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쏘아 올린 환경 이야기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1.06.07. 16:25

수정일 2021.06.07. 17:44

조회 6,105

2021년 6월 3일~9일 제18회 '서울환경영화제' 개최

“생태계가 무너져 가는데, 염치도 없나요? 우리는 당신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영화 '그레타 툰베리'  중
영화 '그레타 툰베리' 중 ⓒ서울환경영화제

머리를 길게 땋은 15세 학생이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세계 정상들을 향해 일침한다. '그레타 툰베리' 2019년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다. 많은 이가 이미 그에 대해 알고 있으리라.  
오프라인 상영회가 열린 메가박스 성수점
오프라인 상영회가 열린 메가박스 성수점 ⓒ김윤경

지난 3일, 제18회 ‘서울환경영화제’가 시작됐다. 아시아 최대 환경영화제이자 세계 3대 환경영화제인 서울환경영화제는 ‘에코볼루션’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6월 3일부터 9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환경영화제 스텝들이 다음 상영작에 대한 안내메시지를 적고있다.
환경영화제 스텝들이 다음 상영작에 대한 안내메시지를 적고있다. ⓒ김윤경

필자는 세계환경의 날인 6월 5일, 오프라인 행사장인 메가박스 성수점을 찾았다. 사전 신청을 통해 방문한 관객들은 방역절차를 마치고 표를 받아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영화 '그레타 툰베리'는 그의 환경운동을 생생하게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그레타가 기후변화 대책 촉구를 위해 금요일마다 1인 시위를 하게 되고,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여해 연설하며 전세계 700만 명에게 환경 관련 움직임을 이끄는 과정을 그려냈다. 혹자는 학교로 가라고 하고, 또 다른 이는 돈이 있으니 가능하다고도 했지만 그는 굴하지 않는다.
영화 '그레타 툰베리'의 한 장면
영화 '그레타 툰베리'의 한 장면 ⓒ서울환경영화제

환경문제에 앞장서 의견을 표현하던 그였지만, 기후행동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으로 가기 위해 비행기가 아닌 배로 이동하는 동안 비바람과 멀미 속에 “책임감으로 어깨가 너무 무겁다. 집에 가고 싶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지위를 막론하고 환경을 위해서라면 누구에게라도 당당하게 말하는 그였기에 열정적인 응원과 차가운 질타를 동시에 받았다. 그 힘든 과정을 괴로워하면서도 이겨내는 모습은 특히 공감과 감탄을 불러 일으켰다.
환경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그레타 툰베리
환경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그레타 툰베리 ⓒ서울환경영화제

“세계는 깨어나고 있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든 아니든 변화는 오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던 그레타의 또렷한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 영화를 제작한 나탄 그로스만 감독은 앞서 “혼자 시작한 운동이 번져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를 통해 그레타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그 시각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에 대한 생각과 의견 나누는 '세계청소년 기후포럼'

영화가 끝난 후 줄리안 퀸타르트의 진행으로 세계청소년 기후포럼이 이어졌다. 기조연설로 인도네시아 발리의 12살 환경운동가 멜라티 위즌과 파키스탄 청소년 환경운동가 파티마 파리즈 호티가 각각 환경운동에 대해 영상을 통해 전해왔다. 

이어서 한국에서 환경과 관련해 활동하는 청소년들과 청년들 4명이 나와 그들의 생각과 의견을 발표했다.
세계 청소년 기후포럼이 진행됐다.
세계 청소년 기후포럼이 진행됐다. ⓒ김윤경

유스미디어 크리에이터 출신으로 영화 ‘동지구’를 연출한 김여진 활동가는 영화 제작 소감과 주변 반응, 자신이 실천하고 있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 했다. 페트병 라벨분리나 일회용품 자제, BMW(버스, 지하철, 걷기) 애용 등 간단한 실천 방법이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진지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또한 이 작은 행동이 모여 변화될 미래를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청년 환경 활동가이자 환경유튜버인 홍다경씨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청년 환경 활동가이자 환경유튜버인 홍다경씨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윤경

마지막으로 이들 4명은 기후위기에 대한 청소년들의 해결 의지를 전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행동하지 않으면 기후위기는 극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들의 의지를 담아낸 성명문을 듣고있자니, 더 많은 한국의 그레타 툰베리들이 만들어 갈 미래가 조금이나마 안심되었다. 

서울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 '이명세 감독'이 생각하는 환경보호

“제가 하는 환경실천…. 네, 저는 텀블러를 갖고 다니거든요.”

서울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명세 감독에게 환경 보호를 위해 어떤 것을 실천하고 있는지 묻자, 이명세 감독은 가방에서 파란 텀블러를 꺼내 보여주었다. 이 감독을 우연히 만나 즉석에서 한 인터뷰였지만, 차근차근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올해의 슬로건 ‘에코볼루션’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작년에 영화제를 기획 할 때는 올해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을까 해서 이를 뒤돌아보자는 의미로 ‘에코레트로’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니 축적된 환경 문제에 더 큰 변화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환경 혁명 ‘에코볼루션’이 되었다고 한다. 

