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노는 젊은이들, 여기 다 있었네!

하이서울뉴스 조미현

발행일 2011.05.11. 00:00

수정일 2011.05.11. 00:00

조회 5,164

자원활동가들이 직접 만든 봄짓댄스(위), 여의도한강공원 빅탑빌리지 전경과 서울광장 세계거리극퍼레이드(아래)

178만 명이 참가한 하이서울페스티벌 2011, 갖가지 숫자들

축제가 끝났다. 5월 5일부터 10일까지 여의도한강공원과 도심광장에서 펼쳐진 하이서울페스티벌이 6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예년에 비해 50%로 감축된 예산과 불규칙한 날씨로 우려를 낳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178만 명의 시민과 관광객들이 축제를 찾았고 평균관람객은 오히려 2010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축제에는 눈에 띄게 외국인들의 참여가 늘어났다. 주최측에서 추정한 외국인은 전체 축제방문객의 약 15% 수준. 하이서울페스티벌의 인지도가 한층 높아졌음을 실감하는 대목이다. 작년에 이어 '넌버벌(non-verbal) 퍼포먼스'를 주제로 삼은 것도 주효했다.

세계 11개국에서 초청된 47개 팀이 선보인 150여 회의 초청공연 그리고 아마추어 공연 및 연계공연까지 합쳐 총 300여 회의 공연을 모두 무료로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올해 페스티벌은 명실공히 시민을 위한 축제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시민예술가프로그램'과 '나눔캠페인' 등 시민참여 프로그램의 호응도도 높았다. 특히 개막날인 5일의 '서울난장과 세계 거리극 퍼레이드'는 애초에 1만명 참가를 예상하고 타이틀 자체에 '시민 1만명이 함께 하는'이란 문구를 넣었는데 실제로는 4만여 명이 몰렸다. 용감한 시민 50명이 3일간의 워크숍을 거쳐 공중 30미터에서 불꽃을 배경으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 '레인보우 드롭스' 공연은 단연 화제였다. 공연 첫날 저녁에만 25만 명이 몰렸다.

그러나 축제의 성공을 이끈 또 다른 중요한 동력이 있다. 바로 시민 자원활동가들이다. 축제기획팀에서는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사전에 자원활동가들을 모집했고, 개별 팀을 이끌 리더 자원활동가들을 비롯하여 총 400명을 최종 선발했다. 유난히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대부분이었던 올해 자원활동가들은 행사장 운영은 물론 외국어지원, 홍보마케팅 등 기본적으로 자신의 재능과 취향을 살릴 수 있는 분야로 배치되었지만, 축제가 한창 진행되면서 수시로 담당업무뿐 아니라 다른 팀 지원에도 나섰다. 무거운 짐 나르기나 환경미화는 기본이었다. 때로는 식사를 제때 못하거나 아예 거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바쁜 와중에도 이들은 곁눈질로라도 축제를 즐겼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나본 자원활동가들은 하나같이 다른 곳에서 만난 자원봉사자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들은 즐길 줄 알았다. 

좌측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티켓박스팀, 축제극장팀, 마포대교팀, 워크샵극장팀 자원활동가들 

자원활동가들의 열정이 축제를 성공으로 이끌다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인 5월 10일 오후 5시 50분. 여의도한강공원 빅탑빌리지.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던 <레인보우 드롭스> 마지막 공연의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축제운영본부에서는 시민들과의 약속인 만큼 어지간해서는 공연 취소를 감행하지 않으려 했지만 50명의 시민들이 참가하는 만큼 안전사고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락가락 하는 비 때문에 이미 음향시설 등이 잔뜩 젖어 있는 상태였다. 이벤트플라자 자원활동가들은 소식을 듣고 동그랗게 모였다. 실망한 흔적이 역력했고 한숨도 흘러나왔다. "수고들 많으셨구요. 어쩔 수 없죠. 이제 임무는 끝났고...공연 많이 못 보셨죠? 곧 있을 <고래의 꿈> 공연 재밌대요." 리더 자원활동가의 말에 팀원들은 6시에 시작할 노리단 공연의 관람객들 사이로 흩어졌다. 7시 30분의 <구름 위의 선율> 역시 날씨 때문에 취소됐지만 다행히 <고래의 꿈>은 비가 오지 않아 예정대로 진행됐다. 한창 흥이 오를 무렵 넌버벌극장에서 <렛미세이섬씽> 공연을 보고 나오던 관객들이 우르르 구경꾼 대열에 합류했다. 축제의 본 프로그램은 이것으로 끝이 났다.

