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더 걷고 싶은 길, 낙산 한양도성길 체험

시민기자 박찬홍

발행일 2019.11.28. 13:47

수정일 2019.11.28. 13:47

조회 202

서울의 가을 정취와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한양도성길은 지금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한창이다. 

서울 한양도성은 사적 제10호로 지정된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다. 한양도성은 조선왕조 도읍지인 한성부의 경계를 표시하고 그 권위를 드러내며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축조된 성이다. 태조 5년(1396), 백악(북악산) · 낙타(낙산) · 목멱(남산) · 인왕의 내사산(內四山) 능선을 따라 축조한 이후 여러 차례 개축하였다. 평균 높이 약 5~8m, 전체 길이 약 18.6km에 이르는 한양도성은 현존하는 전 세계의 도성 중 가장 오랫동안(1396~1910, 514년) 도성 기능을 수행하였다. 

한양도성에는 4대문과 4소문을 두었다. 4대문은 흥인지문 · 돈의문 · 숭례문 · 숙정문이며 4소문은 혜화문 · 소의문 · 광희문 · 창의문이다. 이 중 돈의문과 소의문은 멸실되었다. 또한 도성 밖으로 물길을 잇기 위해 흥인지문 주변에 오간수문과 이간수문을 두었다.

오랜 역사와 함께한 한양도성은 긴 역사만큼 손실되고, 훼손 된 부분들이 많았다. 한양도성의 중건은 1968년 1·21 사태 직후 숙정문 주변에서 시작되었고 1974년부터 전 구간으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일단 훼손된 문화재를 완벽하게 회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단절된 구간을 연결하는 데에만 치중해 오히려 주변 지형과 원 석재를 훼손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는 한양도성의 역사성을 온전히 보존하여 세계인의 문화유산으로 전승하기 위해 2012년 9월 한양도성도감을 신설하고, 2013년 10월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한양도성 보존·관리·활용 계획을 수립되어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되어가고 있다.

  한양도성 해설프로그램 낙산 코스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 ⓒ박찬홍

한양도성 해설프로그램 낙산 코스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 ⓒ박찬홍

서울시에서는 이렇게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를 지닌 한양도성을 시민들을 위해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양 도성 4대문과 4소문을 중심으로 한양도성 순성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도성을 중심으로 한 백악, 흥인지문, 숭례문, 낙산, 남산, 인왕상 등의 코스를 만들어 역사탐방과 마을탐방을 운영하고 있는 것 이다.

먼저 한양도성 해설프로그램이 있다. 관련 프로그램은 해설사와 함께 관련 코스를 둘러보며 각 구간에 숨겨져 있는 다양한 이야기와 역사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다음으로 한양도성 스탬프 투어가 있다. 관련 프로그램은 가족, 친구, 동료와 함께 한양도성 전체를 돌아 볼 수 있게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한양도성 4개구간에 스탬프 찍는 장소를 설치하여 스팀프 4개를 받으면 완주배지를 수여해 주기도 한다.

  한양도성 해설프로그램 낙산 코스의 출발점 혜화문에 모인 참가 시민들 ⓒ박찬홍

한양도성 해설프로그램 낙산 코스의 출발점 혜화문에 모인 참가 시민들 ⓒ박찬홍

이러한 코스 중 낙산구간을 해설사와 함께하는 해설프로그램에 참여해 직접 현장을 체험해 보았다.

낙산 구간은 혜화문-한성대입구역 4번출구- 계단-가톨릭대학 뒷길-장수마을-암문-낙산공원 놀이마당-이화마을-한양도성박물관(서울디자인지원센터) -흥인지문공원-흥인지문으로 이어지는 2.1km의 코스로 약 1시간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낙산(124m)은 서울의 좌청룡에 해당하는 산으로 내사산 중 가장 낮다. 생긴 모양이 낙타 등처럼 생겨 낙타산, 타락산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낙산 구간은 경사가 완만해 산책하듯 걷기에 적당하다. 특히 가톨릭대학 뒤편 길을 걷다보면 축조 시기별로 성돌의 모양이 어떻게 다른지를 볼 수 있는 점이 특별했다.

참여자들은 혜화문에 모였다. 문화재청에서 현재 보수 작업을 하고 있어서 혜화문 실물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세밀하게 보수 작업을 하는 문화재청 직원분의 손길과 모습에서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가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혜화문 안에서 해설사를 통해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박찬홍

혜화문 안에서 해설사를 통해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박찬홍

해설사가 혜화문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혜화문(惠化門)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익공식(翼工式) 우진각지붕 건물 구조라고 한다. 조선왕조가 건국되고 5년 뒤인 1397년(태조 5)에 도성을 에워싸는 성곽을 축조하면서 함께 세웠다고 한다.

건물은 여러 차례의 수리를 거쳐 마지막으로 1684년(숙종 10)에 문루를 새로 지었고, 1928년 문루가 퇴락해 이를 헐고 홍예(虹霓,무지개 모양의 문)만 남겨 두었는데, 일제(日帝)는 1939년 혜화동과 돈암동 사이의 전차길을 내면서 이마저 기단(基壇)을 헐어 그 형태도 찾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문이 있던 위치만 알려져 있고 문과 관련된 유적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지금의 자리에 있는 혜화문은 1994년 서울시에서 옛 모습대로 복원해 세워 놓은 것이다.

