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와인처럼 지역에 따라 맛이 달라요!

하이서울뉴스 박혜숙

발행일 2011.10.24. 00:00

수정일 2011.10.24. 00:00

조회 3,853

밀리언비즈 명노신 대표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요즘 거리를 거닐다보면 한 블록에 커피전문점이 하나씩은 들어서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부터 핸드드립 및 다양한 커피 원산지를 강조한 전문커피매장까지 다채롭다. 선배나 친구의 집에 가 봐도 커피 머신 하나쯤은 마련한 집이 많아졌다. 식사 후, 인스턴트 분말 커피가 아닌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 대접이 자연스럽다. 언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커피를 좋아한 걸까 싶을 정도로 대한민국에 강하게 부는 커피 열풍. 도대체 우리나라만 이런 것인지 아니면 커피가 가진 어떤 매력 때문에 전 세계가 들썩이는 건지 궁금한 마음에 이곳저곳을 알아보다 11년 전, 아직은 커피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전에 커피의 매력에 눈을 떠서 지금까지 커피관련 사업에 매진해 온 (주)밀리언비즈 명노신 대표를 만났다. 그에게 듣는 재미있고 다양한 커피 이야기에 나 또한 조금은 커피와 친해진 기분이 들었다. 아마, 이 인터뷰를 읽고 나면 누구나 커피를 맛과 분위기로만 마시기보다 생각하며 즐기며 마시게 되지 않을까!

Q. 어떻게 커피에 관련된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A. 개인적으로 녹차, 중국차 같은 차(tea)를 좋아해서 이와 관련된 사업을 하려고 비즈니스 전문가들을 만났는데,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커피를 추천해주시더군요. 그때 캐나다 여행 하면서 마셨던 맛있는 커피가 생각났어요. '그 맛있는 커피를 어디서나 누구나 마실 수 있도록 돕는다면 참 행복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커피와 인연을 맺고, 커피 머신을 수입하는 일을 시작했어요. 네덜란드 장비였는데, 좀 전에 말했던 캐나다에서 마셨던 그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준 기계였죠. 근데, 그 때 마셨던 그 맛이 안 나오는 거예요. 그때 안거죠. 커피 머신보다도 중요한 것이 커피 원두라는 것을. 그때부터는 커피 잘 만드는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배웠어요. 로스팅, 추출 등 커피에 대해 배우면서 재미에 폭 빠졌어요. 기계는 한번 팔면 끝인데 커피는 배우면 배울수록 내공도 쌓이고 요리처럼 다양한 맛의 커피를 내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으니까요.

Q. 그럼, 커피를 배우고 난 다음엔 어떤 일을 시작하신 거죠?

A. 커피 머신 유통 사업을 넘어서 커피 공급(도매), 그리고 프랜차이즈 커피 컨설팅 등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 눈을 뜨게 됐죠. 지금은 생두(green bean)의 수입, 유통, 제조, 그리고 생두를 제조한 커피를 또 유통하는 일, 그리고 프랜차이즈 지원까지 하고 있어요. 커피 관련된 것은 다 한다고 보시면 돼요. 한 마디로 다른 사람들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커피비즈니스 전문가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Q. 요즘 한 블록마다 커피가게가 보이고, 커피머신 하나쯤 있는 가정집도 많아지고 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를 뭐라고 보시는지요?

