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에서 발견된 유물…한성백제박물관 '왕성과 왕릉' 전시

시민기자 최정환

발행일 2021.02.03. 15:00

수정일 2021.02.03. 16:52

조회 1,345

‘백제왕도 발굴조사 성과전, 왕성과 왕릉’ 특별전…3월21일까지
한성백제박물관 정문 전경. 성벽을 형상화한 미형의 건축물이 아름답다.
한성백제박물관 정문 전경. 성벽을 형상화한 미형의 건축물이 아름답다. ⓒ최정환

박물관이 다시 열렸다. 19일부터 시민 누구나 사전예약 후 한성백제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다. 2012년 올림픽공원에 개관한 한성백제박물관은 서울의 고대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문화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며 역사 연구, 문화 행사 등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다.

입장 전 출입구 통제와 체온 검사 등 방역 대책으로 인해 다소간의 불편함은 있으나 코로나 19 시국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기도 하다. 사전관람 예약은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 사이트(yeyak.seoul.go.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1시간 단위로 관람을 하며 시간당 70명까지 예약을 할 수 있다. 현장접수는 사전예약이 미달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몽촌토성, 석촌동 고분’ 발굴 성과 대공개!

한성백제박물관은 19일부터 오는 3월 21일까지 대대적인 특별전을 연다. 지난 6년동안 인근의 몽촌토성과 석촌동 고분군에서 발굴 및 고증한 유물 등의 성과를 비로소 내보이는 자리다. 코로나19로 인해 무력감에 시달리는 와중에 이 땅의 과거인 한성백제의 흥미로운 유물 전시로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한성 백제의 핵심 유적으로 여겨지는 몽촌토성, 석촌동 고분군 발굴 유물 수백점을 처음 대대적으로 공개한다. 한성 백제는 한국 고대 삼국의 하나인 백제 역사 중에서도 1세기~3세기경 한강변의 한성에 도읍했던 시기를 말한다. 이 한성의 위치로 송파구의 풍납토성, 몽촌토성, 석촌동 고분군 일대가 주목받고 있다. 몽촌토성의 경우 백제 왕성으로 여겨 하남 위례성으로 비정된 적도 있다.
롯데타워와 석촌동 고분군. 서울의 랜드마크 롯데타워 아래서 백제 왕릉이 가만히 잠들어 있다.
롯데타워와 석촌동 고분군. 서울의 랜드마크 롯데타워 아래서 백제 왕릉이 가만히 잠들어 있다. ⓒ최정환

이들 지역은 오늘날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거니는 도심 한복판의 공원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파트와 상업시설 한복판이어도, 천년 하고도 수백 년 전에는 백제의 왕과 유력한 세력가들이 모여있던 신성하고 장엄한 왕성과 왕릉의 땅이었다. 그래서 왕성과 왕릉으로 지목된 몽촌토성과 석촌동 고분군이 여전히 발굴과 연구의 대상이고, 이번처럼 특별전까지 열기에 이른 것이다. 박물관의 백제 유물들이 사실 일상 속 익숙하게 지나치던 땅 아래에 잠들어있다는 점을 생각하며 특별전을 관람하는 일은 분명 색다른 경험일 것이다.

직접 확인하는 한성 백제의 상징 ‘궁(宮)자 토기’

한성백제박물관의 6년 성과는 자랑하기에 차고도 넘친다. 이번 특별전에 전시되는 유물들은 600여점에 달한다. 그 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유물로는 1부 ‘백제 왕도로의 초대’에 전시된 해심 유물인 ‘궁(宮)자 토기’를 꼽을 수 있다. 물론 이는 화려한 공예품이나 신기한 고대 물품은 아니다. 오히려 밋밋하다고 할만한 토기 조각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토기에 새겨진 궁(宮)이라는 문자에 엄청난 의미가 있다. 몽촌토성에 백제 왕궁이 존재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궁(宮)자 토기. 한성 백제의 왕궁을 알리는 중요한 증거라 할 수 있다.
궁(宮)자 토기. 한성 백제의 왕궁을 알리는 중요한 증거라 할 수 있다. ⓒ한성백제박물관

이는 의견이 분분하던 한성 백제 연구 관련 학계의 정설을 재확인하는 성과로, 몽촌토성을 비롯한 오늘날의 송파구-강동구 일원이 백제의 왕도였음을 확실히 하고 있다. 이로써 제의시설이나 성벽, 해자는 물론 왕릉과 가장 중요한 왕성까지 갖춰져 한성 백제의 왕도 경관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서울의 고대사적 가치를 좀 더 확장하고 구체화한 것이다. 투박할지언정 그에 부연되는 역사적 가치가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다양한 유물들의 향연과 몽촌토성의 역사

올림픽을 개최하고 국내 최고층 타워가 세워지는 등 서울의 한강 이남, 강남지역은 한국 현대화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다. 그런데 올림픽공원으로 조성된 몽촌토성이 실은 까마득한 고대부터 한강변의 요충지로 중시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부 ‘백제 왕성, 몽촌토성’은 이 몽촌토성이 삼국의 각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삼국 통일 이후엔 어떻게 됐는지를 막대한 양의 유물과 유구를 통해 설명해준다.

