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예능` 전성시대, 어른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

하재근(문화평론가)

발행일 2014.06.10. 00:00

수정일 2014.06.10. 00:00

조회 915

`아빠 어디가`(사진 뉴시스)

[서울톡톡] '아이예능' 전성시대가 예상을 넘어 대단히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장기간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했던 <일밤>을 '아빠 어디가'가 살릴 때만 해도 아이예능의 인기가 곧 시들해질 거라는 예측이 많았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순간적인 귀여움만 있을 뿐이지, 아이들이 스스로 재밌는 설정을 계속해서 만들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예능'의 인기는 그 생명력이 짧을 수밖에 없다고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 어디가'는 승승장구했고 급기야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또 다른 아이예능이 등장했다. 이 프로그램이 처음 나왔을 땐 '아빠 어디가' 복제품이라는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결국 성공을 거두었다. 덕분에 작년 연말 연예대상은 아이들의 잔치판이 되었다. 오랫동안 강고하게 이어졌던 유재석, 강호동의 '유강천하'를 아이들이 무너뜨린 것이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아이예능'의 인기는 여전하다.

이는 아이 스타 탄생으로 이어졌다. 제일 먼저 윤민수의 아들 윤후가 가공할 '먹방'으로 국민 스타 반열에 올랐다. 윤후가 유행시킨 '짜파구리'로 인해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매출액이 바뀔 정도였다. 뒤이어 이준수, 성준, 김민율 등이 인기를 끌더니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추성훈의 딸 추사랑이 '아이예능' 끝판왕으로 등장했다. 일본 매체가 한국에서의 추사랑 인기를 기사로 다뤘을 정도다. 추사랑은 13개의 CF를 찍어 CF퀸 소리까지 듣고 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광고에서 소비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요소로 활용되는 것이 3B인데, 바로 미인(Beauty), 아기(Baby), 동물(Beast)를 의미한다. 인간은 이런 소재들에 원초적으로 끌린다. 3B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이 미인(=섹시)과 아기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섹시한 미인의 성적인 자극은 후세를 만드는 본능과 연결되고, 아기의 자극은 후세를 기르는 본능과 연결된다. 인간은 인간이라는 종을 유지하기 위해 아기를 보면 무조건적으로 귀여워하는 본능을 키워왔다.

특히 육아예능엔 순수, 가족애, 추억 등의 따뜻한 느낌까지 있다.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시며 위안과 휴식을 준다. 바로 이것이 한국인이 작년부터 일요일만 되면 아이들 예능에 빠져드는 이유다. 한 주 간의 피로를 아이들로의 퇴행으로 풀며 재충전하는 것이다. <무한도전>에서 시작된 리얼버라이어티는 다 큰 어른들이 어린아이 흉내를 내며 시청자를 퇴행시키는 쇼였는데, 이제 퇴행의 끝에 진짜 아이들까지 왔다. '아빠 어디가'가 처음 시작했을 땐 평균 7세 정도였다가, 지금은 평균 5세 정도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아이예능 전성시대에 가장 걱정되는 것은 아이들의 인권이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쇼비지니스계의 스타가 돼버린 아이들이, 과도한 관심 속에 혹시 상처 받지 않을까? 과거 아역스타 노희지는 자신을 구경하는 사람들 속에서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윤후 안티카페 파문처럼 비정한 일까지 벌어졌다. 대중이 아이예능 출연자를 연예인으로 인식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면 정상적인 유년기를 빼앗길 수도 있다. 어른들이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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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어디가 #예능 #슈퍼맨이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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