티켓박스팀 자원활동가들은 이제야 숨을 돌리는 듯했다. 그래도 앉아서 하는 업무이니 다른 팀보다는 일이 쉬웠을 것 같다는 질문에 바로 정색을 한다. "아니요. 가장 힘든 게 저희였어요(웃음). 시민들이 다 이곳으로 몰려오시니까요. 특히 <난타>에는 사람들이 가장 몰렸죠. 날씨가 안 좋았는데도 불구하구요." 변재현 리더 자원활동가는 그러면서도 자원활동가에 지원해서 좋았던 점을 이렇게 말한다. "일하면서도 좋은 공연을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저런 노리단 공연, 다른 데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거잖아요." 가뿐한 마음으로 축제의 마지막 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권재은, 이단비 자원활동가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역시 좋은 공연을 가까이 보면서 일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은 점이죠. 저희는 축제극장팀이었어요."

빅탑빌리지 외곽에 위치한 자원활동가 휴게실 천막에는 삼삼오오 자원활동가들이 모여들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을 물었다. 워크샵극장팀의 이나래 리더 자원활동가는 "글쎄요. 날씨? 식사? 그래도 우리팀은 제때 밥 먹으려고 무진 애를 썼어요. 저희는 스케줄이 날마다 조금씩 달라서 다른팀 지원을 열심히 나갔죠." 무사히 일을 마친 자들의 여유와 일종의 전우애 같은 것이 느껴졌다. 오래 머무르기가 미안해졌다. 사진가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일몰의 하늘과 반짝이는 한강 물 그리고 하나둘 조명이 켜지는 뾰족 지붕의 천막극장들을 보면서 터덜터덜 걷노라니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가는 빗줄기가 쏟아졌지만 그냥 맞고 싶은 센티멘털에 잠시 빠질 즈음, 때마침 축제운영본부의 김진주 야외공연운영팀장이 휴대용 비옷을 건넸다. "5일하고 8일은 정말 시민들이 많았는데...오늘 정말 아쉬워요." 그래도 얼굴에는 기쁨의 미소가 그득했다. 축제를 만든 이들의 얼굴에서 행복감과 성공을 가늠할 수 있었다.

 

빗속에서 춘 감동의 봄짓댄스, 축제 로고송까지 만든 2011년 자원활동가들

8시. 갑자기 이벤트플라자를 가득 메우는 노래에 깜짝 놀랐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가 있죠. 그대와 나만의 멋진 비밀을. 수줍게 고백해. 우리 함께 나눠요. 언제나 기다려온 축제~" 그러자 어디서 모여들었는지 자원활동가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달려나갔다. 그리고 다같이 일사불란하게 춤을 추었다. 이 노래가 바로 올해 참가한 리더 자원활동가들이 직접 창작해 불렀다는 축제 로고송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춤은 일명 '봄짓댄스'였다. 빗줄기가 거세졌지만 현장은 열기로 후끈했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한강을 배경으로 한 불꽃쇼가 시작됐다. 아직 아쉬움에 자리를 뜨지 않은 시민들도 가까이 몰려들어 이들을 지켜보았고 함께 즐겼다. 축제가 정말 이대로 끝나는 걸까? 주인공은 그들이었고, 이 순간은 영원할 것만 같은,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마지막 불꽃이 사라지고 노래가 끝나자 자원활동가들은 박수를 보내며 서로 얼싸안기 시작했다. "시원섭섭합니다." 마포대교팀의 백성현 리더 자원활동가가 고조된 목소리로 말했다. 같은 팀의 조미나씨는 급기야 눈물을 보였다. "너무 아쉬워요." 김은지 리더 자원활동가는 "내년에도 또 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아마도 이들 자원활동가들은 오늘 이후에도 한동안 서로를 그리워하며 축제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축제 바이러스를 퍼뜨릴 것이다. 벌써부터 다음 하이서울페스티벌이 기대되는 이유다. "우리! 바로 그대가 함께 만들어봐요." 그들이 부른 노래에서처럼.

 

#하이서울페스티벌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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