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당, 동망봉, 영도교...시간을 거슬러 서울을 걷다
발행일 2019.11.06. 13:55
서울역사편찬원에서는 역사학자와 함께 서울의 역사문화유적을 답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박칠성
지난 11월 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역사학자 탁효정 박사의 현장 강의로 진행되는 낙산 일대 역사문화유적지 답사에 참여했다. 서울역사편찬원에서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역사학자와 함께 서울시민들이 서울 역사문화유적 현장을 답사하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의 불교 문화가 서려 있는 낙산 일대 답사는 비우당-보문사-미타사-청룡사-정업원구기-동망봉-안양암-동관왕묘-영도교 순서로 진행됐다.
청백리로 명성 높았던 조선 초기의 유관이 살던 '비우당' ⓒ박칠성
가장 먼저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있는 비우당(庇雨堂)에 도착했다. 이곳은 조선 초기 높은 벼슬에 올랐으나 평생토록 초가집 한 칸에 베옷을 입고 짚신을 신으며 살아 청백리로 명성 높았던 유관이 살던 집이다. 그는 장맛비에 지붕이 새자 손수 우산을 받치고 부인에게 ‘우산이 없는 집은 어떻게 견딜꼬?’라는 농담을 한데서 '유재상의 우산'이라는 고사가 생겼다. '비를 가리는 집'이라는 뜻의 '비우당'이라 이름은 그의 외손인 실학자 지봉 이수광이 임진왜란 때 소실된 집을 다시 짓고 지었다고 '동원비우당기'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수광은 일찍 관직에 나아가 이조참판까지 역임한 인물이지만 그가 살았던 이 작은 초가집은 당시 그가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 잘 보여준다.
보문사와 미타사는 비구니 사찰이다 ⓒ박칠성
다음으로 여승들이 거처하는 성 밖 네 곳의 비구니 절 중의 한 곳인 보문사(대한불교보문종 총본산)와 미타사(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사찰)를 방문했다. 보문사는 미타사와 함께 왕을 여의거나 나이가 찬 후궁들의 기도처로 짐작할 수 있데 별칭으로 '탑골승방'으로 불리었다. 보문사에는 대웅전의 영산회상도(석가불도)와 신중도 그리고 지장보살 등의 탱화가 봉안되어 있다. 미타사의 대웅전 뒤의 단하각(丹霞閣) 왼쪽 언덕에는 조성시기가 확실치 않은 5층 석탑이 있다.
단종과 그의 왕비인 정순왕후가 이별하였다는 청룡사 우화루 ⓒ박칠성
보문사, 미타사와 함께 비구니 사찰로 유명한 청룡사에 방문했다. 조선 건국 이후 공민왕의 왕비인 혜비가 망국의 슬픔을 안고 이 절에 있었고 1차 왕자의 난 뒤에 세자 이방석의 누나인 경순공주가 머무르기도 했다는데 건립 시기는 확실치 않다. 단종의 왕비인 정순왕후는 이곳 우화루(雨花樓)에서 단종과 이별을 하고난 뒤 여승이 되어 이곳에서 가까운 동망봉(東望峯)에 초가 암자를 마련하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영월을 향해 바라보고 단종을 추모하며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동망봉'이란 세 글자를 새겨넣은 암각 ⓒ박칠성
청룡사 바로 밑에 위치한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5호 정업원(淨業院)은 조선시대 단종의 왕비인 정순왕후 송씨가 머물던 승방으로 낙산의 한 지봉인 동망봉(東望峯)에 위치한 청룡사의 전신으로 알려진 곳이다. 일제강점기 때 채석장이 되어 흔적이 없어진 것을 정순왕후가 매일 오르던 산봉우리에 '동망봉’이란 세 글자를 암각에 새겨 설치해 놓고 비각과 비석만을 청룡사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 비와 비각에는 영조대왕의 친필이 새겨진 비명과 현판이 걸려있다.
서울시 지정 유형문화재, 마애관음보살좌상 ⓒ박칠성
서울특별시 지정 유형문화재 마애관음보살좌상을 비롯한 7점과 문화재 자료 12점을 소장하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교구 조계사의 말사인 안양암에 들렸다. 조선시대 후기의 전각과 불화, 불상들이 잘 보존되어 서울특별시 문화재로 지정받았으며, 2004년 5월 3일에는 한국불교미술박물관 별관 사찰박물관으로 등록됐다. 삼국지의 관우를 모시고 있다는 동관왕묘는 현재 보수공사 중이다. 이어 청계천의 단종과 왕비 정순왕후가 영영 이별한 곳인 영도교에서 답사일정을 마쳤다.
서울역사편찬원에서는 시민을 위한 역사 강좌와 역사문화유적 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칠성
서울역사편찬원에서는 서울 역사의 자료 수집 및 체계적 정리 보존, 사료 조사를 하며 시정 홍보 및 서울 문화 계승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시민을 위해 매 학기 총 15회의 강좌를 비롯해 찾아가는 서울 역사 강좌를 실시하고 있다. 2019년 총 7회에 걸쳐 역사문화유적지 답사를 진행했으며 이번이 마지막 답사였다. 특히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역사적인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시민답사와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족을 대상으로 답사를 실시한 바 있다. 관련 교육안내와 서울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서울역사편찬원으로 문의하면 된다.
■서울역사편찬원
- 홈페이지 : history.seoul.go.kr
- 문의 : 02-413-9511
- 이메일 : history@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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