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을 지킵시다!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6.06.05. 00:00

수정일 2006.06.05. 00:00

조회 936

차선을 지킵시다!

시민기자 진홍청

건널목

역지사지(易地思之)란 혼자가 아닌 남과 더불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원만한 처신을 위해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자’는 생활의 지혜이다.

며칠 전 15개의 흰 선이 그려진 건널목에서의 일이다. 건널목은 통행정지 신호를 나타내는 빨간 등 다음에 건너가도 좋다는 파란 등이 20초 동안 켜지는 곳이다.

그런데 그 건널목 근처에는 장애인 종합 복지관과 한국 뇌성마비 복지회관, 시각장애인 복지관들이 있는 관계로 휠체어 장애인, 거동이 불편한 시각장애인, 노약자들이 무수히 통행하는 곳이다.

빨간 등이 켜진 건널목에는 가방을 맨 아주머니 서너 분과 휠체어 장애인 둘, 걸음걸이가 불편한 뇌성마비 청년, 비장애인 두 사람 등이 안전하게 건너가도 좋다는 파란 등이 켜지기를 기다렸다.

얼마 후 파란 등 신호를 따라 백선 그려진 건널목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런데 교통 신호와 차선을 무시한 자가용 두 대가 왼쪽에서 건널목으로 진입해 왔다. 한 대가 쏜살같이 통과하더니 뒤따른 또 한 대가 내 위험 제지 손짓을 쳐다보면서 앞바퀴가 흰 선 표시 한가운데로 침범해왔다.

이거 큰일이 나는 것 아닌가 하는 순간 계속 된 제지 손짓을 보고 마지못해 차는 정지했다. 왜냐하면 건널목을 뒤뚱거리며 건너가는 뇌성마비 청년이 바짝 진입하는 차에 놀라 차 바로 앞에서 넘어졌기 때문이었다.

운전자는 “저 사람은 왜 넘어지고 그러지? 시간도 없는데...”라는 표정으로 거만하게 앉아있고 넘어진 청년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일어나 겁먹은 몸짓으로 뒤뚱뒤뚱 발길을 재촉했다. 결국, 그 운전자는 신호가 다 바뀌기도 전에 휭 사라져버렸다.

역지사지의 처지에서 자기나 자기 아이들이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그 운전자는 여성은 아마 소스라치게 놀라 쓰러졌거나 뇌진탕으로 생명을 잃었을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더 기고만장했을지도 모른다. 또, 집에 가서는 자기 아이들에게 차 조심하라는 당부를 하지 않을는지.

선진 서울 시민답게 교통법규상의 차선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는 생명선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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