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에만 가면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4.11.16. 00:00

수정일 2004.11.16. 00:00

조회 1,753



시민기자 박동현

직장 동료들과 점심시간 때 선유도를 자주 찾곤 한다.
직장에서 선유도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누군가 기분이 울적하거나 날씨가 너무 맑거나 좋은 느낌이 가슴을 두드릴 때 우리의 목적지는 어김없이 선유도로 향한다.

그런 날은 막내 남자 직원이 점심시간 1시간 전에 식사 메뉴판을 돌린다.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체크해주면 가까운 단골 식당에 전화해 12시 정각에 도시락을 인수한다. 삼삼오오 짝지어 선유도로 향하고 도시락은 막내 직원이 자전거로 공수한다.

맨 먼저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는 것은 선유교이다. 다리위 안내판에는 한강을 바라보면서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강시민공원 양화지구와 선유도를 잇는 길이 469m의 보행전용 교량이라고 적혀 있다.

다리를 한참 걷다 200여 미터 넘는 지점에 이르면 아래로 풀숲이 등장하는데 조류와 동물들이 뛰노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그곳을 일러 자칭 무릉도원이라 말한다. 사무실을 벗어나 우리들의 이상향을 찾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끔은 풀숲에서 뛰노는 동물이나 새들의 이름 문제로 서로 입씨름도 하게 된다. 오리가 맞느니, 칠면조라느니, 거위라느니, 또 노루라느니, 사슴이라느니, 염소라느니, 양이라느니~. 누가 정확히 일러줄만한 사람도 없고 그러다 서로들 지칠 때쯤이면 자리를 옮긴다.

선유도 공원은 한강 내의 섬으로 선유도의 옛 정수장을 활용한 국내 최초의 재활용 생태공원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사시사철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 소풍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도 안성맞춤이다.

공원내에는 선유교와 더불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공원 산책로를 비롯하여 정수지의 윗부분을 덮고 있던 구조를 철거하고, 기둥만을 남겨 공원으로 조성한 콘크리트 잔해의 아름다움과 야릇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녹색기둥의 정원, 정수장의 여과지로 사용되었던 곳의 지붕을 없애고 각종 수생식물 1만여 본의 수생식물을 심어 놓은 수생식물원이 있다. 아이들의 자연 환경 체험 학습장으로 일품이다.

또 수로를 이용하여 공원을 구성한 시간의정원과 왕대, 정수과정에서 나온 찌꺼기를 재처리하던 농축조와 조정조를 이용한 4개의 원형공간 등이 자연미와 인공미가 절충되어 잘 짜여져 있다.

이러한 공간 사이사이에서는 요즘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이 쌍쌍이 몰려들어 기념촬영 하느라 분주하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날렵한 신부의 모습들은 선녀보다 더 아름답다.

유일한 쉼터로 한강접점에 깎아지른 절벽에 세워진 카페테리아 나루에 앉아 바깥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탄성이 흘러나온다.
끼니로 배를 채우지 않아도 선유도만 들어서면 푸른 하늘과 한강과 도시를 내 안에 모두 품을 수 있으니 배부르다.

풀숲에서 뛰고 날며 노니는 새와 짐승들의 천진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고, 한강에서는 가끔 고기들이 물위로 힘차게 뛰어 올라 몸둥아리가 햇볕에 반사되어 은빛으로 빛나고 그 물줄기가 무지개를 이루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더욱이 밤의 선유도는 황홀경 그 자체라고나 할까. 특히 무지개다리로도 일컬어지는 아치형의 선유교는 교량 아래에서 빨강과 노랑·초록·파랑 등의 빛으로 조명을 비추어 야간에 더욱 아름답게 빛을 발하며 그 이름값을 하고 있다.

내 가까운 곳, 맘만 먹으면 언제나 갈 수 있는 곳 선유도. 주요 3화음이 제대로 어우러진 곳 선유도가 있어 나는 그 운율에 취해 매일 설레곤 한다.
선유도는 내 악보상의 마주보는 도돌이표 하나. 왔다가는 곧 또다시 되돌아가고픈 곳이기 때문이다.

* 찾아가는길 : 2호선 당산역 1번 출구에서 1.5Km(약 15분~20분)
2호선 합정역 8번 출구에서 1.5Km(약 15분~20분)

* 안내전화 : 선유도 공원(02-3780-0590~5)
* 이용 시간 : 오전 6시 ~ 오후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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