A. 커피가 가진 매력 때문이죠. 이건 우리나라만의 특징이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아프리카부터 시작되어 유럽, 북미를 거쳐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순서로 들어왔는데 어느 나라에서나 커피가 들어가면 모든 식음료 문화를 바꿨습니다. 커피랑 경쟁했던 모든 음료가 졌다는 거죠. 이건 그만큼 커피가 강한 매력을 가졌단 뜻이죠. 차로 유명한 중국조차도 지금 차나무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커피를 심고 있어요. 그 곳 사람들 말이 예전에 차를 심었을 때 겨우 먹고 살았지만, 지금은 생활이 나아져 세탁기도 사고 삶의 질이 높아졌답니다. 차는 한 잎 한 잎 따야 해서 인건비가 많이 들지만, 커피는 열매니까 훨씬 더 경쟁력이 있죠. 현재, 세계인이 1년에 약 3천억 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해요. 이처럼 시장이 크니까 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많고 자연스레 품질이 좋아져서 더 많은 사랑을 받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급스러운 입맛입니다. 이건 해외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이 사실은 우리나라 식음료 문화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 증명해줍니다. 80년대 먹던 빨간 소시지, 지금은 거의 안 먹고 다들 수제 햄 찾지 않습니까? 보통 다른 나라에선 100년이 걸리는데 우리는 2~30년 만에 이뤄낸 겁니다. 커피의 경우도 우리나라에 에스프레소(고압추출 방식/맛이 풍부)가 뜬 지 10년이 됐는데, 지금 핸드드립(손으로 천천히 내리는 방식/맛이 깔끔) 커피 및 다양한 원산지 커피를 찾고 있어요. 어떤 맛에 눈을 뜨면 그 맛을 향해 급속도로 수준이 올라가기 때문에 성장할 수밖에 없는 거죠.

Q. 가게마다 같은 아메리카노도 맛이 다른데, 어떤 커피가 좋은 건가요?

A. 우선 맛이 다른 이유는 생두와 로스팅, 그리고 블렌딩(보통 3~5종의 생두를 섞음)의 차이입니다. 생두만으로도 맛에 큰 차이가 나고, 로스팅을 센 불에 하거나 오래하면 커피 맛이 좀 더 진해지거든요. 하지만, 좋은 커피라는 건 제 생각에 주관적인 것 같아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진한 커피를 좋아하는 분도 있고, 연한 커피를 좋아하는 분도 계시니까요. 가게마다 맛이 다른 것도 정책이 다르기 때문이죠. 케이크와 함께 판매하는 곳은 커피 맛이 조금 더 진해야 케이크와 맛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마셔서 맛있고 행복하면 그게 좋은 커피가 아닐까요.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향을 맡아보세요. 향이 제일 빨리 변하기 때문에 향이 좋은 커피가 좋은 커피라고 할 수 있겠죠.

Q. 원산지에 따라 커피 이름이 다양한데, 몇 가지 소개해주시고 맛도 설명해주세요.

A. 제일 유명한 것은 브라질 산토스예요. 전 세계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우리에게 익숙하고 무난한, 한번쯤은 마셔봤을 만한 커피죠. 개인적으로 추천해드리고 싶은 건 커피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 커피예요. 재밌는 것이 사람들이 커피에 빠지는 이유가 에티오피아 커피 때문이고, 이것저것 마시다가 나중에 마지막으로 다시 찾는 커피가 에티오피아 커피라고 해요. 그 향이 어떤 지역도 따라갈 수가 없어요. 또한, 에티오피아 커피는 동네마다 커피 맛이 달라요. 우리나라로 치면 강북과 강남의 커피 맛이 다르다고 할까요? 그런데 그 커피나무를 가져와서 다른 곳에 심으면 그 맛이 안나요. 꼭 와인처럼, 향토와 기후 등 모든 것이 더해져서 나오는 맛이죠. 에티오피아에 가보신 분들은 커피가 너무너무 많아 죽을 때까지 마셔도 다 못 마실 거라고 해요. 하지만 양이 적어서 상업화할 순 없는 거죠. 그만큼 다양한 매력을 가진 커피가 에티오피아 커피라고 생각합니다. 하라, 이르가체프, 시다모(각각 동네 이름) 등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커피는 과일 단맛이 나는 케냐 AA고, 가장 많이 소비되는 것은 콜롬비아 수프리모입니다.

