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기관실에서 만든 '신비의 액체'
발행일 2011.11.10. 00:00
매일 매일 나오는 음식물쓰레기가 화단과 텃밭에 퇴비로 사용되어 화단의 나무와 텃밭의 배추를 무럭무럭 키운다. 세탁세제 대신 유용미생물(Effective Micro-organisms. 이하 EM) 발효액을 세탁조에 넣은 후 약 한 시간 정도 지난 다음 세탁기를 돌려 빨래를 한다. 설거지 할 때 세제 대신 EM발효액을 세제와 반씩 섞어서 사용한다. 폐식용유를 활용해 만든 EM빨래비누로 찌든 때를 손빨래한다.
아파트 780세대 중 30%가 넘는 세대에서 EM발효액을 적극적으로 실생활에 사용하고 있는 곳이 있다. 노원구 중계동 청구3차아파트에는 이와 같은 풍경이 각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우리 아파트에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것들에 대해 논의 하다가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발생되는 음식물쓰레기를 좀 더 깨끗하게 관리하면 어떨까를 고민하다 청구3차 아파트 부녀회원들은 음식물쓰레기통을 놓아두는 음식물쓰레기장을 만들었다. 지붕과 벽돌담을 설치했고 쓰레기통에 페달을 달아 그 페달을 밟으면 뚜껑이 자연스럽게 열리도록 했다. 하지만 아무리 관리를 잘 한다 해도 음식물쓰레기에서 나는 악취까지는 어쩌지 못했다.
아파트단지 내 음식물쓰레기의 깔끔한 처리와 냄새제거, 활용 방법을 찾던 중 2010년 7월 진주에서 열린 주민자치박람회에서 참석한 청구3차 입주자대표회의 변영수 회장은 실생활에서 그 활용 범위가 넓은 EM을 알게 됐고 EM용액이 악취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음식물쓰레기에 EM발효액을 섞어 놔두면 일정시간 이후엔 화초와 작물의 생육 상태를 아주 양호하게 해 주는 퇴비로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변영수 회장은 입주자대표회의와 부녀회, 관리사무소와 더불어 EM발효액을 활용해 음식물쓰레기 자원화(퇴비화) 실험을 진행했다. 같은 해 10월엔 (사)유용미생물환경센터에서 아파트 주민 2명과 함께 생활환경교육을 이수했고, 아파트에서 EM발효액을 활용한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실험을 지속해 음식물쓰레기가 퇴비로 활용될 수 있음을 경험했다.
또한 2011년 1월 제주도 안동면 환경사랑회가 운영하는 음식물쓰레기자원화 사업장을 방문해 음식물쓰레기가 퇴비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견학하면서 아파트단지 내에서 발생되는 음식물쓰레기에 EM발효액을 넣는다면 아파트 내에서 발생되는 골치 아픈 음식물쓰레기를 질좋은 퇴비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처음 시작은 아파트 내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에 EM발효액을 넣어 악취를 제거하는 것이었지만 EM 발효액이 첨가되면서 음식물쓰레기에서 유용미생물이 분해를 일으켜 아파트 화단과 텃밭에 줄 퇴비를 주민들 손으로 직접 만들 수 있게 됐다. 더 이상 음식물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된 셈. 청구3차 아파트 음식물수거함 옆에는 EM 발효액이 작은 분무기에 담겨 있어 주민들이 음식물쓰레기통에 음식물쓰레기를 넣은 후엔 ‘꼭’ 한 번씩 그 위에 뿌리도록 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액화 퇴비가 만들어지고 청구3차 아파트에서는 이것을 화단과 아파트 자투리땅에 조성된 텃밭에 거름으로 주고 있었다. 덕분에 간이 화단과 텃밭에선 가을배추가 실하게 자라고 있었다.
