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덩굴을 바라보며

admin

발행일 2007.06.07. 00:00

수정일 2007.06.07. 00:00

조회 1,804



시민기자 이정엽

돌담이나 바위 혹은 나무줄기를 타고 자라나는 담쟁이덩굴. 어린 시절 내가 살던 골목의 끝에는 담쟁이덩굴이 벽을 감싸고 있는 집이 있었다. 그 때는 집의 벽면을 식물이 둘둘 말고 있는 게 좀 으스스하다고 여겼던 기억이 난다.

건물을 담쟁이덩굴이 감싸고 있는 게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최근에 와서 이다. 벽면이 초록이라 보는 사람의 눈이 시원하고, 여름에는 온도를 낮춰주고, 겨울에는 온도를 유지해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담쟁이덩굴을 벽면에 자라게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여름에 초록으로 뒤덮였던 그 벽은 시간이 지나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 또 다른 자연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담쟁이덩굴의 줄기를 씹어보면 단맛이 난다고 하는데, 과거에는 줄기를 달여서 감미료로 썼다고도 한다.

도심 내 녹지공간, 자신이 사는 곳 주변의 녹지공간 확보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이다. 또 녹지율이 높은 푸른 환경은 집값상승과도 연계가 있는 지라 자투리땅이라도 있으면 그 공간을 푸르게 변신시키려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이다. 콘크리트 산책로를 황톳길로 변신시키고, 도로 벽면을 식물이 자라는 푸른 공간으로 가꾸고, 잔디블록을 만들고... 친환경적인 변신을 위한 사람들의 요구도 많고, 정책도 그렇게 바뀌어 가는 것 같다.

요즘 서울에서 담쟁이덩굴이 있는 건물을 보는 게 쉽지는 않다. 강북의 오래된 건물이나 마당이 있는 오래되고 큰 집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얼마 전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담쟁이가 있는 건물 앞에서 문득, 세상의 모든 현상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타당성이 있음을 실감한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의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그린 노마드’를 꼽는다고 한다. 유목민을 뜻하는 노마드 앞에 그린을 붙인 것으로, 멀리 떠날 수는 없지만 자신이 머무는 공간에서는 정신적 해방감을 느끼고자 하는 도시 유목민을 말한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혹은 집 안에 자잘한 소품들을 활용해 사람들은 자연 속에 있고자 하는 것 같다. 일명 ‘에코 인테리어’다. 자연을 생활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요구는 나날이 더 커지고 있고, 자연을 닮아가는 것이 가장 편안한 삶의 방법임이 점점 더 절실해지는 것 같다. 담쟁이덩굴이 감싸고 있는 벽을 보며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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