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첫 삽 뜰까? GTX가 서울시 교통에 미치는 영향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18.05.09. 17:27

수정일 2020.12.28. 16:49

조회 11,712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도 (☞ 이미지 클릭 크게보기)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도 (☞ 이미지 클릭 크게보기)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110) - 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서울시 교통에 미치는 영향

수도권광역급행철도는 기존의 지하철보다 훨씬 빠른 새로운 수도권 지하철을 말한다. 보통 GTX라고 알려져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빠른 이유는 노선이 최대한 직선이고 역의 수가 적기 때문이다. 9호선 급행열차는 정차하는 역의 수를 줄여 속도를 높였는데 수도권광역급행철도는 아예 역 자체를 적게 짓는다.

아울러 복잡한 도심부에서 노선을 직선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하 깊숙이 선로를 설치하는 방법을 쓴다.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곡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GTX를 흔히 대심도 급행전철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기존에도 분당선이나 일산선 같은 광역철도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입석 중심의 완행철도였다. 이는 시내버스에 비교할 만하다. 하지만 수도권광역급행철도는 광역버스(빨간버스)에 가깝다. 정차역이 적고 최고 속도도 높으며, 좌석도 광역버스처럼 진행방향을 보고 앉는 형태로 설치된다.

그동안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의 노선은 정해져 있었으나 사업자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는 이 사업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하기로 하고 우선 A선 사업자를 모집했다. 그리고 지난 4월 27일 신한은행을 대표로 하는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이번 구간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선으로서 파주시 운정부터 강남구 삼성역까지이다. 삼성역~화성시 동탄역 구간은 이미 공사 중이며, 열차는 운정부터 동탄까지 한꺼번에 운행한다. 서울시내 구간은 연신내-수서로서 크게 보면 3호선과 유사하다. 서울시내 정차역은 4개다.

그렇다면 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는 서울시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우선 경기도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교통량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을 중심에 둔 우리나라 수도권은 그 범위가 넓어지면서 광역교통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수의 자동차들이 경기도에서 서울로 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서울시내의 교통혼잡과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광역버스와 광역철도가 운행 중이지만, 자동차 교통량은 여전히 많다.

하지만 수도권광역급행철도는 속도에 특화된 광역철도로서 기존 광역철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치 지하철 9호선에 급행열차와 완행열차가 함께 운행되며 더 많은 승객을 끌어들이듯, 수도권광역급행철도와 기존 광역철도가 함께 운행되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서울시내 이동도 편리하게 해줄 것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선의 서울시내 구간에는 연신내, 서울역, 삼성, 수서의 4개 역이 설치된다. 모두 기존 지하철과 환승역이 된다. 지금 이들 역을 지나는 서울지하철은 정차역이 많고 굴곡이 심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선을 이용하면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일산 킨텍스에서 서울 삼성까지 20분 정도 예상된다.

■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선과 현행 지하철 구간 비교


구간 현행 서울지하철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선
연신내-서울역
11개역 거리 (3호선-종로3가-1호선)
1개역 거리
연신내-삼성
23개역 거리 (3호선-교대-2호선)
2개역 거리
연신내-수서
28개역 거리 (3호선)
3개역 거리
서울역-삼성
14개역 거리 (4호선-사당-2호선)
1개역 거리
서울역-수서
21개역 거리 (4호선-충무로-3호선)
2개역 거리
삼성-수서
7개역 거리 (2호선-선릉-분당선)
1개역 거리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선의 역이 들어서는 곳들도 주목된다. 많은 인구가 입주했으나, 지하철이 완행인 3호선 하나뿐이라 불편했던 은평뉴타운과 그에 인접한 연신내역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들어오면서 교통이 편리해진다. 특히 연신내역은 6호선도 운행되므로 3개 노선 환승역이 된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시의 대표 철도역 서울역에도 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들어간다. 서울역에는 이미 지하철 1·4호선이 있는데다가, 공항철도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환승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지금 인천공항에서 강남을 가려면 공항철도로 김포공항역까지 와서 9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하지만 인천공항에서 서울역까지 와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로 삼성역까지 가는 방법이 생기는 것이다.


삼성역복합환승센터 조감도, GTX A·C선, 위례신사선, KTX가 모두 들어온다.

삼성역복합환승센터 조감도, GTX A·C선, 위례신사선, KTX가 모두 들어온다.


테헤란로 동쪽에 있는 삼성역도 주목해야 한다. 이미 지하철 2호선이 동서로 지나가며, 이곳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남북으로 들어온다. 이번에 정해진 A선뿐만 아니라 C선까지 들어올 예정이며, 수서에서 연장된 고속철도 열차가 A선과 C선을 따라 도봉, 노원구 방면으로 가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위례신사선이 새로 들어오며 북측에 9호선도 지나가고 있으니, 강남 최고의 교통중심지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복합환승센터,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국제교류복합지구 등 다양한 개발계획이 진행 중이라 기대가 크다.

