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서울생활사박물관에서 추억의 엠티 떠나요!

시민기자 최윤정

발행일 2021.06.30. 14:08

수정일 2021.06.30. 15:03

조회 770

서울생활사박물관에서 경춘선 엠티의 추억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서울생활사박물관에서 경춘선 엠티의 추억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최윤정

해방 이후 서울에 살던 인구는 90만 명 정도였다. 1988년 1,088만 명으로 천만 인구 도시가 되기까지 불과 40년이 걸린 것이다. 이렇게 비약적인 발전과 폭발적인 증가를 기록한 도시가 과연 또 있을까 싶다. 

‘교련복, 국민학교, 곤로…’ 이런 단어를 사용하면 옛날사람이라고 놀림 받지만 그래도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다. 레트로라 부르는 복고풍의 귀환 때문인지 그 시대를 누렸던 게 큰 혜택이고 추억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물가물한 기억들이 시간여행이 되는 곳, 서울생활사박물관을 찾았다. 지하철 6, 7호선 태릉입구역 5,6번 출구에서 걸어서 3분으로 지척이다. 
서울의 성장, 더 나은 서울생활을 기대하는 시민의 눈빛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같다.
서울의 성장, 더 나은 서울생활을 기대하는 시민의 눈빛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같다. ⓒ최윤정

서울생활사박물관은 서울북부지방법원, 북부지방검찰청이 있던 자리에 2019년 7월 4층 규모로 세워졌다. 사법적 권위를 상징하는 지방법원이 있던 공간이 전시, 교육, 체험프로그램 등이 열리는 시민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다른 박물관에서는 볼 수 없는 법정 체험, 구치장 전시실도 흥미롭다.  
1층 서울생활사에 전시된 브리샤자동차
1층 서울생활사에 전시된 브리샤자동차 ⓒ최윤정

1층은 서울풍경이다. 전쟁이 지나간 자리에서 또 다른 삶이 시작된다. 해방 이후 큰 전쟁을 치른 도시는 새 것과 헌 것이 공존한다. 무너진 건물 사이로 소를 몰고 가는 농부가 있는가 하면 신설된 도로에 브리샤차와 중절모를 쓴 멋진 서울남자의 패션도 있다. 사진과 읽을 거리가 많아 한참을 봐도 지루하지 않다.
양은대야를 든 이 어린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
양은대야를 든 이 어린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 ⓒ최윤정

부모 세대의 만만치 않았던 서울생활도 2층 서울살이에서 만나게 된다. 중매, 결혼, 육아에 대한 사진을 보면서 '부모님이 이렇게 결혼하셨겠구나' 연상도 되고 당신들의 인생을 바쳐 자식들을 키우신 과정에 뭉클하기도 하다. 학부모와 함께 관람한 어린 자녀는 “할머니집에서 이런 거 봤다”며 반가워했다.
중매로 만난 젊은 청춘 둘이 결혼하고 회고하는 비디오동영상도 한참을 보게 된다. 연배가 있으신 분들이 오면 충분히 공감할 내용들이다. 또한 영양불균형이 심했던 때라 ‘우량아 대회’도 열렸다. 대회 수상은 어머니의 자존심과 명예였다.
2층 결혼문화 전시 중, 중매에서 연애로, 구식에서 신식으로
2층 결혼문화 전시 중, 중매에서 연애로, 구식에서 신식으로 ⓒ최윤정
영양불균형으로 우량아대회 수상은 명예였다.
우량아 대회 수상은 명예였다. ⓒ최윤정

3층은 서울의 꿈이다. 직업을 갖고 가정을 이루고 TV와 전기전자제품이 보급된 서울의 일반가정의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맞다. 이렇게 살았었지!” 전시를 기획한 분들의 기억이 고마워졌다.
60~70년대생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동영상도 여러 번 보아도 재미있다. 콩나물 교실, 대학입시로 힘겨웠지만 난로 위의 도시락으로도 충분히 따뜻했던 기억이다. 
추억 속 교실 모습이 재현되어 있다.
추억 속 교실 모습이 재현되어 있다. ⓒ최윤정
여자아이들이 제일 좋아했던 종이인형 놀이
여자아이들이 제일 좋아했던 종이인형 놀이 ⓒ최윤정

지금의 어린이들이 처음부터 잘 조성된 공간에서 놀았다면 그 세대는 모든 곳에서 창의적으로 제대로 놀았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물에서 놀다보면 개헤엄 정도는 쉽게 배웠다.   
전축이라고 부른 음향시설, VHS비디오
전축이라고 부른 음향시설, VHS비디오 ⓒ최윤정
당시 유행하던 가전이 전시되어 있다.
당시 유행하던 가전이 전시되어 있다. ⓒ최윤정

‘경춘선, 엠티의 추억’ 기획전시

4층 기획전시실에서는 6월부터 10월까지 경춘선 엠티의 추억이 전시되고 있다. 달리는 기차는 청춘 그 자체다. 청춘은 누구나에게 가장 짧고 임팩트있던 때가 아닐까? 학원자율화가 되면서 대학인구가 늘고 대성리로 떠난 엠티에서는 조를 짜서 밥을 해먹고 장기자랑과 모닥불로 밤을 꼬박 세웠던 게 바로 어제 같다.
강촌 대성리의 너른 민박집 50명이 들어가도 될 크기였다.
강촌 대성리의 너른 민박집은 50명이 들어가도 될 크기였다. ⓒ최윤정

청량리역 시계탑은 양손에 가득 짐을 든 대학생들도 넘쳐났고, 발디딜 틈 없이 빽빽한 기차 안은 사이다와 달걀을 팔던 역무원이 나타나면 홍해의 기적처럼 길이 터졌다. 경춘선 비둘기호가 운행을 멈췄을 때 어제로 돌아가는 유일한 통로를 막은 듯한 느낌이었다. 
통기타 하나에 모두가 가수였다.
통기타 하나에 모두가 가수였다. ⓒ최윤정

서울생활사박물관은 많은 사람들의 기증과 생생한 소회로 일구어낸 박물관이라 더 의미가 있다. 사실 서울토박이는 그렇게 많지는 않다.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이 모여 가정을 이루고, 학교, 직장, 사회를 만들어가면서 서울살이, 서울내기란 이름도 붙었다. 어른들이 고향을 잊지 못하듯, 서울에서 자란 세대도 서울 추억이 한가득이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서울생활은 현재진행형이다. 
어린 자녀들을 위한 옴팡놀이터도 사전 예약제로 운영중이다.
어린 자녀들을 위한 옴팡놀이터도 사전 예약제로 운영중이다. ⓒ최윤정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와서 잠시 잊고 있던 어릴적 이야기, 부모님 연배의 이야기도 또래들의 증언도 모두 그립다. 거기에 하나 더, 대학엠티의 추억까지 이 모든 게 우리 모두가 사랑했던 서울살이의 한 장면이다. 박물관을 관람하고 나오면 여운이 적지 않을 것이다. 

■ 서울생활사박물관

-○ 주소 :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174길 27
○ 운영시간 : 09:00~19:00(11~2월 주말 및 공휴일은 09:00~18:00 / 월요일 휴무)
홈페이지
○ 사전예약 및 어린이 체험실 예약 : https://yeyak.seoul.go.kr/ ○ 사전예약 및 어린이 체험실 예약
○ 관람료 : 무료
○ 문의 : 02-3399-2900

시민기자 최윤정

서울은 참 재밌는 역동적인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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