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페트병 모아 친환경 선물 받아볼까? 자원순환가게 페트리 이벤트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1.07.14. 14:17

수정일 2021.07.20. 14:40

조회 5,899

분리된 생수병 뚜껑, 속뚜껑이 없다.
분리된 생수병 뚜껑, 속뚜껑이 없다. ⓒ김윤경

“보세요. 확실히 다르죠?”
페트리(PETREE)의 박승일 대표가 말했다. 그가 보여준 페트병과 뚜껑은 저마다 색깔은 물론 재질도 달랐다. 듣고 보니 같은 병이라도 생수병은 부드럽고 압력을 견디는 탄산수병은 딱딱했다. 간혹 뚜껑 안에 속 뚜껑이 있는 것도 있다.
6월 서울혁신파크에 생긴 자원순환가게 페트리 외관
6월 서울혁신파크에 생긴 자원순환가게 페트리 외관 ⓒ김윤경

지난 6월 말, 서울혁신파크 정문 옆 엠브레인 파빌리온에 새로운 가게가 생겼다. 예전 무포장가게 ‘쓸’이 있던 자리다. ‘당신의 용기를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써진 입구에는 페트병 자원수집기와 친환경 제작 티셔츠가 놓여 있다. ‘용기’는 짐작대로 용기와 빈 용기, 2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친환경 티셔츠가 놓여 있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실로 만든 친환경 티셔츠가 진열돼 있다. 티셔츠는 그린앤프로덕트에서 제작했다. ⓒ김윤경

이곳, 페트리는 페트병을 모아오면 분류해서 각 플라스틱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사업체로 전달하는 O2O(online to offline)자원 순환 플랫폼이다. 서울혁신파크,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협업하여 시민에게 홍보 등을 하기 위해 자원순환가게인 페트리가 입점했다.
페트리 자원순환가게 내부 모습
페트리 자원순환가게 내부 모습 ⓒ김윤경

“시민들이 분리수거 가치를 확실히 알면, 분리할 때 도움 되지 않을까요? 물론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정확한 분리배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가게 안에는 전국에서 보내진 페트병과 페트병 뚜껑이 분리되길 기다리고 있다. 아직 채 분리되지 못한 병뚜껑만 몇 봉지 가득 쌓였다. 자칫 쓰레기로 보이는 병뚜껑을 색색으로 분리해놓으니 알록달록 빛난다. 생각해보니 이 뚜껑과 병들은 다양하고 예쁜 제품으로 탄생할 재료인 셈이다.
아직 분리하지 못 한 병 뚜껑이 쌓여있다.
아직 분리하지 못 한 병 뚜껑이 쌓여있다. ⓒ김윤경

최근 폐페트병을 이용한 가방이나 의류를 많이 접했다. 특히 그런 의류를 만드는 기업에서는 반드시 깨끗하고 알맞은 페트병이 필요하다. 투명 페트병을 정확하게 분리해야 재활용 폴리에스터 원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세척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염된 페트병은 깨끗한 병까지도 쓰지 못하게 만든다. 실은 어렵지만, 라벨 안에 있는 본드마저도 깨끗이 세척해야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팹랩에서 실험한 플라스틱. 같은 온도에도 녹지 않는 곳은 형태가 남아 있다.
팹랩에서 실험한 플라스틱. 같은 온도에도 녹지 않는 곳은 형태가 남아 있다. ⓒ김윤경

“이건 서울혁신파크 내에 있는 팹랩에서 실험하면서 생긴 건데요. 예전 초기에 만든 거라 자세히 보면 녹지 않은 플라스틱이 보일 거예요. 플라스틱도 재질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가 보여준 연두색의 알록달록한 판을 보니 확연히 구분할 수 있었다. 같은 온도로 녹였지만, 재질마다 녹는 점이 달라 다 녹지 않은 부분이 남았다. 플라스틱 분리가 한층 중요하게 인식되는 순간이다.
재질이나 녹는 점이 달라 제대로 분리되지 않으면 활용할 수 없다.
재질이나 녹는 점이 달라 제대로 분리되지 않으면 활용할 수 없다. ⓒ김윤경

페트리는 서울 혁신파크 내 팹랩과도 함께 하고 있다. 서울 이노베이션 팹랩은 세계 팹랩 네트워크에 소속, 서울시의 팹시티를 주관해 오고 있는 곳이다. 다양한 국내외 메이커들과 여러 프로젝트를 연구하는데, 그중 폐플라스틱을 이용해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플라스틱 순환도 진행하는 것이다. 페트리에 있는 플라스틱을 보자, 몇 년 전 이곳 팹랩 행사에 참여했을 때 플라스틱을 만들던 이들의 모습이 생생히 떠올랐다.
현수막부터 가방, 옷 등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제품을 볼 수 있다.
현수막부터 가방, 옷 등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제품을 볼 수 있다. 사진의 제품은 그린앤프로덕트가 만든 제품. ⓒ김윤경

