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가 아니어도 설레는 이대 앞 책방길

시민기자 고함20

발행일 2017.04.11. 16:59

수정일 2017.04.11. 16:59

조회 2,304

사람들은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말한다. 하지만 햇살 따사롭고 봄꽃 설레는 봄날이야말로 책 읽기 딱 좋은 날이다. 특히 얼마 전 서울시가 제안한 '서울 책방길 11선'을 따라 저마다의 재미와 개성을 지닌 동네책방을 찾아다니며 특별한 책들을 발견하기에 더 없이 좋은 때이다. 이번에는 `서울 책방길 11선` 중 이대 앞 책방길을 찾아,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서점 5곳을 만나 보았다.

어서 오세요~ 음악 향이 가득한 <초원서점>입니다

음악이 존재하는 서점, `초원서점`ⓒ고함20

음악이 존재하는 서점, `초원서점`

첫 번째로 방문한 서점은 <초원서점>이다. 실제로 80년대를 살아보진 않았지만, 초원서점의 첫인상은 마치 80년대에 있을 법한 서점 같다는 느낌이 든다. 문 앞에 놓인 초록색 플라스틱 의자며, 나무로 된 작은 간판들, 내부에 놓인 중고 서적들, 그리고 오래된 LP판과 테이프들까지. 이런 복고의 향이 진하게 나는 <초원서점>은 음악으로 한층 더 ‘힙’해진다.

<초원서점>은 음악과 관련된 서적(에세이, 소설, 설명집 등)을 다루는 음악 전문 독립서점이다. 그에 걸맞게 다양한 재즈, 팝송 등의 음악이 작은 서점 안에 가득 울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재즈에 맞춰 자동으로 발을 굴렀다. 음악을 들으며 발을 굴리다가 고개를 들면, 작은 공간 안에 음악의 흔적이 넘친다.

80년대 어느 가정집의 서재를 방문한 듯한 느낌의 `초원서점` 내부 ⓒ고함20

80년대 어느 가정집의 서재를 방문한 듯한 느낌의 `초원서점` 내부

한쪽 벽면에는 서점의 주인이 장르별로 분류해놓은 음악서적들이 짙은 갈색의 책꽂이와 장식장에 진열되어 있다. 소설, 전기 등에 따른 분류부터 재즈, 팝송, 클래식 등 음악적인 분류까지 세세하게 나눠져 있다. 반대편 테이블 위에는 오래된 LP와 테이프들, 인디밴드들의 앨범들이 정돈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음반들 옆에는 방문객들을 사로잡는 <초원서점>만의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다.

‘초원서점 깜짝 선물 대작전’이라고 쓰인 설명문에는 다른 이에게 초원서점을 즐겁게 소개할 수 있는 로맨틱한 이벤트가 적혀 있다. 작지만 발을 들여놓는 순간 다른 공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초원서점>을 다른 사람에게도 소개해줄 수 있는 기회이다.

고단했던 하루, <퇴근길 책한잔> 하실래요?

특별한 간판이 없는 `퇴근길 책한잔`ⓒ고함20

특별한 간판이 없는 `퇴근길 책한잔`

초원서점에서 걸어서 약 5분 거리에는 <퇴근길 책한잔>이 있다. 간판이 존재하지 않는 이곳은 마을 주민들의 거주공간에 잘 어우러져 있다. 그래서 얼핏 지나가다 보면 서점이라는 생각을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서점의 인스타그램 페이지는 팔로워 1만 명에 달할 만큼 유명하다.

이곳의 책은 독립출판물과 기성출판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독립출판물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일반 책방에서는 찾을 수 없는 시집, 에세이, 잡지 등을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서점 주인의 책도 서점 내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퇴근길 책한잔` 책방 내부 모습 ⓒ고함20

`퇴근길 책한잔` 책방 내부 모습

`퇴근길 책한잔`에 들러 여유롭게 책을 즐기고 있는 시민 ⓒ고함20

`퇴근길 책한잔`에 들러 여유롭게 책을 즐기고 있는 시민

이곳에서는 술과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아주 넓지는 않지만, 푹신한 의자에서 눈치 보지 않고 책을 볼 수 있다. 또한, 서점 주인의 잦은 여행으로 해당 인스타그램에 종종 ‘일일(一日) 책방지기’를 구하곤 한다. 운이 좋다면 하루 종일 책방을 점령(?)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책방 내부의 약간은 어둡고 번잡하게 어질러진 듯한 인테리어가 왠지 모르게 더욱 편안함을 준다. 내 방 같은 편안함과 낯선 공간이라는 이질감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잠깐 편하게 쉬고 싶다면, 새로운 느낌의 책을 접해보고 싶다면 <퇴근길 책한잔>을 추천한다. 술과 함께이고 싶은 날, 퇴근길에 책 한잔해보는 건 어떨까?

