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명의 천사가 아프리카를 도와요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김영옥

발행일 2012.03.07. 00:00

수정일 2012.03.07. 00:00

조회 2,182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작년 6월 학교에서 ‘울지마 톤즈’ 라는 영화를 봤어요. 너무 감동적인 영화였어요. 영화를 보고 나니 저도 뭔가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고 싶어졌어요. 집에 돌아와 엄마께 말씀드렸더니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고 하셨어요”

도봉구 쌍문동 쌍문 초등학교 5학년 최효주양은 우리나라의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에 전화해 어떻게 하면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매월 3만 원이면 결연을 맺어 한 명의 아프리카 어린이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초등학생이 매월 3만 원씩 기부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망설이던 효주양은 이런 사실을 학교 친구들에게 알렸다. ‘한 달에 3천 원씩 내서 3만원을 만들어 우리도 아프리카 어린이 한 명을 도와보자’ 라는 뜻에 같은 학교 친구들과 이웃 친구들이 동참해 마침내 열 명을 모을 수 있었다.

열 명의 아이들은 여러 사람이 조금씩 힘을 모은다면 누군가를 돕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시작으로 지난해 9월부터 아프리카 말라위의 엠마 윌리엄(7세. 여)을 후원할 수 있게 된 것. 십시일반해서 모은 3만 원으로 매월 아프리카 어린이 한명을 도울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네이버 카페 <열 명의 천사들>의 사랑 바이러스

최효주(쌍문초 5학년), 윤채원(쌍문초 5학년), 이효정(쌍문초 5학년), 한예은(쌍문초 5학년), 김혜민(쌍문초 5학년), 박수빈(쌍문초 4학년), 서윤(쌍문초 3학년), 김나연(한신초 2학년), 강민우(중현초 6학년), 곽용민(퇴계원고 1학년). 열 명 아이들의 생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열 명씩 계속 사람들이 늘어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들도 1명에서 점차 2명, 3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낸 것.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난해 8월, 효주어머니인 박미진(52세)씨의 도움을 시작으로 다른 아이들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 네이버에 ‘열 명의 천사들’ 이라는 카페(http://cafe.naver.com/10kidangels)를 만들었다.

이 카페에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소개된다. 또 동네 소식과 회원들끼리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아이들 스스로가 쓴 ‘착하고 바르게 살자’는 글도 보인다. 학년 고하를 막론하고 서로 격려하고 아껴주는 마음이 곳곳에서 엿보이는 따뜻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다.

카페의 회원들은 기부활동 뿐 아니라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아나바다’ 운동도 벌이고 있다. 자신에게 불필요한 물건을 사진 찍어서 카페에 올리고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고 바꿔 쓴다. 아이들 카페라고 어설프게 보아서는 안 된다. 카페에는 엄연한 규칙이 있어 회원들 모두가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존댓말을 써야 한다고. 악플과 욕설이 난무하는 요즘의 인터넷에 이보다 좋은 본보기는 없을 것 같다.

3월부터 또 한명의 아프리카 어린이를 도울 수 있어요!

아이들의 기특한 생각에 감동받은 사람은 친구들 뿐만이 아니었다. 엄마, 아빠, 할머니가 회비를 내는 회원으로 동참했고 인터넷 서핑을 통해 아이들의 카페를 알게 된 사람들이 매월 3천 원씩 내겠다며 회원으로 등록해 2기 ‘열 명의 천사들’ 도 탄생했다. 2기 회원들 덕분에 올해 3월부터 아프리카의 패루뚜(6세. 여)를 후원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3기 회원도 모집할 계획이라고 한다.

카페 메인 화면에는 두 명의 아프리카 소녀 사진이 있다. 아이들은 늘 후원하고 있는 아프리카 친구들의 사진을 보며 그들에게 마음으로, 작은 정성으로 힘을 보태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의 이런 기특한 활동에 지지를 보내는 회원이 현재 70여명에 이른다.

“열 명이 모여 아프리카의 한 아이를 도와주는 카페, 열 명의 천사들이 굿네이버스처럼 번창해서 더 많은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최효주)

“좋은 일 한다며 친구들도 부러워하고 어른들께서도 칭찬을 많이 해 주셔서 어깨가 으쓱해져요. 친구들끼리 어떻게 하면 이 활동을 잘 성장시킬까 회의도 해요.”(이효정)

“3천 원씩 기부하는 ‘감사회원’이 많아져서 더 많은 아이들을 도울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어요. 좋은 일 한다고 부러워하던 학교 친구 하나가 얼마 전 카페에 가입했어요.”(윤채원)

아이들이 남을 돕는 마음에는 단순함 외에 다른 것은 없다. 남을 돕는 간단한 일 하나에도 이것저것 따지고 드는 어른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일이다. 단지 하나 ‘돕고 싶은 마음’. 가깝고 쉬운 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사랑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아이들에게 어쩐지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다.


3월부터 후원을 하게 된 패루뚜에게 보낸 편지

예쁜 패루뚜야 안녕?

나는 한국의 4학년 아이 박수빈이야~~

이번에 너의 프로필을 받고

너무 예뻐서 깜짝 놀랐단다.

패루뚜야...

이젠 행복할 수 있지?

난 네가 너무 이뻐서

꿈속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ㅎㅎ

겨우 조금 도와주는데 내 마음은 행복이 가득하단다.

네가 이제 여섯 살이니까

내 동생처럼 내 옷도 주고 싶은데 너무 멀어서 줄 수가 없구나.

어렵게 살지만 밝고 맑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더 귀여워.

안녕. 항상 건강해야 해.

네가 학교에 가면 꼭 편지도 써 주렴.

-3월 5일, 박수빈(쌍문초 4)-

 

간편구독 신청하기   친구에게 구독 권유하기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