이곳 페트리는 오가는 시민에게 페트병 분리수거를 홍보하며 자연스레 참여를 유도한다. 그냥 하는 것보다 ‘왜’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면 저절로 납득이 가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페트병을 활용한 제품들을 구경할 수 있는데, 가방이나 옷을 넘어 무척 다양한 제품이 있어 놀라웠다. 간혹 필자도 뚜껑과 라벨을 분리하는 걸 귀찮아했는데 절로 반성이 된다.
필자가 앱을 받아 집에 있는 페트병 바코드를 찍자 등급이 나왔다.
필자가 앱을 받아 집에 있는 페트병 바코드를 찍자 등급이 나왔다. ⓒ김윤경

바로 회원가입을 해보기로 했다. 절차는 어렵지 않았다. 페트리 전단에 붙은 QR코드나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에서 ‘페트리(PETREE)’를 검색해 다운받아 용기를 가져오면 끝이다. 단, 투명 페트병이라고 다 같지 않기 때문에 적합한 페트병을 가져와야 한다. 페트리 앱으로 가지고 있는 폐페트병 바코드를 스캔하면 섬유로 재생 가능한 페트병 등급을 확인할 수 있다. 적합한 페트병을 모아 세척하고 라벨을 제거해 자원순환가게에 가져오면 포인트도 쌓이고 이를 활용해 만든 여러 제품을 볼 수 있어 뿌듯해진다.
오프닝 리워드 이벤트로 주어지는 친환경 제품들이다.
오프닝 리워드 이벤트로 주어지는 친환경 제품들이다. ⓒ김윤경

특히 7월 20일(화)까지 오프닝 리워드를 진행해 많이 모아온 회원에게는 친환경 세면도구, 접이식 텀블러, 코르크 보냉백 등 친환경 선물을 제공한다. 꽤 예뻐서 탐난다. 이벤트가 끝난 이후로도 회원 대상으로 한 포인트 제도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같아 보여도 재질이 다른 페트병들이다.
같아 보여도 재질이 다른 페트병들이다. ⓒ김윤경

“어떤 곳에 사용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보니 여기 쓰인 문구가 딱 와닿더라고요. 분리수거와도 연관이 되고요. 그런 의미도 있고 해서 이 병들을 모아 이 공연에 사용할 의상을 만들려고 해요.”
박 대표가 지칭한 건 ‘남이 흘린 피 위에 결코 너희의 다음 세상을 쌓지 말라’라는 오페라 ‘시간 거미줄’의 문구다. 이번에 모인 페트병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한 오페라 ‘시간 거미줄’의 무대의상 제작에 활용될 예정이다.
자원회수기 안에 놓인 폐페트병들
자원회수기 안에 놓인 폐페트병들 ⓒ김윤경

오는 7월 14일(수)은 우리나라에서 한국판 뉴딜정책을 발표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그 뉴딜정책 중 그린뉴딜은 사람과 환경과 성장이 조화로운 그린 라이프를 지향한다. 특히 코로나19가 4단계로 돌입한 지금, 일회용기 등 플라스틱 양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이야말로 재료를 쓰레기로 만들기로 앞서 철저한 분리수거가 더욱 중요한 시기다. 서울시는 지난 12월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제를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올 12월이면 단독주택 지역까지 확대, 시행한다.
회원가입 후 받은 에코백. 앞으로 페트병을 가져와야 할 약속이다.
회원가입 후 받은 에코백. 앞으로 페트병을 가져와야 할 약속이다. ⓒ김윤경

회원가입 후, 에코백을 건네주던 그는 “이 가방은 그냥 쓰시는 게 아니라, 페트병 담아서 자원 수집기에 넣어 달라고 드리는 거니까요. 지나시면서 잊지 말고 담아 와 주세요.”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가게 앞에 놓인 자원회수기
가게 앞에 놓인 자원회수기 ⓒ김윤경

필자 역시 집에서 분리수거한 병들을 모아 이곳에 올 때 가져올 생각이다. 또 열심히 분리 배출한 폐페트병이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잘 구분해 세척해야겠다는 다짐도 한다. 이렇게 모인 폐페트병을 우리 민족의 소중한 역사를 돌아보는 오페라 의상으로 만나게 된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싶다.

■ 페트리(PETREE)

○ 주소: 서울 은평구 통일로 684 서울혁신파크 내 자원순환가게
○ 운영시간 : 월, 화, 목요일 11:00~18:00, 금요일 11:00~14:00 (13:00~14:00 점심시간)
○ 홈페이지 : http://www.pet-tree.kr/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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