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의 멋과 쉼의 맛

admin

발행일 2009.11.02. 00:00

수정일 2009.11.02. 00:00

조회 4,177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답고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한강은 근년 들어 강변 좌우측 모든 공간이 빈틈없이 공원으로 가꾸어지고 있고, 이와 함께 자전거도로가 거의 완벽하게 조성되어 있어 자전거를 타고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개인적으로 자전거를 타면서 계속 냅다 달리는 ‘질주의 멋’과 잠시 휴식을 취하는 ‘쉼의 맛’을 즐긴다는 자전거 예찬론자 박동현 시민기자가 오랜 경험을 살려 서울 서남부 지역의 자전거 명소들을 소개한다. 한강의 굽이쳐 흐르는 물결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모습 속에 서울의 발전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느끼게 된다는 그를 따라 가슴 설레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보자.

1코스 - 도림천에서 안양천으로 진입, 한강까지 기분전환용 코스

지하철 환승역 신도림역 2번 출구 인도변 좌측에는 2층으로 된 자전거주차장이 우뚝 자리잡고 있다. 꽉 차면 500대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자전거아파트다. 완공 2~3개월간은 2층의 경우 텅텅 비었었는데, 지금은 거치대가 모자라 통로뿐만 아니라 외부 역 주변 곳곳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하철 출구에서 나와 자전거주차장을 180도 좌회전하면 자전거도로가 나있는 도림천으로 이어진다. 마침 거주하는 곳이 도림천 자전거도로로 진입하는 인근지역이라 이곳에서 자전거를 탈 기회가 많다. 직장 출퇴근은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지만 이곳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자전거를 타고 다닐 때도 있다. 일찍 퇴근이라도 할 때에는 얼른 저녁밥을 챙겨먹고는 아이와 함께 초저녁 자전거타기 대열에 합류해 열심히 페달을 밟고 나면 어느새 하루의 피로도 싹 씻을 수 있다.

평소 주로 이용하는 코스는 도림천 자전거도로 진입부에서 출발하여 안양천 합류지점을 지나 우측 코스를 이용해 직선으로 달려 확 트인 한강 합류지점까지 왕복 10여 킬로미터 조금 넘게 달리는데, 쌓인 스트레스와 피곤을 모두 풀 수 있고, 한강변 맑은 공기를 머릿속에 채우고 돌아올 수 있어 기분전환용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안양천에서 한강합류지점으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변에는 아기자기한 볼 곳이 많다. 무엇보다 도로변으로 이어지는 잘 보존된 생태공원이 있고, 각종 이름모를 조류들이 재잘대는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다. 주변 곳곳에는 철에 맞는 꽃길 조성도 잘 되어 있어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그 아름다움과 진한 향기에 넋을 잃곤 한다. 무엇보다 은빛 억새들의 넘실대는 모습은 늘 그 곳을 찾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나 안양천을 통해 경기까지 달릴 수 있어 지역 연결과 소통의 길로 자전거애호가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자전거도로다.

자전거도로변, 적당히 물기를 머금은 바람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초록이었던 잎들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나무들은 어느새 주홍색 옷으로 일제히 갈아입고 진한 커피향을 뿜어내고 있다. 수 킬로미터를 숨가쁜 줄 모르고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달려 온 나그네들을 서로들 오라는 듯 살랑살랑 손 흔들며 유혹하고 있다.

2코스 - 선유도공원, 여의도샛강 또는 강서습지 생태공원까지 무한도전 코스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다보면 잠시 쉬어갈 곳도 필요한데 이러한 쉼의 장소는 한강변 자전거도로 곳곳에 조성되어 있다. 운동장 같은 축구장이 있고, 헬스장보다 더 잘 갖추어진 체육공원도 자리하고 있다. 천막이 있는 곳에 교량 아래에는 벤치가 있어 쉬어가는 사람들끼리 만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많다. 노인끼리 놀이를 할 수 있는 녹색 게이트볼장도 조성되어 있다. 그러나 그냥 달리고 싶으면 앞사람을 따라, 뒷사람을 인도하며 아이와 부모와 연인과 동료와 함께 계속 페달을 밟으며 두바퀴에 몰입해 달리면 된다.

얼마 전에는 조금 욕심을 더해 한강변 자전거도로를 따라 왕복 35킬로미터를 넘게 질주하고 돌아왔다. 이용한 코스를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신도림역 아래 도림천에서 시작하여 안양천 합류점 신정교에서 우회전한 뒤, 목동교, 양화교를 거쳐 한강합류점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성산대교, 선유도공원, 국회의사당 뒷길을 따라 여의나루, 원효대교 하단부를 거쳐 여의도 시내를 가로질러 샛강생태공원에 이르렀다. 샛강공원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는 공원 자전거도로를 따라 돌아서 KBS와 국회의사당을 지근거리에 두고 이미 지나왔던 길인 당산철교 하단부 한강자전거도로와 만났다. 오늘 코스의 절반을 달린 셈이다. 곧바로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선유도공원과 이어지는 하늘 구름다리 선유교를 지나 강건너 우측으로 상암월드컵 공원이 훤히 바라다보이는 가양대교 하단 염장터를 거쳐 목적지인 방화대교 하단부에 자리잡은 강서습지생태공원에 이르렀다. 한강 자전거도로 4분의 1을 거친 셈이다.

