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가 '학교 화장실 쾌변남'으로 돌아온 사연

내 손안에 서울

발행일 2018.03.22. 16:42

수정일 2018.03.23. 13:19

조회 3,068

학교 화장실에 클래식이 흐르고, 아이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떠오르는 문구. ‘내 집처럼 편하게 싸지 못하는 학생들의 장에는 서울시~정’. 이는 서울시의 학교화장실 개선과 홍보지기 모집홍보를 위한 영상으로 코믹한 장면에 웃음이 터져나온다. 그런데 이 영상의 주인공.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영화 ‘헬로우고스트’의 초딩귀신과 드라마 ‘여왕의 교실’ 오동구 역을 맡았던 천보근 군이다.

환하게 미소를 짓는 천보근 군

환하게 미소를 짓는 천보근 군

“올해 고등학생이 됐어요. 다른 친구들하고 똑같이 공부하고 운동하고 그렇게 보냈어요.”

그는 2008년 이동통신사 광고에 처음 출연한 후 영화 ‘해운대’, ‘헬로고스트’, 댄싱퀸‘ 등에 출연했다. 2013년도에는 MBC 미니시리즈 '여왕의 교실'에 출연해 아역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중학교에 가서는 학교생활에 집중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그를 연기에서 한 발 물러서게 했다. 그에겐 학생으로 지낸 몇 년 동안이 참 소중했다. 연기로 바쁘게 지낼 때는 이런 학생다운 일상을 잘 누리지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교복을 입었던 이번 촬영이 꽤나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천보근 군이 출연했던 영화 ‘헬로우고스트’ 포스터(좌) ,  드라마 ‘여왕의 교실’ 제작발표회 당시 천보근 군(우)

천보근 군이 출연했던 영화 ‘헬로우고스트’ 포스터(좌) , 드라마 ‘여왕의 교실’ 제작발표회 당시 천보근 군(우)

“오랜만에 하는 촬영이라 좀 얼어있었는데, 또래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가. 학교에서 찍는 느낌이었어요. 언덕을 오르는 장면에선 반복이 많긴 했지만 괜찮았어요. 신발이 불편해서 잘 뛰진 못했는데 그게 좀 아쉬워요.”

서울시는 2015년부터 ‘꾸미고 꿈꾸는 학교 화장실, 함께꿈’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는 초‧중‧고 학교의 화장실을 개선해주는 사업으로 2017년까지 800개교의 화장실을 개선했고, 2021년까지 668개교를 개선할 계획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화장실 사용자인 학생들의 생각을 담기 위해 학생, 학부모가 공간‧디자인 구상 및 기획단계에서부터 공사가 끝날 때까지 참여했다는 것. 이번에 촬영한 화장실도 ‘함께꿈’ 사업이 진행됐던 곳이다. 그에게 촬영 장소에 대해 물었다.

‘꾸미고 꿈꾸는 학교화장실 함께꿈’ 홍보 동영상 중 한 장면

‘함께꿈’ 홍보 동영상 중 한 장면

“학교화장실에서 촬영한다고 했을 때 큰 기대를 안했어요. 학교 화장실이 다 비슷하잖아요. 그런데 가보니까 화장실이 밝고 환하더라구요. 이런 학교 화장실은 처음이라...”

실제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학생들에게 기존의 학교 화장실은 어둡고, 삭막하고 냄새나는 곳이다. 2012년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서울시 초등학교 4‧5‧6학년 1,2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4.7%의 학생이 학교에서 가장 불편한 곳으로 화장실을 꼽았다.

“전에는 그저 화장실에 휴지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좀 더 바란다면 밝고 춥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다닌 중학교는 남녀공학이었는데 화장실에서 옷을 많이 갈아입었거든요. 그런 배려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꾸미고 꿈꾸는 학교 화장실 함께꿈’ 전시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천보근 군

‘함께꿈’ 전시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천보근 군

학교 이야기를 할 때 보니 눈이 반짝거렸다. 조근조근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연기에도 그런 표현력이 묻어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연기를 잘 하니 고등학교는 예고에 갔을까 했는데 일반고로 진학했다.

“어릴 때는 재밌어서 연기했는데 잘 모르겠어요. 커서도 즐겁게 연기할 수 있을까, 나에게 더 잘 맞는 직업이 있는 건 아닐까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김연수 작가의 ‘청춘의 문장들’을 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삶이란 내게 정답표가 뜯겨나간 문제집과 비슷하다.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정말 맞는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아이도 어른도 아닌 시간, 똘망똘망한 눈으로 연기하던 아이는 어느새 커서 자기 앞에 놓인 문제를 풀어가려고 하고 있다. 17세, 스스로 고민을 껴안고 풀어가는 모습이 예쁜 나이. 문득 그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날이다.

<학교 화장실 '함께꿈' 영상 바로 보기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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