환경 영화를 보고 든 생각과 시민들이 무얼 발견하길 바라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 감독은 "개막작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먹는 음식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실제 냉장고를 없앨 수는 없지만 가급적 그 부피를 줄이도록 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서울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명세 감독'. 자신의 텀블러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명세 감독'. 자신의 텀블러를 보여주고 있다. ⓒ김윤경

무엇보다 그는 청소년기 교육이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훈련이 되지 않으면 생활 습관을 고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들 각자가 영화를 보고 느낀 바가 다르겠지만 여러 환경문제를 다룬 영화를 통해 각자가 나름의 판단을 통해 조금 더 와 닿는 것을 인지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점점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가는데 과연 시민들은 어떻게 실천을 하면 좋을까?란 질문에 이 감독은 환경 문제는 목소리 큰 누군가가 아닌 모든 시민이 참여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그는 “물론 정책적 뒷받침도 있어야 한다. 물질적으로 뭐든 빠르고 편함을 추구하는 습관은 훗날 기후위기 상황 속에 더 무력하고 불편하게 될 것이라며 슬로우 문화로 가야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예술을 느끼는 문화의식 역시 더 성장하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퀴즈를 맞추는데 열중한 아이의 모습
퀴즈를 맞추는데 열중한 아이의 모습 ⓒ김윤경

영화제 외에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환경 프로그램

“특히 어린이, 청소년에게는 시각적인 영화를 통해 환경을 접하는 게 효과,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환경재단 왕나연 홍보팀장의 말이다. “저희 환경재단에서 미래의 그린 리더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영화제 외에도 시네마그린틴, 그린 아카이브 등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환경의 날을 기념해 영화를 보여주도록 학교 등에 공문을 보냈는데 문의가 꽤 많았어요.” 뜨거운 반응으로 프로그램이 마감되어 참여하지 못한 학교에는 그린 아카이브를 소개해줬다고 한다.

그린 아카이브는 서울환경영화제가 운영하는 영상자료원인데, 환경수입작 중 동의를 받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현재 400여 편에 달하는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새활용해 만든 가방들
새활용해 만든 가방들 ⓒ김윤경

어떠한 계기로 환경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환경운동에 동참하게 됐냐는 필자의 질문에 왕 팀장은 자신은 동물을 사랑하는데, 동물의 관점에서 어떤 점이 어렵고 힘들까? 생각하게 됐고 본인이 그랬듯이 환경문제는 시민들 각각의 상황 속에서 본인에게 먼저 와닿고, 느껴지는 지점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극장 인근 언더스탠드애비뉴에서 환경 관련 책 등을 전시하고 추천해주는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극장 인근 언더스탠드애비뉴에서 환경 관련 책 등을 전시하고 추천해주는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김윤경

극장 내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외, 극장 인근 언더스탠드애비뉴에서는 6일까지 '노 모어 플라스틱'이란 부대행사가 펼쳐졌다.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와 체험, 친환경 마켓 등을 통해 '환경'이란 주제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바다유리로 만든 공예품
바다유리로 만든 공예품 ⓒ김윤경
수세미와 코코넛 화분 등을 보는 시민들
수세미와 코코넛 화분 등을 보는 시민들 ⓒ김윤경

“바다유리로 만든 배지는 너무 귀엽지 않아?”, “이건 진짜 수세미네.”

아이들 손을 잡은 부모와 연인들이 유심히 쳐다보며 관심을 보였다. 환경재단은 종량제봉투에 넣어야 할 쓰레기를 맞추는 문제를 내고 일정 기준의 정답을 맞춘 사람들에게 친환경 대나무 칫솔을 증정했다. 
환경재단 부스에서 간단한 퀴즈 이벤트를 진행했다.
환경재단 부스에서 간단한 퀴즈 이벤트를 진행했다. ⓒ김윤경
효성티엔씨의 '리젠서울' 전시
효성티엔씨의 '리젠서울' 전시 ⓒ김윤경

무엇보다도 소문으로만 들어 궁금했던 '리젠 서울' 옷도 만나볼 수 있었다. '리젠 서울'은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옷을 만든다고 하는데, 그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리젠 서울’은 금천구, 영등포구, 강남구와 효성티엔씨가 함께해 친환경으로 재탄생된 섬유다. 
제18회 서울환경영화제 포스터
제18회 서울환경영화제 포스터 ⓒ서울환경영화제

영화제 관람을 놓쳤다고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 환경영화제 상영작 중 ‘아름다운 여행’이란 작품은 6월 10일 목요일 자정, MBC에서도 방영될 예정이며, 또 다른 에코토크 및 디지털 영화관람을 위해서는 공식홈페이지와 SNS를 이용해보면 좋겠다.

6일자로 오프라인 행사는 끝났지만, 9일까지는 환경 관련 국내외 65개 작품을 온라인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신청 후 안내 메일이 오면 당일 10시~익일 10시까지 자유롭게 관람 가능하다. 아직 매진되지 않은 작품도 많으니 회원가입 후 디지털상영관으로 가서 예약을 서두르자! 

■ 제18회 서울환경영화제

○ 기간 : 2021. 6. 3. (목)~ 6. 9.(수)
○ 주제 : 에코볼루션 ECOvolution
공식 홈페이지
서울환경영화제 한눈에 보는 '링크트리' 바로가기
그린아카이브 바로가기

시민기자 김윤경

서울을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고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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