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온 기분으로 '자연스레' 자연을 느끼는 곳
admin
발행일 2009.08.26. 00:00
강동구 길동 3번지 그린벨트 일대에 위치한 길동생태공원은 1999년 문을 열었다. 그로부터 생태환경 유지를 위하여 1일 200명으로 입장인원을 제한하고 사전예약제를 도입하여 기존 도시공원과 차별화된 운영방식을 고수해왔다. 그 결과 올해 6월 기준으로 120종의 나무, 500여 종의 식물과 수천종의 곤충, 100여 종의 거미, 10여 종의 물고기, 맹꽁이, 양서류, 80여 종의 조류와 100여 종의 버섯이 서식하는 공간이 되었다. 80,683㎡의 부지에 습지지구, 저수지지구, 산림지구, 초지지구, 광장지구를 둘러볼 수 있는 이곳은 일주일에 25개 내외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길동생태공원이 '생태'로 성공한 데는 10살 가까이 나이를 먹는 동안 마치 소중한 생명체인 아이를 키워내듯이 길동생태공원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온 지역 주민들의 노고가 영양분이 되었다. 9년 넘게 공원의 생태 프로그램 코디를 총괄하고 있는 김지연 선생님을 중심으로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진 프로그램 해설사 50여 명 역시 대개는 길동생태공원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해온 강동구 주민들이다. 이들은 주 1회는 관람객들의 공원 안내를 담당하고 또 1회는 공원을 살피는 조사모니터링을 챙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정은 '생태 스터디'다. 김지연 선생님이 분야별로 현장 경험을 갖춘 박사급 전문가들 중에서 월 20~30명을 선정해 초빙하면 자원봉사자들이 한데 모여 강의를 듣는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아요. 틈나는 대로 개인적인 공부를 해두죠. 자연은 공부할 게 너무 많아요." 2000년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의 관람객으로 참여했다가 바로 교육봉사 길에 접어든 10년차 해설사 박경현 씨의 말이다. 넓은 장소, 많은 프로그램 속에서 생태체험학습이 처음인 초보자 가족이 길동생태공원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없을까? 김지연 선생님에게 끌어낸 3단계 접근법을 전하면, 우선 주말을 이용해 토요생태학교나 일요가족나들이를 신청해 해설사의 가이드와 함께 공원에 대해 전반적으로 익혀둔다. 그 다음 방문 시에는 '스스로관찰' 프로그램에 예약하여, 공원 구석구석에 설치된 해설판과 입구에서 받은 가이드북을 참고하여 해설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공원을 산책한다. 그러다가 주요 관심사가 생기면 주제별로 평일 4시마다 열리는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9월의 주제별 프로그램으로는 풀벌레 관찰, 숲속의 청소부 버섯, 거미의 먹이사냥, 벌들의 집짓기 관찰 등이 있다. 특히 김선생님이 추천하는 것은 토요일 2시의 '식물의 혹을 만드는 곤충들' 프로그램. 오직 길동생태공원에만 있다고. 처음에는 엄마 손에 억지로 끌려왔다가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변해 결국엔 다시 오고 싶다며 돌아가는 아이들을 볼 때 공원 관계자들은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 청소년들이 한 둘은 아닌가보다. 한 번 와본 가족들이 다시 공원을 찾는 경우가 통상 관람객들의 50퍼센트에 달한다. 초등학교 때 자주 찾아와 얼굴을 익혔던 소년이 어느덧 수염 거뭇한 고등학생 청년이 되어 다시 이 곳을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동식물뿐 아니라 아이들도 공원과 함께 자라나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움도 있다. 요즘은 지나치게 '체험'이 아닌 '학습'에 골몰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단다. 아이나 어른이나 이름을 외우고, 교실에서 배운 것을 확인하고, 지식을 쌓는 데 급급한 현장을 목격할 때면, 자연 속에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게 최고의 선물인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길동생태공원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박경현 해설사는 "학습을 위해 채취하고 채집하다 보면 우리 손으로 '생태'란 이름 하에 생태를 훼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해설사로서 관람객들에게 더 많이 알려주겠다는 의욕에 공부를 하면서도 가끔씩은 자연을 접하는 데 굳이 이렇게 많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한다. 그냥 내버려두면 공원 내 종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유지와 관리를 하다 보면 생태가 파괴되는 '생태공원'의 영원한 딜레마에 대해서도 공원측은 고심 중이다. 없는 듯 있는 인간의 손길, 그것이야말로 서울 안의 시골, 길동생태공원의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키워낸 힘일 것이다. 김지연 선생님의 말이 다시 생각난다. "가장 좋은 생태학습은 공원에 오셔서 아이들과 함께 편안하게 돌아다니시는 겁니다. 얘네들이 다들 이렇게 생활하는구나, 하구요. 생태란 게 동식물들이 살아가는 그대로의 모습이니까요."
하이서울뉴스/조미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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