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건의 공공미술 산책(25)
admin
발행일 2009.01.21. 00:00
서울시에서 맘먹고 추진하는 공공디자인,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이제 확실히 뿌리를 내린 것 같다. 확실히 정책을 선도해 가는 서울시의 영향력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안타까운 것은 수준과 방식의 편차가 심하다는 점이다. 아직도 바람직한 모범사례가 드물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고, 서울시가 성과와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좌충우돌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경제가 최악인 마당에 한가로이 디자인, 미술을 논할 만큼 여유롭지 않아서인가?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아직도 토목공사 같은 소프트웨어 보다는 하드웨어에 치중하다보니 전국적으로 공공디자인, 공공미술이 방향을 못 찾고 각개약진하고 있다. ‘불도저’정부에게 ‘삽질’만 하지 말라고 말릴 수는 없지만 좀 더 문화적, 디자인적, 예술적 마인드를 가지라고 권하고 싶기는 하다. 때 아닌 예술뉴딜정책은 그야말로 상상력 빈곤이다. 예술가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공공예술프로젝트를 벌인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예술뉴딜정책 한답시고, 벽화만 열심히 그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1930년대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연방미술정책(Fedral Art Project)으로 했던 당시의 벽화작업들은 이미 너무 오래전 얘기지 않은가? 상황이 이렇다보니 확실히 공공디자인, 공공미술은 중앙정부 보다 지자체가 앞서가는 느낌이다. 이제는 서울시 뿐 아니라 각 지역 시, 도에서도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공공디자인,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앞다투어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 격세지감마저 든다. 그래도 바람직한 일이고, 권장할 일이다. 최근 영등포구에서는 주택가 벽면과 거리, 공공시설 등 주민들의 생활공간에 디자인을 도입하여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느끼고, 지역의 명소로 조성하기 위한 ‘우리동네 디자인프로젝트’사업과 ‘캔버스디자인거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동네 디자인 프로젝트’는 주민들이 동네에서 개선하길 희망하는 지역을 구에 제안하고 전문가와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 동네 구석구석에 디자인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구는 우선 1개동을 선정해 종합적인 디자인마을로 조성하고, 점차 전 동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사업의 주요 내용은 ▷테마가 있는 통학로 만들기, 마을 중앙에 우리 동네 지도그리기, 디자인 자전거 보관대 설치, 안전펜스, 가로등 개선 등 공공시설 개선과 ▷ 주민들이 제안하는 학교, 놀이방, 공부방, 옥상 등 자투리땅을 개선하여 주민 커뮤니티 공간 활성화하기 ▷ 이용자가 많은 경사로, 도로변, 옹벽, 담장 등의 시설물에 디자인 도입하기 등 주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사업을 실시해 통일적인 디자인을 갖춘 생활공간으로 가꾸게 된다. 이색적인 것은 거리에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 디자인거리 사업’을 실시한다고 한다. 구는 우선 주민들이 추천하는 지역 2개소를 선정해 거리에 착시화를 그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향후 주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컨셉의 도시 캔버스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란다.
착시화는 착시 현상을 이용해 평면공간에 그려내는 삼차원적인 입체화로, 대중을 위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관심을 얻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심심찮게 볼 수 있고, 관광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리고 작년에는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일환으로 세종문화회관 앞에 김민규, 노정주 두 명의 작가 착시화가 그려져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아쉬운 것은 해외에서 볼 수 있는 착시화에 비해 시점이 잘 맞지 않고, 사실감이 떨어지는 데다 관리가 잘 되지 않아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메디슨 스퀘어 가든 앞에 그려졌던 착시화는 진짜 지하로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고, 벽면과 바닥이 연장되어 있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금방이라도 동화 속에서 튀어 나올 것 같다. 착시화는 바닥 뿐 아니라 벽면까지 확장되기도 한다. 뉴욕의 한 쇼핑몰 벽면에 그려진 벽화는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착시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벽화의 중앙부분에 있는 2명은 발밑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진짜 사람이라는 점이 놀랍다. 그렇다고 착시화나 벽화가 반듯이 사실적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토론토의 지하철역에는 전혀 사실적이지 않고, 드로잉이나 카툰처럼 그려져 있지만 그래서 더 톡톡 튀는 느낌이다. 그에 비해 우리의 벽화나 착시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의 ‘예술뉴딜’도 좋고 영등포구의 ‘캔버스 디자인 거리사업’도 좋고, 서울시의 착시화도 다 좋지만 좀 더 봐줄만 했으면 좋겠다. 글|윤태건(미술기획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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