스릴 넘치는 책을 만나고 싶다면? <미스터리 유니온>!

미스터리소설 책방, `미스터리 유니온`ⓒ고함20

미스터리소설 책방, `미스터리 유니온`

세대를 막론하고 어릴 적에 ‘셜록 홈즈’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흥미진진했던 추리소설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진하게 남아 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스릴 넘치는 소설을 접하고 싶거나 어떤 추리소설을 읽어야 할지 막막하다면, <미스터리 유니온>에 가보도록 하자.

<미스터리 유니온>은 이화여대 스타트업 52번가에 위치한 추리소설 책방이다. 좁은 골목에 있지만,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한 번쯤 쳐다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국내·외 추리소설을 모두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 유니온` 내부 책장 ⓒ고함20

국내·외 추리소설을 모두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 유니온` 내부 책장

이곳에서는 국내 추리소설뿐만 아니라 해외 추리소설도 만나볼 수 있다. 국가·대륙별로 분류되어 있어 세계 곳곳에서 온 스릴 넘치는 추리소설 속 현장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소설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고, 서점 주인에게 추리 소설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카페 <파스텔>로 오세요! 시집의 공간과 셀렉샵

신촌역이 보이는 카페 `파스텔` 내부 모습 ⓒ고함20

신촌역이 보이는 카페 `파스텔` 내부 모습

이 카페는 간판이 없다. 더군다나 위치도 커브길 삼층에 자리해있어 어떤 공간인지 놓치기 쉬울 법하다. 신촌 기차역 맞은편 훤히 뚫린 유리창을 가진 카페 <파스텔>은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다.

카페 <파스텔>은 크게 세 구역으로 공간이 나누어져 있다. 시집만을 다루는 ‘위트 앤 시니컬’ 공간과 셀렉된 음반과 음악, 책, 페미니즘 도서가 모여 있는 ‘프렌테’ 공간, 그리고 책을 읽고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각각의 공간은 네온사인과 조명으로 구분되어 있다. 같으면서도 다른 공간을 만드는 네온사인과 조명이 카페와 서점을 아우르는 이 공간의 멋스러움을 더해준다.

`카페 파스텔`은 샵인샵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고함20

`카페 파스텔`은 샵인샵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위트 앤 시니컬’ 코너에는 다양한 시집들이 있다. 윤동주의 시집부터 최근에 등단한 시인들의 시집까지 빽빽하게 책장에 꽂혀 있다. 책장을 보면 ‘어떤 시를 꺼내 읽을까?’하는 설레는 마음이 든다. 최근에는 근대의 ‘예스러움’을 독창적인 표지로 담아낸 시집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시집들은 독자들의 마음을 더 설레게 하는 듯하다.

‘프렌테’ 코너는 셀렉된 LP 음반들과 음악 도서, 페미니즘 도서가 있다. 오래된 LP음반뿐만 아니라 최근에 나온 가수들 LP 음반들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음악을 추천해주는 음악서적도 LP 옆에 놓여 있다. 이는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는 LP음반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배치이다. 기자의 눈에는 페미니즘 도서들이 들어왔다. 최근에 나온 핫한 페미니즘 서적들이 잘 정리되어있었고, 귀여운 굿즈(goods)들도 나열되어 있었다.

신촌의 명물, <홍익문고>

신촌의 명물 서점, `홍익문고`ⓒ고함20

신촌의 명물 서점, `홍익문고`

신촌에는 몇몇 명물이 존재한다. 유플렉스 앞의 빨간 잠만경, 독수리다방 등과 함께 빠질 수 없는 것이 <홍익문고>일 것이다. <홍익문고>는 1957년에 세워진 책방이다.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대단한 전통을 가진 책방이다. 현재 1층에서 4층까지 한 건물을 이루고 있으며, 약 50만 권에 이르는 책을 소장하고 있다.

<홍익문고>는 내부 인테리어 자체가 세련되거나 앞서 소개한 서점들과는 같은 ‘힙함’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오래된 책방만의 차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옛날 동네에 하나씩 있었을 법한 작고 오밀조밀한 서점의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작아 보이지만 없는 책은 없을 정도로 알찬 서점이다.

이곳의 책은 일반 서점과 비슷하게 배치되어 있다. 층마다 장르·출판사별로 정리되어 있다. 그중에서 기자는 1층의 ‘책따세 추천도서’ 코너가 가장 눈에 띄었다. 보통 ‘베스트셀러’ 코너가 있을 법한 자리에 위치한 ‘책따세 추천도서’ 코너는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모임’의 추천도서를 배치한 것이다. 책방 주인의 서점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서점은 더는 책만을 파는 곳이 아니다. 공간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나누는 만남의 공간이다. 이대 앞 책방 길을 둘러보며 바라본 책방들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작은 숨을 틔워주는 공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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