르완다 사람들이 불량생두를 골라내는 모습(좌), 에디오피아 이르가체프(우)

Q. 커피와 관련된 일을 하시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나 잊지 못할 경험이 있다면?

A. 올 초에 르완다를 다녀왔는데, 거기서 만난 르완다 사람들의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감동적이었어요. 르완다 사람들에겐 커피가 삶의 전부에요. 수출의 40%가 커피죠. 커피가 있어야 살 수 있다는 거죠. 지리적으로 내륙에 있어서 바다(케냐 뭄바사)까지 가는데 1,800km, 즉 5일이나 걸리기 때문에 과일을 심거나 재배해서 수출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커피는 쌀처럼 수급조절이 가능하고 생두 같은 경우는 1년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보니 언제든 수출할 수 있죠. 종종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서 '커피를 마시지 말아야 한다. 노동력 착취다'라고 하는데, 그렇게 단정 짓기보다 그들의 커피를 정당한 가격으로 사주고 홍보해주는 것이 그 사람들 삶에 도움이 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실제로 미국과 여러 나라에서 르완다를 돕기 위해 많은 프로젝트를 했어요. 그 중 하나로 더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워싱스테이션(세척장)을 만들어줘서 전에는 1,000원에 팔던 것을 3,000원에 팔게 해줬죠. 이렇게 커피 값이 작년부터 많이 좋아져서 사람들 수입도 좋아지고 삶도 윤택해졌어요. 제가 만난 르완다 사람들도 커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 더 좋은 커피를 만들 거라고 얘기해요. 그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삶이 담긴 커피를 마셔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도움일 겁니다. 참고로 르완다 커피를 소개하자면, 르완다 AA라고 고산지대에서 나서 맛과 향이 풍부해요. 굉장히 뛰어난 커피로 일본엔 10년 전부터 나왔는데 한국엔 아직 소개가 안됐어요. 곧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Q. 커피 관련 개인 사업을 하려고 하시는 분들께 조언해주신다면?

A. 폭넓게 공부하시길 권유하고 싶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엔 바리스타에 몰두하고, 그 다음엔 Q grader라고 감별사에 집중하시죠. 커피 사업 분야가 굉장히 다양한데 우리는 너무 한 분야에 몰입되어 있는 것 같아요. 해외에 나가 일할 수 있고, 해외 좋은 커피를 소개할 수도 있는데 대부분 커피 창업에만 매달려 있다보니 다른 나라보다 협소하게 돌아간다는 단점이 있어요. 커피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 갖고 배운다면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일을 찾으실 수도 있으실 겁니다.

Q. 평균 커피 가격이 아메리카노가 3,000원이고, 바닐라라떼 또는 마끼아또는 5,000원으로 한 끼 식사 값인데, 커피가격이 적당하다고 보시는지?

A. 비싸죠. 근데 한국이 가진 특수한 시장도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안타깝게도 커피 가격을 올려놓으신 분들은 마시는 분들이에요. 비싼 커피가 맛있고, 인테리어가 화려하거나 고급스럽지 않으면 좋은 커피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때문에 외국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오면 한국에 있는 커피브랜드 전문점을 제일 화려하게 꾸미고 가격도 높게 책정하죠. 한 예로, 스타벅스가 4층 짜리 매장을 낸 곳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뿐이에요. 유럽 사람들도 한국에 오면 우리나라 커피숍이 너무 화려해 놀라요. 동네에서 가볍게 사서 누구나 집에서 편하게 마시는 유럽은 커피문화가 하나의 '생활'인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사치'와 '과시' 성격이 조금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우리도 '생활'이 돼서 제 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커피를 좋아하는 하이서울뉴스 독자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A. 커피를 마실 때, 원가를 생각하기보다 이 커피 한잔을 만들기 위해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다는 것을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또한, 다양한 나라의 커피를 즐겨주신다면 훨씬 더 커피가 가진 매력을 발견하는 것이 쉬울 것 같아요. 에티오피아 커피 마시면 에티오피아가 궁금해지고, 르완다 커피 마시면 르완다가 궁금해지듯이 그 나라의 커피를 마시며 그 나라 또는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상상하며 커피를 즐기다보면, 이 가을, 커피에 담긴 진짜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커피 #에티오피아 #르완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