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빨갛게 물들인 '김장문화제'
시민기자 서형숙, 이나미, 권영임
발행일 2014.11.17. 17:02
서울김장문화제가 올해도 화려하게 그 문을 열었다. 11월 14일 오후 1시 30분, 서울김장문화제가 서울광장에서 개막식을 열자, 서울광장 가득 빨강 앞치마와 빨간 고무장갑을 낀 각 자원봉사단체의 수많은 인파가 붉은 꽃으로 피어났다.
'2014 서울김장문화제'에 3일간 참여한 인원은 한국야쿠르트 직원들, 시민봉사단, 연예인단체, 종교단체, 외국인 관광객 등 무려 9000여 명. 특히 올해 서울김장문화제는 14일에서 16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청계광장, 태평로, 세종로공원 일대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해 놓아 3일 동안 많은 시민들이 함께 봉사하고 즐길 수 있는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성했다.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4서울김장문화제 개막식
<김장문화제, 첫째 날의 기록>
첫날, 서울광장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김순자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 등 주요 내‧외빈이 함께 참석하였다. 개막식 인사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김장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이웃이 함께 김장을 하고 또 사이좋게 나눠먹는 공동체문화"라고 말했다. 특히 박 시장은 "'김장 문화'는 이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가 되었다"라고 강조했다.

배추에 김치 속을 넣는 봉사자들
천만의 버무림, 맛깔나는 인심
본격적인 버무림 봉사가 시작되면서 서울광장 일대는 김치 속의 재료가 되는 젓갈, 마늘, 생강, 고춧가루 냄새로 가득했다. 절임배춧물이나 양념속이 떨어져도 광장이 오염되지 않도록 잔디바닥에 푸른색 비닐천을 하트 모양으로 깔아놓았다. 각계 각층에서 서울광장으로 달려와 김장을 담게 된 자원봉사자들은 환한 웃음으로 속 재료를 넣어 버무려야 할 절임배추들을 각자의 자리에서 꼼꼼히 준비하기 시작했다. 초대가수로 나온 가수 박현빈이 공연을 시작하자, 시민들은 이에 맞춰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며 김치를 담기도 했다. 배춧속을 버무리는 과정이 한창인 현장 안으로 돌아다니다보니 인심 좋은 어떤 자원봉사자들은 "여기 김치 좀 먹어보세요" 하고 갓 버무린 김치를 한 입 가득 넣어주기도 했다. 한쪽 부스에서는 명인들에게 직접 김치 양념 재료를 만들고 버무리는 방법을 배우는 시민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시민들은 갓 담근 김치와 함께 보쌈, 막걸리, 두부 등 김치와 환상 궁합을 자랑하는 음식도 함께 맛보면서 맛깔스러운 인심이 넘치는 우리의 김장문화를 함께 즐겼다.
"우리 고장 김치도 맛보세요!"
1000만 김장버무리기 행사가 진행 중인 광장 한쪽에서는 김장문화제관람을 나온 시민들을 대상으로 김치맛보기 행사도 열렸다. 각종 남도김치를 선보인 김치 홍보 부스에서는 각 업체의 다양한 손맛이 가득한 김치들을 맛보이면서 시민들이 각자 맛있다고 여겨지는 김치제품에 스티커를 붙이게 하는 행사도 진행됐다. 서울도서관 앞에서는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의 주최로 '나트륨 적게 먹기운동 캠페인'도 열렸다. 나트륨 줄이기 운동은 시민들에게 나트륨에 관한 간단한 퀴즈를 내는 등 식품에 함유되어 있는 나트륨 함유량을 종류별로 전시하여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찌개, 김치 등이 밥상 위에서 주류를 이루는 우리나라 식생활 특성상 나트륨 과다 섭취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김장문화제, 둘째 날의 기록>
문화제 둘째 날인 15일, 시청 광장을 빨간 하트로 물들인 참가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날은 국내거주 외국인 300명, 중국관광객 200명과 함께 서울시농수산식품 공사 등 여러 기업 및 13개 자치구(총 1,500여 명, 약 50톤)가 참여하였다.