혜화문을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성곽길을 걷기 시작했다. 도성을 따라 걷는 길은 대부분 성 안쪽에 조성되어 있어서 주로 어깨 높이 정도의 여장만 보인다. 그러나 낙산 구간은 전 구간이 성 바깥에서 걸을 수 있게 조성되어 있다. 특히 가톨릭대학교를 따라 이어진 성벽길을 걸으면 한양도성의 웅장함과 견고함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세종·숙종·순조 연간의 축성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웅장하고 특별한 낙산의 성곽 모습 ⓒ박찬홍

웅장하고 특별한 낙산의 성곽 모습 ⓒ박찬홍

또한 성곽길을 걷다 보면 성벽을 쌓은 돌에 글이 세겨진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관련 글은 축성과 관련한 글을 새겨 넣은 돌을 각자성석(刻字城石)이라 한다. 한양도성 전체 구간 중 동대문성곽공원 옆에 가장 많다. 성곽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각자성석들을 이곳에 모아놓았기 때문이다. 태조·세종 때의 각자성석에는 구간명과 구간별 축성 담당 군현(郡縣)명이, 조선 중기 이후의 각자성석에는 감독관과 책임기술자의 이름, 날짜 등이 명기되어 있다. 지금과 비교하자면 공사실명제와 같은 것이었다.

  

각자성석에 대한 설명과 함께 돌의 크기와 형태에 따른 건축 시대에 대해 설명 중인 해설사 ⓒ박찬홍

이어지는 코스에서 아늑하고 조용한 장수마을을 만날 수 있었다. 낙산공원 동남쪽 성벽을 끼고 있는 작은 마을로 한국전쟁 후에 형성된 판자촌에서 기원한다. 60세 이상의 노인 거주 인구가 많아 장수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뉴타운 예정지였으나 주민투표로 뉴타운 재개발을 중단하고 마을재생 사업을 벌이기로 결정하였다. 그 후 주민들이 직접 집을 단장하고 골목길을 정비하여 지금처럼 산뜻하고 깔끔한 모습으로 변모하였다. 주민 참여형 마을재생사업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고 한다.

성곽길을 따라 가다 만날 수 있는 장수 마을 ⓒ박찬홍

성곽길을 따라 가다 만날 수 있는 장수 마을 ⓒ박찬홍

장수마을을 뒤로 하고 경사 코스를 오르다 보면 낙산공원 놀이광장에 도착한다. 낙산공원은 서울의 몽마르뜨 언덕이라 불릴 정도로 전망이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노을과 야경은 특히 아름답다. 백악과 인왕산에서 서울의 원경이 보인다면, 이곳에서는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도심을 느낄 수 있다.

 서울의 몽마르뜨 언덕인 낙산공원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참여 시민들의 모습 ⓒ박찬홍

  서울의 몽마르뜨 언덕인 낙산공원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참여 시민들의 모습 ⓒ박찬홍

몽마르뜨 언덕을 뒤로 하고 내려가는 길에 이화마을을 만날 수 있었다. 이화마을은 낙산 구간 성벽 바로 안쪽에 있다. 지은 지 오래된 주택이 많고 골목도 좁아 낙후지역으로 손꼽히던 곳이었다. 2006년부터 정부 지원 하에 예술가들이 건물 외벽에 그림을 그리고 빈터에 조형물을 설치하면서 마을의 이미지가 밝고 화사하게 바뀌었다. 마을은 낙산 정상부까지 이어지는데 계단 끝에 오르면 한양도성이 울타리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도성 안에 형성된 옛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이화마을 입구에서 이화마을에 대한 역사와 이야기에 대해 설명중인 해설사 ⓒ박찬홍 

이화마을 입구에서 이화마을에 대한 역사와 이야기에 대해 설명중인 해설사 ⓒ박찬홍

이화마을의 정취를 뒤로 하고 조금 더 내려오면 한양도성박물관에 도착한다. 박물관은 이화여자대학교 부속 동대문병원 일부를 철거하고 세운 서울디자인지원센터 1~3층에는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방문객들에게 한양도성의 역사와 가치를 알려주며 순성 정보를 제공한다. 다양한 역사 자료와 영상물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였다.

한양도성박물관을 배경으로 앞쪽을 바라보면 오늘 코스의 마지막 종착지인 흥인지문이 보인다. 흥인지문은 보물 제1호 한양도성의 동대문이다. 현재의 흥인지문은 고종 6년(1869)에 다시 지은 것이다. 조선 후기 건축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어 보물 제1호로 지정되었다. 서울의 지세는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기 때문에 군사적으로는 동대문이 가장 취약하였다. 동대문 바깥쪽으로 옹성을 하나 더 쌓은 것은 이 때문이다. 1907년 좌우 성벽이 헐려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한양도성박물관에서 바라본 흥인지문의모습 ⓒ박찬홍

한양도성박물관에서 바라본 흥인지문의모습 ⓒ박찬홍

다양한 수목과 함께 어우러진 성곽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에 안정과 평화를 주는 듯했다. 낙산 성곽길을 걸으며 지난 우리나라의 소중한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였다. 이번 주말 아름다운 단풍 구경과 함께 살아 있는 우리 역사의 현장 한양도성길을 찾아보길 권유하고 싶다.

   낙산 성곽길을 따라 해설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 ⓒ박찬홍

낙산 성곽길을 따라 해설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 ⓒ박찬홍

▶한양도성길 안내 및 신청 접수 홈페이지 참조 : seoulcitywall.seoul.go.kr/front/kor/sub05/sub0501.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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