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갈 돈 아껴 기타 샀어요!

admin

발행일 2010.04.17. 00:00

수정일 2010.04.17. 00:00

조회 3,092

지난 14일 오후 1시 30분, 시립광진청소년수련관의 '광진 I Will 센터'를 찾았다. 동센터는 청소년의 인터넷 과다사용으로 인한 중독 치유공간. 2007년도에 서울시가 인터넷 전문 예방기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이곳에 설립하였고, 이어 2009년에 '보라매 I Will 센터'를 설립 운영 중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곳은 국제적으로 처음 시도된 프로그램 센터다. 왜냐하면 미국, 영국, 일본에는 인터넷중독 치료기관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과히 인터넷 강국이란 자평에 걸맞게 발생한 걱정스런 부작용이기도 하다.

현재 서울시 만 9세~19세 아동·청소년의 경우 14.7%인 190천명이 상담이 필요한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이고, 4.0%인 54천명은 치료가 시급한 고위험 사용자군에 속하고 있어 이제 아동과 청소년의 인터넷중독은 위험수위라고 알려져 있다(한국정보화진흥원 2009년도 자료). 동센터 김현정 사업팀장의 청소년 사례를 들어보자. “어떤 아동은 며칠 동안 게임에 빠져 전혀 먹지도 않고 움직이는 것조차 스스로 거부하다가 대인기피증에 이르고, 심지어는 인터넷접속을 부모가 금지하자 가출하여 지하도에서 노숙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더구나 게임업체들은 아이템 무료 다운로드 이벤트 등 갖가지 방법으로 청소년을 유혹하여 사행성마저 조장시키고 있다. 언제나 어른들이 문제다. "아이들한테서 들은 얘기인데 '작업장'이라는 곳이 있대요. 청소년들을 가둬두고 몇 시간씩 클릭만 시켜 획득한 게임 아이템을 비싼 값에 되파는 겁니다." 김팀장의 말이다.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인 요즘 부모들은 학교에 돌아온 아이들을 위한 충분한 보호막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아이들의 자유로운 생활을 점검할 기회도 부족하지 않은가.

이러한 중독증세를 가진 청소년들을 건전한 삶으로 되돌리기 위해서 이곳에서는 4단계 '꿈틀이(꿈+Tree) 프로젝트를 자체개발하여 치료하고 있다. 제1단계 [자아찾기] 단계에서는 인터넷중독 청소년을 개별 또는 집단으로 상담하여 스스로를 발견하도록 한다. 2단계 [모둠활동]은 예술치료 등 대체활동을 겸한 치료활동으로 연극, 밴드, 애니메이션 및 체육활동을 통하여 건전한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단계다.

3단계 [프로젝트]는 자신감을 가진 동기부여를 통해 기획공연에 직접 참가토록 하여 성취감을 획득하는 단계다. 이러한 중독현상은 단기간에 치료받는다고 해서 금방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개인별 맞춤방법으로 적응 하도록 한다. 제4단계는 [추수 활동]이다. 3단계를 마친 아동들의 추후 관리제도로서 청소년 스스로가 자기 삶을 주도할 수 있도록 1년간 지속적으로 지도하는 프로그램이다. 단계마다 3개월, 3개월, 6개월 그리고 1년이니 총 2년이 소요된다.

이외에도 센터에서는 찾아가는 예방교육, Pre-Net 예방교육, 찾아가는 집단상담, 치료캠프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김현정 팀장은 “치료대상자 선별에도 사전 조사가 선행되고 부모님 동의, 학교측 협조가 필요하며 고위험군 및 잠재위험군으로 분류하면서 개인별 신상보호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치료받는 대부분 아동들은 치료과정에 적극적이고, 치료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어떤 면으로는 우리 청소년들의 당당한 모습에 상담 선생님들도 자신을 갖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청소년 상담 중에서도 특히 인터넷중독 상담은 어렵고 단기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선생님들을 매 순간 좌절하게 만든다. 현재 이곳 센터의 상담사는 7명. "동 프로그램 과정은 집단보다는 개별 상담이 주가 되므로 많은 치료대상자에 비해 상담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사회의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보람도 크다. “언젠가 한 중학생이 자전거 체인이 고장났다며 고심하고 있길래 고쳐줬어요. 사실 저는 자전거나 기계 쪽에 문외한인데, 어떻게 만지다보니 우연히 된 것이었죠. 그런데 예상 밖으로 그 친구는 꽤 감동을 했나봐요. 그 때까지 자기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준 어른이 한 명도 없었다는 거예요. 이후 프로그램 적응도가 아주 높아져 치료를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인터넷 게임을 완전히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게임 말고도 인생에는 재미있는 게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 순간 그 학생은 다시는 예전처럼 중독의 세계로 빠지지 않는다. 바로 센터 프로그램의 취지이기도 하다. "그 학생도 심각한 중독 상태였는데, 어느 날 평소 PC방에 가는 비용을 아껴서 드디어 몇 달 만에 기타를 샀다고 자랑하더라구요. 게임보다 이제 음악이 훨씬 좋다는 그 친구를 보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팀장의 안내로 회관내 시설을 돌아보았다. 프라이버시가 잘 보호될 만한 개인 상담실이 복도에 줄지어 있었다. 일부에서는 담당 선생님과 아동 간에 상담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아이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사진촬영을 자제했다. 밴드실은 제법 악보 받침대들과 북들이 갖춰져 있어 어느 청소년 밴드의 신나는 연습 장면을 떠올릴 수 있었다. 요리실을 들어가 보았다. 방금 수업을 마치고 교사 한 분이 실내를 정리 중이었다. 대형 오븐과 냉장고가 눈에 들어왔다. 꿈나무 책놀이방도 꽤 아름답고 안정된 넓은 공간이었다.

전철을 타기 위해 횡단보도에서 잠시 서있는 동안 차가운 하늘은 유난히 맑고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났다. 마치 후대를 멋지게 장식할 우리 청소년의 눈망울처럼. 서울시는 곧 동북권과 서북권 지역에도 I Will 센터를 추가 설치한다고 밝혔다.

◈ 광진 I will 센터 안내

○ 이용대상 : 청소년, 학부모, 성인
○ 이용시간 : 월~금요일 오전 9:30~오후 6:00, 토요일 오전 10:00~오후 4:00
○ 사이버상담 : http://www.iwill.or.kr 상담실
○ 교통편 :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2번 출구 맞은편
○ 전화 : 02) 2204-3100 (대표전화)

시민기자/조정현
danny414@naver.com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