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가게 1호점, 장충동 '태극당' 인기비결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0.07.16. 09:44

수정일 2020.07.17. 09:19

조회 3,085

태극당의 유명한 모나카 아이스크림

태극당의 유명한 모나카 아이스크림 ⓒ윤혜숙

요즘같이 후덥지근한 여름이면 사람들은 더위를 식히려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찾는다. 그런데 시중에 파는 아이스크림은 달아서 먹고 나면 금방 갈증이 생긴다. 그런데 단맛을 제거한 대신 고소한 맛이 가득한 아이스크림이 있다. 그래서 여름이 오면 일부러 이곳까지 온다. 바로 ‘모나카 아이스크림’이다. 빵도 아이스크림도 기계로 찍어내는 시대에 아직도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아이스크림 피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장인의 손을 거친 아이스크림이다.

장충동에서 74년 세월을 지켜온 제과점 '태극당'

장충동에서 74년 세월을 지켜온 제과점 '태극당' ⓒ윤혜숙

서울 남산자락에 있는 장충동은 서울 시내에서 오래된 동네에 속한다. 이곳에 무려 74년의 세월을 묵묵히 견뎌내어 온 제과점이 있다. 짐작하다시피 태극당이다. 태극당은 건물 내 매장 인테리어는 최신 흐름에 맞춰서 바뀌었어도 건물 외관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그래서 건물 앞에 서면 처음 태극당을 방문했던 30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한때 태극당의 유명세에 힘입어 전국에 수많은 태극당이 생겨났다. 지금과 같은 상표권이 없었던 시절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지방 소도시에도 태극당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장충동의 태극당과 관련이 없다고 한다.

태극당 매장에 진열된 빵

태극당 매장에 진열된 빵 ⓒ윤혜숙

태극당이 74년의 오랜 세월을 버텨 온 비결은 무엇일까? 신경철 전무는 ”제과점의 본질은 빵 맛이다. 과거의 빵 맛을 유지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한다. 올해 36세인 신 전무는 창업주 고 신창근의 손자다. 그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36년간 태극당의 빵을 먹어왔지만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빵 맛이 변함없다”면서 “빵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도 처음 출시되었을 때의 맛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기계를 도입하려고 검토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기계로 만들어내니 예전의 그 맛이 아니었다. 좀더 손이 가더라도 전통의 맛을 지키기로 했다. 빵이든 아이스크림이든 장충동 본점에서 만들어서 서울 시내의 각 직영점에 배달한다.

태극당의 빵맛이 변함없음을 알려준다

태극당의 빵맛이 변함없음을 알려준다. ⓒ윤혜숙

평균 근속 연수 40년 차의 제과 장인들이 태극당의 빵 맛을 유지하고 있다. 총 80명에 이르는 직원 중 50년 이상 근무한 직원만 해도 3명이다. 그들은 반세기를 태극당에서 일하고 있다. 과거 태극당이 한창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에 고액 연봉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태극당에 남았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시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세태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 또한 사람을 중시하는 창업주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되었다. 이렇듯 태극당의 빵 맛은 오랜 세월을 거쳐온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한다.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이곳에 와서 빵을 먹었던 아이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이곳을 찾아온다. 태극당 직원들도, 고객들도 대를 이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태극당 매장의 인테리어가 바뀌었다.

태극당 매장의 인테리어가 바뀌었다. ⓒ윤혜숙

그렇다고 태극당이 늘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신 전무는 2012년에 입사해서 계산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듬해 대표인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시고, 창업주인 할아버지가 별세하셨다. 2013년은 태극당의 역사에서 위기의 한해로 기록될 만하다. 신 전무가 직접 경영일선에 나서보니 태극당의 유명세에 비해 매출이 지지부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이 정도로 장사가 안되는지 충격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이면서 사대문 안 최초의 빵집이라는 자부심을 유지하려면 당장 매출을 올려야 했다. 그래서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빵 맛은 전통 그대로를 유지하되 마케팅은 최신 흐름을 따라가기로 했다. 그래야 청년층까지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었다. 그새 아버지도 건강을 회복해서 경영에 복귀하셨지만, 마케팅 분야는 젊은 신 전무가 주도하고 있다.