수서역의 발전도 예상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수서역은 고속철도 수서역의 북서편에 지어진다. 수서역 이남 구간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삼성-동탄 광역급행철도)와 수서고속철도가 선로를 공유하지만 역사(驛舍)는 따로다.

수서역은 3호선과 분당선이 십자로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다. 이미 수서고속철도(SRT) 수서역 신설로 지하철 수서역 이용객 수가 껑충 뛴 상태다. 무엇보다 수서역 주변에는 보금자리 지구, 아파트 재건축, 문정지구, 위례신도시 등 역세권이 탄탄하다. 여기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까지 들어오면 수서역은 더욱 중요한 역이 될 것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는 경기도만을 위한 철도가 아니다. 서울시 입장에서 이 노선의 큰 가치는 강북 도심과 강남을 빠르게 이어준다는 것이다. 지금 강남북을 오가는 지하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3호선은 고속터미널로 우회하고, 4호선 동작대교나 2호선 잠실철교도 강남으로 바로 가는 게 아니라서 시간낭비가 크다. 그나마 분당선 하저터널이 있지만 이것 역시 왕십리에서 환승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선은 서울역에서 삼성역을 중간역도 없이 무정차로 이어준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는 고속철도 이용도 편리하게 해줄 것이다. 수서고속철도(SRT)가 운행되는 수서역은 강남 업무지역에서 먼 것이 약점이었다. KTX가 운행되는 서울역이 광화문 도심과 가까운 것과 비교된다.

하지만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선이 개통되면 수서역의 심리적 거리는 급격히 단축될 것이다. 수서역에서 강남 부도심인 삼성역까지 무정차로 이동이 가능하고, 그 다음 정거장은 바로 서울역이다. 결국 서울역에서 KTX를 타지 않고 SRT를 탈 수도 있게 되는 셈이다. 안 그래도 본 민자사업에 수서고속철도 사업자가 참여하고 있어서, SRT를 타는 승객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선을 탈 때 할인을 받거나 아예 무료로 해주는 방안까지 고려중이라고 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선 사업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미 부산김해경전철 운영경험이 있고, 김포도시철도 경전철(輕電鐵) 사업을 운영할 예정이다. 중전철(重電鐵)인 자사의 1~8호선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사인 9호선 2, 3단계 사업도 위탁운영하고 있다.

더구나 오는 6월 개통되는 소사원시선(서해선) 광역전철을 운영할 예정인데, 이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운영에도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철도의 무게와 속도를 가리지 않는 거침없는 진출이다. 애초에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양 공사를 합병하여 규모를 키운 이유가, 바로 이런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었으니 서울시의 계획이 제대로 맞아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서울교통공사는 합병 직후, 원래 별개 소속이었던 1~4호선과 5~8호선의 운행시각표를 서로간의 환승이 편해지도록 개정한 바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선이 개통되면 서울지하철과 시간적, 공간적으로 원활한 환승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가 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에 서울교통공사가 참여하고 있기에 가능한 기대이다.

이밖에도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선과 C선을 연결하여 열차를 삼성에서 의정부로 가게 하는 등 노선끼리의 연결 운행도 검토되고 있다. 이같이 지하철 노선끼리 넘나들면서 운행하는 것은 오래 전에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에서 리셔플링(Reshuffling)이라는 이름으로 연구되었던 것이다. 기존 지하철을 대상으로는 공사가 어렵다보니 실현되지 못했었지만, 수도권광역급행철도는 애초에 새로 짓는 철도이다 보니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는 높은 속도로 인하여 기존 지하철 이용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것이 지하철 역방향 이용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녹번역에서 삼성역을 간다면 예전에는 3호선을 타고 남쪽으로 갔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북쪽으로 연신내역까지 올라갔다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선을 타고 삼성역으로 가는 게 더 빠를 수 있다. 이렇듯 조금 돌아가더라도 전체 통행시간은 더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역방향 승객을 끌어들일 정도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영향력은 매우 크다.

아울러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의 역은 매우 깊은 곳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 경우 지상으로 올라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엘리베이터가 점점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엘리베이터의 속도를 높이고 운행 중단이 없도록 관리해야 한다. 환승통로에 일반인용 대용량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사례는 이미 우이신설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차제에 고속 에스컬레이터 운영도 고려해주면 좋겠다. 지금 서울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는 세계적으로 매우 느려서 서울지하철의 통행시간을 늘리는 데 한 몫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가져올 서울시의 새로운 교통이 기대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선은 협상과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2023년 경 개통될 예정이다.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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