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마릴린 먼로 그림에 웃고 말았네

시민기자 이은자

발행일 2010.10.22. 00:00

수정일 2010.10.22. 00:00

조회 3,450


벚꽃이 활짝, 개나리가 노랗게 피었을 때 방문한 적이 있었던 시립 동작노인종합복지관을 다시 찾았다. 그 때 저녁시간이 돼 가는데도 데이케어센터에는 보호가 필요한 환자와 치매환자들이 도움을 받고 있었다. 당구장, 탁구장 등에서는 많은 분들이 왁자지껄 운동을 즐겁게 하고 있었고, 서예교실에서도 붓글씨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그 분들이 그 동안 배워서 만든 작품들을 전시한다는 것이다.

‘2010 희老애락 축제, 동작어르신 작품전시회’는 서예교실, 한지공예, 원예, 생활공예, 미술치료 등 취미교실에서 닦아온 실력들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3층에는 특별히 동작데이케어센터 작품전시회가 따로 있었다. 뇌졸중, 치매 등 여러 가지 노인성질환 때문에 신체적으로 불편하신 센터의 17명 어르신들의 작품이 마치 집안 살림을 재현해 놓은 것처럼 정겹고 아기자기해서 울컥해졌다. 미술치료를 위한 작품들도 많이 놓여 있었다.

미술치료는 심리치료의 한 분야로 미술활동을 통해 감정이나 내면세계를 표현하고, 기분의 이완과 감정적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방법이다. 말로써 표현하기 힘든 느낌과 생각들을 미술활동을 통해 표현하여 안도감과 감정의 정화를 경험하게 하고 내면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하며 자아성장을 촉진시키는 치료법인 것이다. 미술치료는 아동뿐만 아니라 성인, 노인에게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말로써 자신의 어려움을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꺼려할 경우 미술활동은 어른에게도 유용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노인미술치료는 미술에 대한 재능이나 전문적 능력과는 상관없이 비언어적, 시각적 표현을 통하여 심리적, 신체적, 정서적, 심리사회적 갈등 및 병에 대한 문제들을 극복하는 것을 돕는다. 노인을 위한 미술치료는 병을 앓고 있는 노인뿐만 아니라, 노년에 들면서 동작의 어려움, 감각능력의 쇠퇴, 외로움과 소외감 등을 겪는 노인들에게도 이러한 상태를 조금이라도 경감시켜줄 수 있다. 노인미술치료의 주제는 일반적으로 삶을 회상하는 주제, 노인들에게 중요했던 사건이나 경험, 삶을 마감하기 위한 준비, 정체성 체험, 죽음에 대한 불안, 상실감, 희망, 소원, 과거-현재-미래, 삶에 대한 긍정적 인식, 영적-종교적 체험의 표현과 창조성의 장려 등이 있다. 또한 노인들에게 정서적 활기와 심리적 안정감과 신체적 문제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방향에도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주제와 기법을 개발하여야 한다.”(정여주)

실로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자화상 그리기도 그렇지만 내면의 감정이나 기분을 색채로 표현한 작품도 시선을 끌었다. 한지로 만든 한지공예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보다도 더 정교하게 잘 완성돼서 몇 번이나 보고 또 보았다. 미술부에서 취미생활 하신 분들의 작품은 참 재미있었다. 벤치에 앉아 데이트 하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앉아 계신다. 그런가 하면 다른 노부부는 아예 신발을 벗고 벤치 위에서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있는 모습이 요즘 젊은이들보다 더 진한 애정표현으로 보였다. ‘마릴린 먼로’ 앞에서는 그만 피시식 웃음이 나와 버렸다. 먼로를 그린 할머니가 어떤 분인지 궁금해졌다.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도 누군가의 손길, 발길로 이 사회는 조금씩 나아지고, 밝아지고, 아름다워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작품 하나하나를 들여다보았다.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어르신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바둑교실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빼곡하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각에도 대다수의 노인들이 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음이 우리의 현실임을 감안할 때, 보다 더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경로우대를 위한 종합대책이 사회 전반적으로 이루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작구만 해도 복지관이 7개나 되는데 이 복지관만 유일하게 2001년 11월에 개관한 노인종합복지관이다. 안내해준 박금희 간호사는 개관 때부터 의료 관련업무를 맡아 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무실 책장에는 관련 장부와 도서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전시효과적이거나 추상적인 것이 아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들이었다. 사회교육사업, 재가복지사업, 보건의료사업, 경로당활성화사업, 상담사업, 자원봉사육성사업, 지역복지사업, 동작독거노인 생활관리사 파견센터, 동작데이케어센터, 고령자취업알선센터 등이 운영되고 있었다.

난처하고 답답한 일이 많겠다는 잠시 동안의 솔직한 심정을 전하자, 데이케어센터 사람들은 '치매에 대한 이해'란 주제로 박금희 간호사가 건강교육을 실시했는데 교육을 통하여 건강한 어르신들이 치매 어르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돼서 조금은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노인들께 “어르신, 어르신!”하며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대하고 있는 간호사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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