몽촌토성은 한성 백제 도성이었으나 장수왕에 의해 백제가 웅진으로 쫓겨간 후 일정 기간 고구려에 의해 영유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백제는 다시 힘을 키워 성왕 때 몽촌토성을 탈환하였다. 그러나 고구려와 백제의 빈틈을 파고든 신라가 한강 유역을 차지하고 결국 통일에까지 이르며 몽촌토성의 주인은 다시 바뀐다. 신라 이후에도 이 지역은 고려, 조선때 광주부 등으로 불리며 상당히 유력한 지역으로 여겨졌다.
목곽 집수지 모형. 시청각 자료로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목곽 집수지 모형. 시청각 자료로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최정환

2013년부터의 발굴조사 과정에서는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이런 몽촌토성의 역사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가득 나왔다. 백제와 고구려가 몽촌토성에 만든 회전교차로나 집수지는 물론, 이후 신라의 도로와 흔적은 몽촌토성이 한성 백제 이후에도 오래도록 활용됐음을 알려준다. 심지어는 그 고대에 수도를 만든 흔적인 토관도 발굴되었다. 이는 왕성으로서의 몽촌토성이 갖춘 사회적 역량과 입지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같이 발견된 절구, 토기, 그릇받침, 말 뼈 등의 유물은 과거 사람들의 생활상을 재현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유물이다. 제례에 쓰이는 토기나, 찻잎을 빻는 데 쓰는 절구 등은 당시 귀족 생활의 한 단면을 알려주고, 일상적으로 쓰이는 토기는 왕성에서도 일반 백성들의 삶을 일구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토기와 다양한 생활 유구를 살피다 보면 백제 왕성 사람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싱크홀 너머 역사 속으로 ‘석촌동 고분군’

2015년 서울 시내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다는 놀라운 소식이 알려졌다. 그 당시 많은 시민들이 자신의 발 밑에 싱크홀이 생길까 불안해 했었다. 그런데 여기에 더 놀라운 소식과 충격적이기까지 한 소식이 추가된다. 바로 이 싱크홀에 직접 들어간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 그 싱크홀 속에서 백제 유물이 발견됐다는 소식이다. 싱크홀은 다름아니라 백제의 왕릉 위에 생겼던 것이다. 3부 ‘백제 왕릉, 석촌동 고분군’에서는 이 싱크홀 사건 이후 석촌동 고분군을 다시 발굴 조사한 성과를 전시한다.

석촌동 고분군은 사실 오래도록 주목받았던 유적이다. 처음 사적 제 243호로 지정된 때가 1975년일 정도이다. 그런 만큼 1960년대, 1980년대에 대규모 발굴이 이뤄지기도 했다. 다만 그 이후 한동안은 관심도가 떨어져 동네 공원으로나 쓰이는 상태였다. 그런데 2015년에 다시 발굴조사를 시작하니 언제 발굴조사를 했었냐는 듯 새로운 유물과 유적이 쏟아져 나왔다.
석촌동 고분군 3호분. 한 변의 길이가 50m가 넘는 큰 규모 탓에 근초고왕의 왕릉으로 짐작되고 있다.
석촌동 고분군 3호분. 한 변의 길이가 50m가 넘는 큰 규모 탓에 근초고왕의 왕릉으로 짐작되고 있다. ⓒ최정환

석촌동 고분군은 돌과 흙을 쌓아 만든 돌무지무덤이 서로 연결된 형태다. 이를 연접적석총이라고 부르는데, 이곳에서 수많은 장식품과 구슬들이 출토되었다. 백제인들의 장례 방식을 알려주는 중요 유물로 화장된 뼈도 발견됐다. 모두 산책하는 주민들의 발 아래에 잠자고 있던 것들이다.

석촌동 고분군의 발굴과 한성 백제의 연구가 거듭 성과를 내자 한성백제박물관은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서울의 백제 유적도 포함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가 한국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지만, 서울의 유적은 포함되지 않은 상태이다. 서울의 유적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특별전이 있기까지 … 발굴과 연구의 기록

특별전 곳곳에는 역사 유물 전시회에서 금방 눈에 띄는 현대의 문물들이 있다. 유물 전시의 일종으로서의 기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21세기 현재에 백제 유물을 되살려놓은 발굴단의 존재다. 발굴단은 한동안 멈췄던 한성 백제 연구를 다시 시작해 이 특별전의 성과를 만들어낸 주역들이다. 4부 ‘과거에서 미래로’와 전시관 내 요소요소에서 이 자랑스런 발굴단의 모습을 생생히 드러내고 있다.
고고학 발굴과정을 엿볼 수 있는 전시관 내 현장사무실 모형
고고학 발굴과정을 엿볼 수 있는 전시관 내 현장사무실 모형 ⓒ최정환

