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념관의 속깊은 매력

admin

발행일 2010.04.15. 00:00

수정일 2010.04.15. 00:00

조회 1,728

서울에서 아이들과 함께 갈 만한 곳은 많겠지만, 게임이나 인터넷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 그들에게 한가지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면 전쟁기념관을 권하고 싶다. 이름은 익히 들어 알겠지만, 아직 가 보지 못한 이들이 의외로 많다. 아마 이는 전쟁이라는 말이 거리를 두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 거리감 있게 생각하지 말아야 할 점은 이곳도 서울의 도심 속 문화 휴식 공간이란 점이다. 단지 방문 계획이 있다면, 오락을 위해 자리를 준비한다든지 행락을 목적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아 두자.

전쟁기념관은 서울 용산구 용산동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1번 출구로 나와 걷다 보면 금새 나즈막한 건물 모퉁이가 나온다. 그 모퉁이를 끼고 우측으로 돌면 길 건너편에 전쟁기념관 입구가 보인다. 그 곳엔 건널목이 없기 때문에 계속 걸어 국방부 앞길을 따라 조금 올라갔다가 길을 건너서 다시 조금 내려 와야 한다. 6호선 13번 출구로 나오면 3분 거리가 안될 정도로 가깝다.

다른 기념관이 단지 기념관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이곳은 관람객들에게 문화 휴식 공간으로도 제공되고 있다는 게 다르다. 매주 금요일은 국군 의장 행사와 함께 수시로 어린이, 청소년 연극이 공연된다고 한다.

규모로만 봐도 이곳은 전 세계에서 수위에 들 정도로 대단한 시설로 알려져 있다. 고대 조상들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전쟁에 관한 자료부터 6.25, 해외파병 등에 관한 1만여 종의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입구에 다다르면 많은 조형물이 보인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돔형 원반 위에 부둥켜안고 서있는 '형제의 상'이다. 6.25 당시 국군 장교인 형과 북한군 병사인 동생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동상을 만들었다 한다. 건물은 전체적으로 석조 형태며, 마치 그리스 대리석 건물을 보는 듯, 다른 나라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건물 정면 광장에 들어서 보면 좌우에 긴 회랑이 있다.

회랑에는 국군 전사자들의 명비가 있고, 그 뒤는 우리 전쟁에 참가한 외국 참전 용사들의 비석이 있다. 전쟁에서 전사한 전사들을 기리기 위해 누군가가 꽃다발을 갖다 놓은 것도 볼 수 있다. 만약, 이곳을 아이들과 함께 갔다면 정숙과 아울러 엄숙함을 가지라고 미리 일러 둬야 할 것이다. 더구나, 그 곳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외국인 할아버지를 발견했다면 더욱이 그래야 할 것이다.

본 건물 입구 좌측에서 무료 입장권을 받아 내부로 들어가 보자. 2010년부터 무료로 시범운영되고 있다. 정면으로 호국의 북이 보이고 천정 중앙에 붉은 아치가 인상적이다. 화살표로 표시된 관람로를 따라 가면 호국 추모실이 나온다. 뛰거나 큰소리로 떠드는 일은 삼가는 게 좋겠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는 전쟁에서 공을 세우거나 희생한 분들의 공적을 기리는 두상이 전시되어 있다.

계속 해서 따라가 보면, 선사시대에서 역사시대에 이르는 무기의 모습들을 수집·전시해 놓았다. 거북선, 그리고 해전에 쓰였던 조상들의 병선을 비롯, 다양한 고대무기도 볼 수 있다. 6.25 전쟁관과 월남전 기록 및 전장이 전시되어 있으며, 전쟁 중 획득한 노획물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우리군의 작전 지시서 등 쉽게 볼 수 없는 자료들도 있다. 건물 외부로 나와 보면 북한의 잠수정, 우리군의 대전차 및 로켓포, 헬리콥터 등 많은 군사장비들을 볼 수 있다.

전시되어 있는 모형과 배경들은 보는 이들에게 숙연함을 절로 갖게 만든다. 전쟁 중의 피난민 모습, 그리고 전투모습, 부상병들의 절규……. 그야말로 전장의 참혹함이 잘 표현돼 있다. 오늘날 우리가 가진 평화와 삶이 전장에서 죽어간 수많은 전사자들의 희생과 선혈 위에 세워진 것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 전쟁의 아픔이 어떤 것인가를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전쟁기념관은 전쟁이 아무리 큰 목적을 가졌다 할지라도 정당화 될 수 없음을, 살상과 파괴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걸 말없이 일깨워 주는 곳이다. 모처럼의 휴일, 놀이공원도 좋겠지만 단 하루만이라도 희생정신이나 애국심, 민족애를 아이들에게 생각해보게 해줄 전쟁기념관을 나들이장소로 선택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시민기자/조대현
hl2dce@paran.com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