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술 펼치는 30대 젊은 한의사에게서 배운다

시민기자 이혁진

발행일 2010.08.30. 00:00

수정일 2010.08.30. 00:00

조회 3,865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의료혜택을 드리는 게 보람이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제 마음이 뿌듯해 봉사하고 있습니다.” 서울 하월곡1동에 있는 참한의원 이현수 원장(34)의 말이다.

지난해 7월부터 매주 20여 명의 동네 어려운 주민들에게 무료진료를 하고 있는 그는 점심시간을 쪼개 성북월곡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자기의 재능을 나누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 이원장을 만나 봉사이력을 들어봤다.

한의사 할아버지가 아니라 이 젊은이가 한의사라구?

이원장은 개업의 3년째인 젊은 한의사이다. 그는 “환자분들 중엔 젊은 의사라고 조금은 '의심스런' 눈총을 보내기도 한다”며 웃었다. 이어 “예전의 한의사 할아버지 이미지가 아직도 환자들에게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지방의 조그만 한방병원의 부원장까지 지냈으니 따지자면 적지 않은 연차인데도 그에게는 늘 젊은 한의사라는 별명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그는 “이 덕분에 더 열심히 진료를 하게 되고 환자와 더 친밀하도록 노력하게 된다”고 말한다.

한번은 소개받고 온 환자가 실망하는 눈치를 보였다. 이원장이 기대보다 어리고 젊다는 이유였다. 상황을 파악한 이원장은 더욱 진솔하게 최선을 다해 진료하면서 환자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고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런 성실한 자세가 밖으로 이어져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아닐까. 젊지만 차분한 표정에는 편안한 아저씨 같은 인상이 묻어났다.

복지관 회원 매주 20명씩 진료

이원장은 매주 병원에서 가까운 복지관을 찾아 20명 내외의 회원들을 진료한다. 복지관은 사전에 이원장에게 진료받을 회원들을 선정해 둔다. 어버이날 등 복지관의 특별행사가 있을 땐 한약으로 만든 한방 소화제 등을 후원하기도 한다. 개원의사라 눈코뜰 사이가 없지만 그는 점심시간을 짬 내 진료하고 있다. 점심도 거르기 일쑤다. 다시 사무실에 오면 예약환자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혹 점심을 하게 된다 해도 3분 내에 먹어야 한다.

사실 이원장의 봉사이력은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과시절 선배들 따라 무료진료에 나섰고 고학년이 되어선 노인정 어르신들을 진료하기도 했다. 방학 땐 이주일간 무의촌을 찾아가 텐트 치고 봉사를 했다. 그러나 실제 사회에 나와 봉사를 계속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이 원장은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원장이 복지관과 봉사의 인연을 맺은 것도 눈길을 끈다. 복지관에서 먼저 무료진료를 하고 있던 선배의사가 동네를 떠나면서 이원장에게 권유한 것이다. 어르신을 돕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선뜻 동의하고 작년 7월 직접 복지관을 찾아가 봉사를 제의했다. 그의 봉사활동은 어찌보면 ‘봉사 릴레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가 무료진료한 사람은 1천명 수준이다. 매달 약 100여 명을 진료한 셈이다. 말 그대로 인술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디딤돌 사업, 보다 확산되길

이원장은 서울시가 펼치고 있는 디딤돌사업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자신이 베풀 수 있는 것은 진료뿐인데,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든 봉사 시스템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재 복지관에 여러 봉사프로그램이 있지만 디딤돌사업으로 보다 다양한 봉사가 가능해졌다. 이는 지역사회의 발전은 물론 기부와 나눔사회 형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의사를 포함한 전문가 그룹의 사회봉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의무)라는 관점에서 더욱 확산될 필요성을 느낀다”며 “최근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사회지도층의 실력보다 자원봉사활동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고 강조했다.

해외 의료봉사도 펼치고 싶어

그가 의료 봉사하는 사람 대부분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다. 진료를 하다보면 자연히 이런저런 얘기들이 친밀감 있게 오가기도 한다. 그는 “얘기를 듣다보면 정말 어려운 이웃이 많아 더 도와주고 싶어도 진료밖에 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횟수를 늘려 진료할 계획이다. 지금으로선 그것이 힘들게 사는 어르신들을 돕는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원장의 부인이자 병원 살림을 맡고 있는 이혜정(32) 사무국장은 “하루 종일 서서 진료하면서도 점심을 걸러가며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면서도 안쓰럽다”고 말했다. 채은숙 간호실장은 “원장님으로부터 봉사진료 받고 찾아 오는 환자들이 많은데 일일이 기억하시며 친절하게 진료하는 것을 보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성북구 디딤돌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표 거점기관인 월곡종합사회복지관의 차정철(33) 사회복지사도 “이원장님은 복지관은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꼭 필요한 분으로 주민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고 칭찬했다.

이원장에게도 직업인으로서 소박한 꿈이 있다. 그는 “우선 공부와 연구를 더해 한의학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침을 놓고 뜸을 뜨는 한방의료가 자연 친화적이며 무병장수 한다’는 강한 믿음 때문이다. 이어 “기회가 닿아 지금보다 큰 한방병원을 지어 더 많은 사람들이 의료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50대 이후 해외봉사활동을 펼치고 싶다”며 미래의 포부를 밝혔다. 이 계획은 부인도 생각이 마찬가지여서 부창부수가 따로 없어 보였다. 이원장의 봉사활동이 세계로 퍼져 ‘국제 디딤돌’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젊은 한의사의 나눔활동은 매주 이어진다. 아름다운 이웃을 두고 있는 성북구 주민들이 행복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민기자/이혁진
rhjeen0112@empal.com

#한의사 #디딤돌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