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즐기는 `힐링 캠프`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채경민

발행일 2013.04.03. 00:00

수정일 2013.04.03. 00:00

조회 3,559

'힐링(healing)' 열풍을 타고 자연을 벗삼아 일상의 피로를 해소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막히는 도로 사정과 긴 이동 거리 등을 고려하면 무작정 교외로 나가 자연을 즐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운 좋게도 이런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 줄 곳이 서울에 있다. 숲이 우거진 그린웨이를 따라 하이킹을 즐기고, 공원에서 도심 속 생태를 관찰하고, 야영까지 즐기며 도심 속에서 힐링을 맛볼 수 있는 곳. 강동구 길동과 둔촌동의 가볼만한 여행지 3곳을 추천한다.

도심 속 자연을 만나다 - 길동생태공원

길동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길동생태공원. 자연 생태가 복원되어 있어 다양한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린벨트 지역으로 논과 밭이 있었던 곳에 서울시가 '공원녹지확충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자연 생태를 복원해 조성했다. 면적은 8만 여㎡ 정도로 아주 큰 공원은 아니지만 테마별로 아기자기하게 조성돼 있어 자연 생태를 관찰하며 가볍게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지난 1999년 5월 첫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개관 15년을 맞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안내요원이 예약 여부부터 확인했다. 생태 보존을 위해 철저하게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멀리서 왔다하더라도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다. (다행히 필자는 이틀 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했다.) 하루 탐방 인원은 350명으로 제한되어 있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사전 예약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간혹 있지만, 이런 노력 덕분에 생태가 빠르게 복원되고 유지될 수 있었다고 하니 어느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 할 듯 싶다.

내부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이름 모를 새 소리가 들려왔다. 대로의 자동차 소음과 묘한 대비를 이루면서 자연의 공간으로 입성했음을 환영하는 듯 했다. 길게 뻗은 관찰 데크로 걸어들어가자 우측으로 습지지구가 펼쳐졌다. 땅 속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를 이용해 물웅덩이와 수로, 갈대밭을 조성해 놓은 곳인데, 웅덩이 사이사이로 붕어와 개구리, 다양한 수생식물이 보였다. 급속한 개발로 이제는 도심에서 개구리와 같은 생물을 관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데 이런 곳을 통해 생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이렇게 먹이사슬이 회복되면서 개구리를 먹이로 하는 뱀들도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곳곳에 '뱀 출몰 지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어 겁을 먹었지만, 대부분의 뱀은 사람의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도망간다고 하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습지지구를 지나자 울창하게 우거진 산림지구가 나타났다. 참나무와 아까시나무가 조화롭게 숲을 이루고 있었는데, 노루귀, 때죽나무, 까치수영 등 특이한 야생화들도 곳곳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버섯 재배대와 조류 관찰대 등도 곳곳에 설치되어 또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나의 발길을 사로잡은 곳은 '반딧불이 생태 복원장'. 지난 2004년 애반딧불이를 인공 사육해 서식을 유도하고 있는데, 복원 노력에 성공해 2년 전부터는 여름 밤마다 상당 수의 애반딧불이가 관찰되고 있다고 한다. '황금의 뜰'이라고 이름 붙여진 계단식 논을 조성해 애반딧불이가 알을 낳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덕분이다. 지금은 농촌에서조차 반딧불이를 보기 쉽지 않은데, 이런 노력들이 성과를 내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동 중에 생태 관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일행을 만났다.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찰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최근에는 초등학생들과 학부모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올해는 생태학교, 개구리 관찰, 모내기, 짚풀공예 등 다양한 테마로 40여 종에 달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어서 관심 있는 분이라면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확인하기 바란다.

숲길의 끝에 다다르자 논과 밭이 펼쳐졌다. 이곳은 농촌·초지 지구다. 농촌 지구는 논과 밭에 계절별로 다양한 향토 작물을 재배하는 곳이고, 초지 지구는 자연 상태로 그대로 두어 식물의 변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마침 이곳의 논에서는 아이들이 개구리를 관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논물에 손을 담그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유난히도 즐거워보였다.

조류 관찰 등 모든 탐방을 마쳤지만 결코 이게 끝은 아니다. 공원을 빠져나와 길 건너편에 위치한 기획전시실을 둘러볼 차례다. 이곳에는 서울의 야생 보호 동식물과 한강의 물고기, 또 2005년 강동구 암사동 일대에서 사살당한 멧돼지 박제 등이 전시되어 있다. 때마침 '허운홍의 나방애벌레 이야기'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다양하고 아름다운 애벌래들의 표본을 직접 관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참고로 이 기획 전시실은 예약 없이 자유 관람이 가능하므로 혹시라도 이곳을 지날 일이 있다면 잠시라도 짬을 내 둘러보면 좋을 듯 싶다.