태극당 매장 2층의 복합문화공간

태극당 매장 2층의 복합문화공간 ⓒ윤혜숙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리브랜딩 작업을 추진했다. 본점 매장의 인테리어를 바꾸기 전에 매장 내 바뀌어야 할 부분과 바뀌지 않아야 할 부분을 나눴다. 매장의 내부를 남녀노소 모두가 찾고 싶을 만큼 편안한 공간으로 바꾸되 군데군데 과거를 추억할 만한 소품은 그대로 두었다. 본점 2층 전체가 제빵 공장이었는데, 공간 일부를 행사 및 전시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또한 수익과 무관하게 패션 브랜드 등 외부업체와 협업해서 태극당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창업주가 장사를 시작하면서 쓴 글에 각오가 드러난다

창업주가 장사를 시작하면서 쓴 글에 각오가 드러난다. ⓒ윤혜숙

태극당은 어떻게 문을 열게 되었을까? 창업주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제과점에 일하면서 어깨너머로 제빵 기술을 배웠다. 당시 일본인들로부터 “너처럼 지독한 조선인은 처음 본다”라는 말을 들을 만큼 성실하고 근면하게 일했다. 그런 악바리 근성이 있어서 마침내 1945년 일본인이 운영하던 제과점을 인수해 1946년 태극당을 설립했다. 6.25전쟁을 겪으면서 헐벗고 굶주렸던 시절, 빵은 밥 대신 먹을 수 있는 든든한 한 끼의 식사였다. 창업주는 내 가족과 이웃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빵을 넉넉하게 만드는 것이 애국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청년의 마음은 지금 3대를 이어 지속하고 있다.

태극당의 다음 목표에 대해 묻자, 신 전무는 태극당을 서울을 찾는 내·외국인들의 필수코스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는 전국의 유명한 빵집을 순례하면서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제빵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숙명여대에서 ‘르 꼬르동 블루’ 과정을 수강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쌓아오신 오랜 명성에 누가 되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오래가게로 선정된 태극당

서울시의 오래가게로 선정된 태극당 ⓒ윤혜숙

태극당은 서울시의 오래가게에 이어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로 선정되었다. 2017년 서울시는 종로·을지로에 있는 전통 점포 39곳을 ‘오래가게’로 추천하고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지도를 제작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전문가의 조언과 평가는 물론 여행전문가, 문화해설사, 외국인, 대학생 등의 현장방문 평가도 진행했다. 서울시가 ‘오래가게’를 추천한 것은 ‘도시 이면에 숨어 있는 오래된 가게의 매력과 이야기를 알려 색다른 서울관광 체험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태극당이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로 선정된 태극당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로 선정된 태극당 ⓒ윤혜숙

6월 22일에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백년가게’를 선정했다.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된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된 가게 중 경영자의 혁신의지, 제품·서비스의 차별화, 영업의 지속 가능성 등을 전문가가 종합 평가해 선정한다. 올해는 우수 소상공인 71개사(음식점 38개, 도소매 20개, 기타 13개)가 추가 선정돼 전국 백년가게는 총 405개로 늘었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국민이 직접 백년가게를 추천하는 ‘국민추천제’를 도입했다. 전체 71개사 중 19개사가 국민추천을 통해 선정되었다. 태극당은 국민추천 1호점으로 선정된 백년가게다.

태극당은 아름다운 납세자 30인에도 선정되었고, 꾸준한 기부 및 봉사활동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과거 매출이 줄어들었을 때도 기부를 중단하지 않았다. 매장 계산대에 창업주가 태극당의 문을 열었을 때 쓰신 글이 있다. 바로 '납세는 국력이다 계산을 정확히 합시다’ 같은 표어에서 창업주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렇듯 태극당은 74년의 오랜 세월이 주는 무게만큼 흔들리지 않는 전통의 빵 맛을 고수하면서 또한 우리 사회를 위한 사회적 책무도 다하고 있다. 그게 태극당의 브랜드 가치일 것이다.

■ 태극당
○ 위치 : 서울시 중구 동호로24길 7(장충동)
○ 교통 :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2번 출구 > 도보 1분
○ 운영 시간 : 매일 08:00 - 22:00
○ 홈페이지 : http://www.taegeukdang.com
○ 문의 : 02-2279-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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