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살리는 게 교육이다
admin
발행일 2010.02.26. 00:00
학교를 떠난 아이들도 교육을 받을 권리는 있다 "근대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나라에 필요한 일꾼을 길러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현병호 씨는 잠시 눈을 감고 긴 침묵을 보낸 뒤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의무교육의 시작은 전쟁과 함께 시작이 됐다. 프로이센에서 부국강병의 수단으로 국민들을 교육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의무교육은 지금까지 여러 계기들로 인해서 끊임없이 변해왔지만, 그 기본적인 패러다임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도 여전히 무역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라는 뜻이다. "많은 아이들이 문제아 취급을 받으면서 학교를 떠나고 있습니다. 그걸 꼭 아이들의 문제로 볼 수 있을까요?" 한 해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의 수는 1만여 명에 달하고 있다. 그들을 학교에서 멀어지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학교를 떠나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현병호 씨는 지금까지 학교를 떠난 아이들에 대해서는 사회에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학교를 떠난다는 건 사회에 필요한 일꾼이 되기를 포기한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저도 지금의 10대들과 같이 많은 방황을 했죠. 그렇게 방황하면서 생겼던 고민들이 학교에 부적응증을 느끼는 또 다른 아이들에 관한 애착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20대 중반의 현병호 씨는 방황하던 시절에 학교에 관한 글을 관련 잡지에 투고하게 된다. 나름대로 새로운 대안의 제시를 한다는 취지였는데, 그 글은 좋은 호응을 얻어서 교육 관련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고, 그곳에 편집부장으로 일을 하게 된다. "직원이 2명 있었으니, 처음부터 편집부장일 수밖에 없었죠(웃음)." 함께 잘 살 수 있는 교육을 꿈꾸다 "출판사 일을 그만두고 아는 분과 함께 오랫동안 실험학교 공동체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새로 만들어진 학교는 제가 생각하던 학교와는 달랐습니다. 너무 빡빡했죠." 현병호 씨는 대안교육에 대해서 처음부터 다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했고, 결론은 급격하게 무언가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관련 자료를 복사해서 나눠줬는데, 사람들이 오랫동안 보려면 정기간행물로 만드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98년 [민들레] 창간호가 발행됐죠." 현병호 씨는 새로운 생각들이 담긴 글을 복사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그렇게 학교교육에 대해서 다 함께 생각해보고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자고 했다. 그러나 낱장의 종이 위에 쓰여진 글들은 휘발성이 강했다. 그렇게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지금의 [민들레]라는 잡지를 만들었고, 초판 발행 때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정기구독자만 3,000명에 이르고 있다. "벌써 몇 년째 3,000명 정도에 구독자가 머물고 있습니다. 이는 관심 있는 분들이 그 정도인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모님의 관심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 그 정도인 것입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정말 사회의 관심 밖에 머물고 있는 것이란 말이죠." 현재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학부모들이다. 대안교육은 크게 홈스쿨링과 대안학교로 나뉘는데,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만큼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축에 속한다. 그러나 부모가 교육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헤맬 수밖에 없다고. 그런 이유로 지금의 교육 문제를 학교, 학생으로만 구분해서 풀기에는 많은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단다. 대안교육은 사립교육이 아닌 민립교육 "흔히 사람들이 대안교육이라면 사립교육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좀 더 나은 교육을 고민하는 민간교육이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현병호 씨는 최근에 변화하고 있는 인재상이 창의적인 인재, 마니아적인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때 그 사람이 가진 역량과 매력이 발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학습의 시기라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죠. 아이들이 평생 동안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민들레 출판사의 1층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대안학교로 구성돼 있다. 이곳은 학교를 떠난 학생들이 와서 공부도 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교육 지원이 아닌 비공인 사립교육기관으로 복지 차원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제가 생각하는 대안교육은 공교육의 붕괴가 아닙니다. 공교육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아이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복지가 아닌 교육으로 감쌀 수 있어야 합니다." 교육 운동가인 현병호 씨는 자신처럼 교육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것은 지금의 공교육이 좀 더 유연해지고, 넓은 시각으로 새로운 교육을 할 때 가능할 것이라고. 그는 마지막으로 한편의 만화를 보여주면서 인터뷰를 끝맺었다. "누구나 자신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한계를 인정할 때 토론이 가능하고, 발전이 있는 겁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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