허브 향기 속으로 향한 발걸음 - 허브천문공원

길동생태공원 기획 전시실을 모두 둘러보았다면 이제는 허브 향기에 취할 시간이다. 전시실 뒤쪽으로 난 포장된 언덕길을 따라 3~4분 남짓 올라가면 거대한 규모의 '길동 배수지'가 나타나는데 어디선가 은은한 허브향이 느껴진다. 이 배수지 위쪽에 허브 천문공원이 조성돼 있다. 작은 규모지만 아담하면서도 정갈한 구조가 인상적이다. 제2회 대한민국 토목 건축대상 우수상 수상작이라고 하니 더욱 그 진가가 느껴진다.

날씨가 쌀쌀한 편이라 야외에 심겨진 허브는 별로 없었지만, 곧 옮겨 심어질 허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4월 중순에 접어들면 120여 종에 달하는 허브가 이 공원을 수놓게 되는데, 아일랜드포피, 락스퍼 등 쉽게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허브를 만날 수 있어 허브 애호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고 관리인이 귀뜸했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온실로 된 전시실로 들어갔다. 허브가 선물하는 은은한 향기가 유리 온실 전체를 보듬고 있었다. 다양한 허브의 냄새를 하나씩 느끼고 있노라니 몸과 마음이 어느새 편안해졌다.

도심에서 즐기는 추억 여행 - 강동그린웨이 가족캠핑장

허브공원 정상에 올라서니 아래로 알록달록한 텐트가 설치된 캠핑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동구 둔촌동 일자산 자연공원 내에 위치한 '강동그린웨이 가족캠핑장'이다. 도심 속에 이런 캠핑장이 있다니 무척 놀라웠다.

캠핑장이 생길 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 강동그린웨이, 허브천문공원, 생태공원 등 볼거리가 다양한데다 도심에서 가까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지난 2009년 8월 처음 문을 열었는데, 해마다 이용객들이 늘어나고 있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단다. 물론 강동구에서 원가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하고 있어 수익 사업은 결코 아니다.

"매달 5일이면 인터넷 사전 예약을 통해 접수를 받는데, 10분도 안되어 예약이 끝날 정도니 여기 인기가 대단하다"고 캠핑장 관계자는 말했다.

3월부터 11월까지 운영되는 이곳 캠핑장의 가장 장점은 깔끔한 시설과 접근성이다. 남녀 샤워실, 음수대, 주차장, 매점, 산책로 등 편의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어서 편리한 캠핑이 가능하다. 특히 전기 사용이 가능한데 사설 캠핑장과는 달리 따로 전기 요금을 받지 않아 경제적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전기를 쓰는 일은 금물이다.) 또 매점에서 웬만한 용품을 구입할 수 있고, 주변에 대형마트도 가까워 편리하다.

캠핑사이트는 모두 57면으로 가족 캠핑을 즐길 수 있는 49면과 오토캠핑이 가능한 8면으로 구성돼 있다. 가족 캠핑장은 텐트가 이미 설치되어 있어서 나머지 용품만 준비하면 되지만, 오토 캠핑장은 자가 텐트를 설치해야 한다. 오토 캠핑장은 텐트 옆에 바로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용 요금은 4인 기준으로 오토캠핑장 2만1000원, 가족 캠핑장은 2만원이다. 4인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캠핑 사이트를 추가로 예약해야 한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장비를 차에 싣고 속속 도착하는 캠핑족들과 이미 텐트 설치를 마치고 바비큐를 즐기고 있는 캠핑족들이 눈에 띄었다. 그릴에서 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는 고기와 소시지가 침샘을 자극했다. (참고로 이곳 캠핑장엔 별도 바비큐장이 없어서 텐트 옆 지정된 장소에서 바비큐를 즐기되, 반드시 그릴에 구워야 한다. 그릴은 매점에서도 대여가 가능하다.)

캠핑장 주변에는 넓은 일자산 공원 광장과 국제시민스포츠연맹이 인증한 걷기 코스인 '그린웨이 산책로'가 있어 하이킹도 가능하다. 특히 경사가 비교적 완만해 어린이들이나 나이드신 분들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으니 가벼운 하이킹과 함께 캠핑까지 즐긴다면 추억 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도심 속에서 만끽하는 진정한 '힐링 캠프'가 아닐까.

■ 길동생태공원
 ○ 사전 예약 : http://parks.seoul.go.kr
 ○ 찾아가는 길
  - 지하철 5,8호선 천호역 6번 출구에서 시내버스 환승 -> 길동생태공원 정류장 하차
  - 지하철 2,8호선 잠실역 7번 출구에서 351, 3412 버스 환승 -> 길동생태공원 정류장 하차
  - 승용차 > 네비게이션에 길동 생태문화센터 혹은 강동구 둔촌동 558번지 검색

■ 강동그린웨이 가족캠핑장
 ○ 운영기간 : 3월~11월 (동절기인 12월~익년 2월엔 폐쇄)
 ○ 사전 예약 : www.gdfamilycamp.or.kr
  ※ 매월 5일 오전 10시부터 익월분 인터넷 접수 시작
  ※ 예약 후 48시간 이내에 결제 완료해야 예약이 완료됨

 ○ 주변 여행지 : 둔촌동 일자산, 강동그리웨이 산책로, 암사동 암사선사유적지

간편구독 신청하기   친구에게 구독 권유하기

#캠핑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