고고학 야외조사의 현장사무실도 모형과 영상으로 재현하고 있다. 생생한 발굴조사의 현장감을 느끼는 일은 흔히 겪기 어려운 경험이다. 만약 석촌동 적석총 등의 발굴 현장을 슬쩍 들여다보며 궁금해 한 적이 있다면 이것이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 한때 행인으로서 지나쳤던 현장을 모형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석촌동 고분군 발굴조사 현장. 안내 펨플릿을 가져갈 수 있도록 울타리에 준비해놓았다.
석촌동 고분군 발굴조사 현장. 안내 펨플릿을 가져갈 수 있도록 울타리에 준비해놓았다. ⓒ최정환

특히 석촌동 고분군의 발굴현장은 행인들이 지나다니며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올림픽공원 내 있는 몽촌토성과 달리, 석촌동 고분군의 자리는 정말로 주택가 한복판이다. 애초에 동 이름인 석촌(石村)조차 돌이 많은 마을이라 하여 돌 석에 마을 촌을 쓴 것이고, 이때 돌이란 곧 고분군의 적석총에 쓰였던 돌들을 말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백제의 고분 중 가장 규모가 커 전성기를 이끈 근초고왕의 무덤이라 추정되는 대형 적석총조차 발굴 전까진 주민들에게 그저 돌 언덕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런 위치 때문에 석촌동 고분군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원래 석촌동 고분군은 방이동, 가락동의 다른 소규모 고분군까지 이어지며 송파구 상당 부분을 아우르는 방대한 크기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시의 성장 과정에서 그 중간중간이 주택지, 상업시설로 채워지며 고분군의 대부분이 사라졌다. 이뿐 아니다. 가장 규모가 커 백제 전성기의 왕 근초고왕의 무덤으로 꼽히는 석촌동 고분군 3호분을 직선으로 관통하는 도로가 계획된 적도 있다. 그래도 학계의 반발 끝에 도로는 지하도로 변경되어 고분군을 지킬 수는 있었고, 나아가 지금에 와서는 훌륭한 발굴 성과까지 낼 수 있었으니 다행스런 일이다.

한성백제박물관 상설전시, 서울과 백제 잇는 유물 변천사

한성백제박물관이 이 기획전에 대단한 공을 들였지만, 사실 그 진가를 모두 드러낸 것은 아니다. 한성백제박물관의 상설전시실에선 서울과 백제의 역사를 개괄하는 수준 높은 유물 관람이 가능하다. 선사시대 때부터 켜켜이 쌓여 주먹도끼부터 고대의 토기와 조선시대의 도자기까지 다양한 유물의 변천을 훑어볼 수도 있다. 특히 상설전시실의 유물 대다수는 QR코드가 있어 스마트폰만 있다면 곧바로 해설을 들을 수도 있다. 코로나 19로 도슨트(해설) 관람이 불가능한 상황을 극복하는 훌륭한 장점이다.
한성백제박물관은 백제 연구 성과를 다양한 책으로 펴내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열람이 가능하다.
한성백제박물관은 백제 연구 성과를 다양한 책으로 펴내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열람이 가능하다. ⓒ최정환

물론 한성백제박물관의 유물 정보를 꼭 박물관까지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한성백제박물관은 홈페이지 운영을 통해 소장 유물 및 백제 역사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상설전시 외에도 그간 개최했던 기획전시나 박물관이 진행한 백제 역사 연구의 성과를 정리해 여러 권의 책들을 펴낸 바 있다. 당연히 이 책들도 홈페이지의 자료실에서 온라인으로 열람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실내에 운집하는 데 부담감이 느껴진다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야외의 두 역사성 있는 공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몽촌토성은 그 성곽 그대로 올림픽공원으로 조성되어있어 올림픽공원에 방문한다면 곧장 몽촌토성 산책로를 거닐 수 있다. 8호선 몽촌토성역, 9호선 한성백제박물관 역, 5호선 올림픽공원역 등을 통해 찾을 수 있다. 또한 석촌동 고분군은 도심 속 역사 공원처럼 주민들도 언제든 쉽게 방문 가능하다. 9호선 석촌고분역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 한성백제박물관 사전예약 관람 방법

① 서울 공공서비스예약 시스템 홈페이지 접속(yeyak.seoul.go.kr)
② 문화행사 선택
③ 한성백제박물관 전시 프로그램 선택
④ 예약 신청 (서울시 아이디 없어도 본인확인 후 진행 가능)
⑤ 일시 선택 후 예약 확인
⑥ 8호선 몽촌토성 역, 9호선 한성백제박물관 역 5호선 올림픽공원역 등을 통해 방문.
⑦ 방역을 위해 정문이 아닌 교육동 출입문으로 진입해 사전예약 확인 후 관람
☞한성백제박물관 홈페이지 바로가기

시민기자 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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