퇴비화의 초기 시도가 진행되고 있을 즈음 변영수 회장은 동주민센에서 마을기업 지원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됐다. 87.8%의 주민 동의를 얻어 마을기업에 공모하게 됐고 2011년 6월 마을기업에 선정됐다. ‘청구3차 EM 마을기업’의 탄생이었다. ‘청구3차 EM 마을기업’은 EM발효액을 이용해 음식물쓰레기를 분해발효 후 퇴비화 하는 일과 EM원액으로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EM발효액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 폐식용유를 이용한 EM세탁비누와 천연비누를 생산 판매한다는 계획 아래 아파트 내 유휴공간에 마을기업 지원금으로 건조분쇄기, 저장탱크, 섞어주는 역할을 하는 교반기, 쌀겨보관시설 등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과 아파트 지하 기관실 한쪽에 EM발효액 제조기를 설치했다. 청구3차 아파트에서 발생한 음식물쓰레기를 그동안 약 40톤 가량 액화 퇴비처리했다. 뿐만 아니라 EM발효액은 1년에 여덟 번 정도 여는 녹색장터에서 처음에는 홍보를 위해 무료로 나눠주다가 8월부터 1L에 아파트 주민들은 천 원, 외부 사람에게는 2천 원씩 판매하고 있고, 약 백여 만 원의 수익을 냈다.
생명을 살리는 유용미생물
제주 EM환경센터에서 20L에 7만 5천 원씩 구입해 오는 EM원액을 입주자대표회의 회원과 아파트 부녀회 회원 등 15명이 모여 아파트 지하 기관실에서 당밀이나 설탕, 쌀뜨물, EM원액 등을 혼합해 EM발효액으로 만든다. 한 번 작업할 때 약 1천 개 정도 제작된다. 아파트 지하 기관실은 온도가 늘 28~30℃를 유지해 EM이 잘 활성화되기 때문에 EM발효액을 만들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EM발효액은 따뜻한 곳에서 잘 발효하기 때문. 이렇게 제작된 EM발효액은 저렴한 가격에 청구3차 아파트와 인근 주민들에게 바자회를 통해 판매되기도 하고, 장애인단체에 외주를 준 EM빨래비누를 만드는 곳에 보내지기도 하고, 아파트 내에서 생성되는 음식물쓰레기와 혼합되어 액화 퇴비로 만들어져 화단과 텃밭에 사용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로 퇴비를 만드는 일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퇴비를 만드는 과정에서 음식물쓰레기의 물기를 제거하기 위해 왕겨를 사용했지만 음식물쓰레기에서 폐수가 너무 많이 나와 습기를 제거하고 건조시키기 위해 목하 고민 중이다. 기계시설을 보강 하고 조금 더 연구를 거듭해 제품(퇴비)이 나올 때까지 매진할 예정이다.
또한 청구3차 EM 마을기업은 인근 당현천을 친환경적인 하천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생명을 살리는 유용미생물 EM과 진흙을 뭉쳐서 흙공을 만들고 당현천에 넣어 오염을 줄이는 친환경적인 하천을 만들고 있다. 아파트에 국한된 문제들의 해결을 넘어 인근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청구3차 EM마을기업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눈에 보이는 경제성만으로 마을기업을 평가하는 것은 다소 이른감이 있습니다. 청구 3차 EM 마을기업은 더 많은 돈과 인력을 들여야만 가능할 수 있는 환경을 살리는 일에 작은 걸음을 떼고 있는 중입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 나타나는 엄청난 경제적인 효과라는 것도 있습니다.”
음식물쓰레기 퇴비 제조 시설과 EM 발효액 제조 현장을 돌아보며 청구3차 EM 마을기업 변영수 회장은 “우리는 지금껏 화학세제와 살균제에 익숙해져 왔습니다. EM은 세제처럼 일시적인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EM의 꾸준한 사용으로 환경은 살아날 것입니다. 착한 소비를 확산시키고 주민들을 환경운동에 자연스럽게 관심 갖게 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우리의 목표가 아닌가 합니다”라고 전했다. EM 사용으로의 방향 전환은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하는 것임을 청구 3차 EM 마을기업은 실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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