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실명의 위협

admin

발행일 2010.07.16. 00:00

수정일 2010.07.16. 00:00

조회 3,382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 시야가 좁아지는 병

45세 회사원 A 씨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안압은 정상이나 녹내장이 의심된다는 판정을 받고 깜짝 놀랐다. 평소 시력이 좋으며 불편한 것이 없었기에 놀라움은 더 컸다. 병원을 찾아 녹내장 정밀검사를 받은 A씨는 정상안압녹내장으로 판정받았고, 벌써 시야의 반 이상을 잃었다고 들었다.

이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정상안압녹내장의 전형적인 발견 과정이다. 녹내장은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 보이는 범위, 즉 시야가 좁아지는 병으로 말기가 되어 시야가 모두 소실되면 실명한다. 이 중에서 정상안압녹내장은 특히 안압(눈 속의 압력)이 정상이므로 안압 검사로 발견할 수 없고, 말기가 될 때까지 증상도 전혀 없어 발견이 어렵다. 일찍 발견되면 약물 치료로 병의 경과를 늦출 수 있으나 말기가 되면 치료하기가 어려워 무엇보다도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녹내장은 종류가 다양하여, 병의 경과에 따라서 급성 녹내장과 만성 녹내장으로 구별하며 방수 유출로가 막혔는지 여부와 안압이 높은지에 따라서 폐쇄각 녹내장, 원발개방각녹내장, 정상안압녹내장으로 나누기도 한다. 여기서는 정상안압녹내장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정상안압녹내장…안압 상승시키는 물구나무서기도 피하는 것이 좋아

2008년 남일면에서 시행된 대규모 역학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 한국인의 약 4%가 녹내장을 앓고 있으며, 이 중에서 2/3 이상이 정상안압녹내장이었다. 그렇다면 안압도 정상인데 왜 녹내장이 생길까? 혈류장애에 의해 시신경에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못하여 생긴다는 설명이 있으며, 시신경을 지지하는 부위(사상판)의 이상으로 정상 안압에서도 시신경의 손상이 생긴다는 설명도 있다.

정상안압녹내장의 진단 검사는 크게 시신경검사와 망막신경섬유층검사, 시야검사로 나뉜다. 최근에는 안구 CT 검사인 OCT도 많이 시행된다. 말기가 될 때까지 증상이 전혀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정기 검진이 필수적이다. 40세 이상이면 누구든지 1년에 한 번은 안과 전문의의 검진을 받아야 하며, 가족 중에 녹내장이 있거나, 근시가 심한 사람은 30세 이후라도 정기 검진을 시작해야 한다.

정상안압녹내장의 치료는 안약으로 안압을 하강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며, 다양한 종류의 안약 중에서 개개인에 맞는 안약을 점안한다. 부작용이 적고 점안 횟수가 적은 약물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게 된다. 만성 질환이므로 대부분의 경우 평생 동안 안약을 점안해야 한다. 정상안압녹내장 이외의 녹내장은 안약으로 치료가 어려울 때에 녹내장 수술을 하는 경우가 흔히 있으나 정상안압녹내장은 수술의 위험성 때문에 거의 시행되지 않는다.

생활 습관과 녹내장은 아직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흡연과 하루 세 잔 이상의 커피는 혈액 순환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금해야 하며, 물구나무서기도 안압을 상승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음식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보고된 바 없다.

이상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정상안압녹내장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치료로서 병의 경과를 지연시킬 수 있으나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우므로 무엇보다도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눈에 불편한 증상이 없더라도 40세 이후에는 매년 꼭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라 하겠다.

글 ∥ 김석환(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안과 서울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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