '나는 결코 일본 사람일 수 없다' 영상
손기정기념관 제2전시실, '나는 결코 일본 사람일 수 없다' 영상 ⓒ최용수

며칠 후면 광복절이다.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에게 희망과 독립의지를 고취시켰던 손기정 선수를 다시 만난다면 더욱 의미 있는 광복절이 되지 않을까. 이달에 손기정체육공원을 소개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방역수칙은 잘 지키면서 꼭 한번 방문해보자. 
손기정 선수는 마라톤을 통해 민족의 자긍심을 드높였다.
손기정 선수는 마라톤을 통해 민족의 자긍심을 드높였다. ⓒ최용수

■ 손기정체육공원

※손기정기념관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임시휴관 중입니다.
○ 위치: 서울시 중구 손기정로 101 (만리동2가)
○ 교통: 지하철 1,4호선 서울역 3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 입장료 : 무료
○ 문의: 02-313-7985

시민기자 최용수

두 발로 쓰는 서울 그 이야기 . .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