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도심 속 숨은 자연, 백사실 계곡
발행일 2020.06.09. 10:18
인왕산 아래 서촌에 수성동 계곡이 있다면 백악산(북악산) 자락의 부암동에는 백사실 계곡이 있다. 전망 좋은 카페와 맛집, 푸근한 분위기의 오래된 동네 정도로만 부암동을 안다면 그건 이곳의 숨은 보석을 아직 찾지 못한 것이다. 부암동의 안쪽 깊숙이 위치한 백사실 계곡에 들어서면 도시의 소음과 회색빛 도시는 사라지고 새소리와 물소리, 녹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백사실이라는 지명은 백사 이항복(1556~1618)의 별장지가 이곳에 있었다고 전해진 데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계곡으로 들어서면 백석동천(白石洞天)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큰 바위가 있다. '백악의 아름다운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이라는 뜻이다. '동천'은 지상의 신선이 사는 곳을 일컫는 말로 조선시대에 여러 경승지에 붙여지곤 했는데, 한양도성 안팎에도 청운동의 도화동천, 가회동의 청린동천 등이 있었다고 한다.
계곡을 좀 더 내려가면 조선시대의 별서(자연을 벗 삼아 지내고자 지은 일종의 별장)터가 있다. 이항복의 별서라는 말도 있고,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별서라는 설도 있다. 숲이 끝나는 지점에는 현통사라는 아담한 절이 나온다. 조용하고 운치 있어 산사의 분위기가 묻어난다. 계곡물은 이곳에서 주택가를 거쳐 홍제천으로 이어진다. 그곳에는 세검정이 있다. 처음 정자를 지은 때는 확실치 않지만 1748년에 고쳐 지으면서 세검정이라는 현판을 달았다. 인조반정 때 반정인사들이 이곳에서 칼을 갈아 씻었다는 고사가 있다. 겸재 정선(1676~1759)은 '세검정'이라는 그림으로 이곳의 빼어난 경치를 담았다.
부암동을 오르며 바라본 백악산. 능선을 타고 오르는 한양도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정규
계곡으로 들어서면 백석동천이 각자된 바위가 보인다 ⓒ이정규
조선시대 별서 터의 모습. 사랑채의 돌계단과 초석이 남아 있다 ⓒ이정규
사랑채 아래에는 연못 터와 육각정의 초석이 남아 있다 ⓒ이정규
현통사 입구의 모습. 아담하고 조용한 산사이다 ⓒ이정규
현통사 담장 위로 빨간 장미가 피어 운치 있다 ⓒ이정규
지금의 세검정은 겸재 정선의 그림을 바탕으로 1977년에 복원한 것이다 ⓒ이정규
■ 백사실 계곡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115번지 등
○ 교통편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 → 1020, 7022, 7212 버스 '부암동 주민센터'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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