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명소로 입소문 난 중림동 약현성당 가보니...

시민기자 염승화

발행일 2019.11.19. 13:57

수정일 2019.11.19. 14:02

조회 3,945

지난 주말 고가 정원인 서울로 7017에 갔다가 내려선 곳은 서울역 서부교차로다. 그곳은 중구 청파로와 충정로가 마주치는 세 갈래 길. 이내 중림동 삼거리 방면으로 방향을 정한 뒤 발길을 옮긴다. 염천교 수제화 거리와 서소문 역사공원 등의 볼거리들이 퍼뜩 떠올랐기 때문이다.

터벅터벅 연변을 따라 5분 쯤 걸으니 청파로와 칠패로가 만나는 지점이다. 그곳 중림동 삼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염천교 방면으로 향한다. 하지만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다시 되짚어 제자리로 돌아간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길을 건너다가 뒤편 야트막한 언덕 위 어느 건물 위로 눈길이 꽂힌 탓이다. 그곳은 다름 아닌 약현성당이다. 풀 네임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중림동 약현성당.

사적 252호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성당인 약현성당의 아름다운 가을 전경

사적 제 252호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성당인 약현성당의 아름다운 가을 전경 ⓒ염승화

약현성당은 19세기 말(1893년) 우리나라에서 서양식으로 처음 지은 성당이다. 한국 천주교 본산인 명동성당보다도 6년이나 앞서 지어졌다고 한다. 벽돌로 지은 최초의 근대식 교회 건축물로서나 역사 의미로서나 그 가치가 두루 높기에 1977년 이래 사적 제 252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그만큼 유명하고 소중한 곳이리라. 그동안 소문으로만 들어오던 곳을 막상 맞닥뜨리고 나니 궁금증과 호기심이 일어 망설임 없이 성당 정문을 들어선다.

약현성당 기도동산으로 오르는 한갓진 숲길이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있다.

약현성당 기도동산으로 오르는 한갓진 숲길이 단풍으로 곱게 물들었다 ⓒ염승화

남대문 등 서울 도심 조망에도 좋은 약현성당.전망데크에러 바라본 풍경

약현성당 전망 데크에서 바라본 남대문과 서울도심 모습 ⓒ염승화

성당은 입구부터 제법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한다. 약현이라는 이름도 사실 약초가 많은 언덕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본당이 있는 곳까지는 이 비탈을 따라 똑바로 갈 수도 있고, 왼쪽에 나 있는 숲길로 들어서도 된다. 축대로 이어진 심심한 경사보다는 알록달록 단풍물이 곱게 든 후자를 택한다. 이 길은 ‘14처 기도동산’, 일명 십자가의 길로 불리는 매우 좁은 길이다. 길 양측에는 군데군데 예수와 관련된 비석들이 마치 조형물처럼 서 있기에 깊은 인상을 준다. 비석들은 제 1처 ‘예수께서 사형선고 받으심을 묵상’부터 제 14처 ‘예수께서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까지 모두 14개다. 길 중턱 널찍한 곳에는 순교자 부조가 설치된 쉼터가 있으므로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 언덕 끄트머리쯤에 있는 전망 데크에서 남대문과 서울 도심을 조망하는 재미도 삼삼하다.

약현성당을 찾은 시민들이 본당 정면을 지나고 있다.

약현성당 본당 앞을 지나는 시민들 모습 ⓒ염승화

본당 좌측면과 후면의 고풍스런 모습이 돋보인다.

약현성당 좌측면과 후면의 고풍스런 외관이 돋보인다 ⓒ염승화

십자가의 길을 다 오르자 붉은 벽돌로 된 성당 본당이 아름다운 단풍이 가득 든 나뭇가지 사이로 나타난다. 그 앞을 오가는 사람들과 오른쪽 구석 성모상을 마주하고 기도를 드리는 어느 여신도가 보인다. 성당은 면적이 1,309㎡이고 건평은 120평 쯤 되는 단층 건물이다. 여느 성당에 비해서는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라고 하는데도 대단한 위용이 느껴진다. 그만한 연륜과 역사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고풍스럽다. 높이 22m에 달하는 뾰족한 첨탑이 있는 정면을 바라보며 시계방향으로 둘레를 걷는다. 옆면 길이가 32m, 너비가 12m에 불과하므로 한 바퀴를 천천히 돌더라도 금방이다. 본당 뒷면은 정면 보다 한참 낮은 지붕으로 덮여 있고 아기 예수를 한 팔에 안은 주보성인 성 요셉 상이 세워져 있다. 후면이거나 측면이거나 이 부근에서 보는 본당의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수려하다. 곧 눈이 내리면 설경도 참 멋지지 않을까 싶다.

약현성당 언덕에서 바라본 사제관과 서소문순교자기념관의 가을풍광

약현성당 언덕에서 바라본 사제관 '서소문 순교자 기념관'의 가을풍경 ⓒ염승화

약현성당 언덕에서 바라보는 서소문순교자기념관

'서소문 순교자 기념관'으로 오르는 언덕길 ⓒ염승화

본당 뒤편에 있는 사재관을 지나자 그 오른편 귀퉁이에 ‘서소문 순교자 기념관’이 있다. 이 기념관은 1991년 약현성당 설정 100년을 맞아 세운 것이다. 서소문 성지에서 순교한 허계임 막달레나, 남종삼 요한 등 성인 16위의 위패를 모셔둔 곳이라고 한다. 그 이름만으로도 절로 숙연함이 솟는다. 주변 역시 한없이 적막하다. 기념관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성물들을 전시해 놓은 ‘서소문 순교성지 전시관’이다. 이 전시관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물러나온다.

약현성당은 익히 알려져 있듯이 부침이 심한 곳이었다. 천주교 성자들이 순교한 현장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참담한 장소에 있기도 하거니와 1998년에는 뜻밖에도 청천벽력을 맞게 된다. 남대문처럼 성당이 일부만 남긴 채 타버리는 가슴 아픈 방화 사건이 벌어진 것. 때문에 지금 본당은 2009년 9월 복원된 것이다. 문화재는 발굴 보다 더 중요한 것이 관리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약현성당 인근에 있는 서소문역사공원과 연계한 나들이 계획을 짜면 좋다

약현성당 근교에 있는 서소문역사공원 ⓒ염승화

또한 약현성당은 1886년 프랑스와의 조약, 일명 한불수호통상조약으로 종교의 자유를 얻은 뒤 지어진 성당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종교의 종류나 종파에 상관없이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의 쉼터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와 함께 지정한 서울시민의 쉼터 공간이기도 하다. 성당 경내는 연중무휴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된다.

약현성당 인근에는 서소문 역사공원이나 염천교 수제화 거리, 서울로 7017, 문화역 서울284 등 볼거리들이 적지 않다. 성당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이 장소들과 연계해 나들이 일정을 짜도 좋을 듯싶다.


중림동 약현성당 방문 및 관람 안내

⊙교통 : 지하철 2, 5호선 충정로역 4번 출구 ->약 190m(도보 약 3분) 성요셉 아파트 -> 약 130m(도보 약 2분) 약현성당 정문

운영 : 성당 내외부 공간(약현성당 주민 열림 쉼터)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개방/ 연중무휴, 반려견 금지

위치 : 서울 중구 청파로 447-1(중림동 149-2)

문의 : 02)362-1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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