지나온 코스 중 가볼 만한 곳은 뭐니뭐니해도 생태공원 두 곳이다. 우선, 여의도를 둘러싸고 있는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은 아직 일부 구간에 공사 마무리가 되지 않아 인적은 드물지만, 그 대신 공원에 들어서면 수백 마리의 참새떼가 몰려다니며 인사하고, 버드나무 숲 속 까치들이 먼저 마중 나와 반갑게 맞아준다. 공원 내 생태습지가 잘 조성되고 있고 자전거도로 역시 깔끔하게 꾸며져 있다. 다만 한강으로 이어지는 지점의 교량공사 등으로 비포장도로를 다녀야 하는 불편한 점이 아직은 옥에 티.

광활한 강변에 자리한 강서습지생태공원은 확 트인 한강을 바라볼 수 있어 좋고, 강의 남북을 잇는 분홍으로 단장한 아름다운 방화대교와 주변 체육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어 많은 시민들이 찾는 곳이다. 공원을 관리하는 강서센터 앞길 자전거도로에는 대형 원형 화분을 길가에 꾸며놓아 꿈 속 꽃향기 속에 파묻히는 듯했다. 어린 아이들에게 환경 및 생태 현장 체험의 교육장으로 추천할 만한 최적의 장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미 수많은 시민들이 자주 찾고 잘 알려진 선유도공원은 주홍빛 억새와 변함없이 아름다운 선유교가 잘 조화를 이뤄 깊어가는 나그네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다. 안양천과 한강의 합류지점 쉼터 역시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는 인기 있는 곳이다. 좌우로 펼쳐진 드넓은 한강을 바라보며 꿈을 노래할 수 있고, 맞은편 하늘공원과 평화의 공원을 바라보며 또 맞바람도 쐬며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어 좋은 휴식 공간이다.

유적지로는 강서구 염창동 한강가에 있던 소금을 공급하던 소금창고, 염창(鹽倉)터를 볼 수 있다. 조선시대 경기, 충청, 전라 등지의 염전에서 실어오는 소금을 저장하고 보관하며 필요할 때마다 서울로 공급되었다고 한다. 곧 김장 김치 담글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김치 절이는 데 필요한 소금 생각이 나서 염창터에도 잠시 들렀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은륜의 페달을 밟으며 콧노래로 희망을 외치고, 자전거에 부착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노래를 들으며 신나게 질주하는 건강한 마음과 건강한 육체를 지닌 시민들의 모습에서 강한 희망을, 비전을 함께 느낄 수 있고, 그에 동화되어 감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소명인가 싶다.

한창 자전거타기 붐을 타고 자전거를 애호하는 시민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물론 아직 일부 자전거도로 공사가 미비되고, 낡아서 보수공사가 이루어지는 등 어수선한 곳이 있지만 곧 한강변뿐만 아니라 서울 곳곳이 자전거천국이 되는 날을 꿈꾸며 곳곳을 누빌 생각을 할 때면 신바람난다. 이와 함께 자전거타기 붐으로 곧 자전거도로 정체도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비해 미래를 내다보며 자전거도로 공사를 하는 당국의 혜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자전거 이용족의 증가와 함께 자전거 전용도로뿐만 아니라 자전거 보관소 설치를 더욱 확대하고, 신호체계의 개편 등이 도로 곳곳에서도 하루 빨리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리하여 진정한 자전거 천국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런 자전거 에티켓 얘기 공감하시죠?

1) 야간 운전시 밝은 옷 입고 야광 시설 부착하자

야간에 야광 시설을 부착하지 않고 달리는 자전거를 더러 볼 수 있는데 정말 위험하다. 도림동에 거주하는 전모(66) 씨는 "야간에 야광 장비도 갖추지 않고 검은 옷을 입고 앞을 달려올 때면 대책이 없다. 자전거 이용자도 상호 안전을 위해 자전거타기 에티켓을 제대로 지켰으면 한다"고 말한다. 요즘 해가 일찍 지기 때문에 금세 어둑해진다. 이런 경우 녹색이나 노랑, 주황 계통의 형광빛이 나는 밝은 옷이 눈에 잘띈다. 자신의 안전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밝은 계통의 옷을 입을 것을 권장하고 싶다.

2) 끼어들기, 운전 중 전화통화 위험해요!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거나 아찔한 경우도 많이 보고 겪게 된다. 담배를 입에 물고 자전거를 타거나, 갓난 아이를 뒤에 태우고 휴대 전화기로 전화를 하며 한손으로 요리조리 운전하는 것을 보았는데 정말 위험천만한 일이다. 또 승용차 끼어들기처럼 갑자기 앞에 끼어드는 자전거를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그런가 하면 조금 능숙한 실력을 뽐내기라도 하듯 좁은 자전거도로를 지그재그로, 두손을 치켜들고 마구 달리는 경우도 상대방에게 피해를 준다.

3) 음주 자전거 운행, 부끄러워요.

더욱이 음주 운행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술을 너무 과다하게 마셔 쉼터 벤치에 드러누워 코를 골며 숙면에 빠진 사람도 볼 수 있는데, 어린 아이들이 볼까 부끄러운 모습이고 자전거를 타는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 수치스럽기까지 하다.

4) 자전거 도로에는 자전거만! 애완견과 책벌레는 사절!

또 애완견을 데리고 자전거 도로를 다니거나 자전거가 쌩쌩 달리는 길에서 책을 펴들고 걸어가는 책벌레도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어울리지 않았다. 자전거도로 상에서도 지킬 건 지켜야 할 것이다.

시민기자/박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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