김장문화제에 참가한 국내 거주 외국인들
광화문에 김치 몬스터가 나타났다!
이번 문화제가 주목을 끌었던 건 단순히 일회성 김장체험만 열지 않고 예술과, 힐링 문화로서 접근한 김치문화 이벤트를 기획하여 김장이 갖는 특수성은 존중하고 대중성까지 더해 시민들로부터 공감대를 이끌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부터 동화면세점까지 행사장 곳곳에 김치를 각자 작업방식으로 해석한 김치 공공아트 프로젝트 '이것이 김치다'였다.
옥근남 아트디렉터의 '8m 높이 대형캐릭터 '김치몬스터', 사진작가 솔네의 김치 스마일 사진인 '렌티큘러 포토', 아트디렉터 골드스텝의 '컨테이너 조형물' 작품들은, 시청 주변 일대를 김장 주제로 열린 미술전시장을 만들었다. 이중 YG 패밀리 아트디렉터 출신인 '골드스텝'은 김치의 과학적인 모습과 발효의 우수성을 그림과 미디어 아트로 해석했다. 그는 김치의 초근접 분자 모습을 도식화하여 현장에서 라이브페인팅 시연도 함께 진행하였다.

대형캐릭터 '김치 몬스터'
엄마의 엄마의 엄마…때부터 담가온 김치
김치를 넘어 김치를 만드는 주체들을 재조명하고 이들을 힐링하는 자리도 마련되었다. 광화문 광장에서 엄마를 위한 힐링 문화 공간인 '내 이름은 엄마입니다'는 메이크업 전문기관에서 재능기부로 참여해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네일아트, 손 마사지, 메이크업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열려라 오감', '꿀꿀 김치놀이터','선데이파크' 등 김치를 매개로 가족과 함께하는 프로그램과 선재스님 등 4명의 김치고수들의 레시피로 직접 김치를 담궈 보는 김장 체험 클래스가 열렸다.
시청광장에 이은 또 다른 문화제 주 무대인 광화문 중앙광장에선 사찰, 공중, 종가, 광주김치 등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한 김치의 역사와 다양한 이야기를 살펴 볼 수 있는 전시회 '김장, 시간의 지혜'가 열려 한국인과 함께한 김치이야기를 추억하는 시간을 갖는 자리였다. 한편, 실시간 이벤트로 김장 모습을 재현한 '김장연가'는 시어머니, 며느리, 손녀에 이르는 3대가 김장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무를 썰고, 속을 만들고 김치를 버무리는 김치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김장문화 재연으로, 시민들로부터 가장 높을 호응을 얻었다.
<김장문화제, 셋째 날의 기록>
마지막 날 16일 일요일에는 휴일을 맞아 광화문, 청계청, 태평로, 시청광장 일원에 모여든 많은 시민들과 자원봉사자들로 축제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의좋은 형제'처럼 재료를 나눠요
광화문 광장에 들어서자 많은 시민들과 김치와 관련된 천막들, 김장문화제와 관련된 현수막으로 시골장터와 같은 분위기였다. 특히 광화문 광장 옆 세종대로에서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김치路 달리자'라는 행사는 일반시민들이 '배추팀'과 '무팀'으로 나눠서 본인이 속한 팀의 배추를 상대방의 팀에서 더 많이 가져다주는 게임이었다. '의좋은 형제' 이야기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됐다고 한다. 배추팀은 파란색, 무팀은 주황색 옷을 입고 경기가 시작되면 망에 든 배추를 어깨에 짚어지기도 하고, 손수레에 끌고 가기고 하고, 커다란 소쿠리에 담아서 배추를 상대팀에서 더 많이 주기 위해서 분주히 움직였다.

배추팀이 배추를 나르는 모습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댄스 경연 대회에는 '배추팀' 대표로 할아버지와 손녀가, '무팀' 대표로 미국에서 온 연인이 참가하여 신나는 음악에 몸을 맞추었다. 세종대로에서 '김치路 달리자'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광화문 광장에서는 어린이들의 김장 체험과 다양한 김치 전시, 그리고 사찰음식 홍보관, 김치 명인이 직접 김장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무팀' 대표로 댄스경연대회를 펼치는 외국인 커플
김장 재료구입, 태평 3일장에서
태평로에서 열린 '태평 3일장'에서는 각 지방의 다채로운 완제품 김치와 팔도 이색 김치, 김장 재료와 김장용품을 특별 할인해서 판매하였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서 많은 시민들이 3일장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김치 맛을 보고, 직접 구매하기도 했다. 강화도 특산품으로 만든 김치를 판매하는 부스에서는 강화순무 김치가 시민들에게 큰 인기였다.
마지막 날도 시청광장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함께하는 '천만의 버무림, 김장나눔'행사가 진행되었다. 여러 기업과 사회복지단체에서 나온 분들이 절인 배추에 김치 속을 버물리는 모습은 시청광장을 붉게 물들였다. 10킬로그램씩 김치를 포장해서 쌓고, 중장비까지 동원해서 트럭에 싣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축제 3일 동안 총 265톤의 김장을 하는 초대형 김장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손길들이 있어서 어려운 이웃들이 겨울에 밑반찬 걱정을 잠시 덜 수 있을 것 같다.
김장은 혼자하기 벅찬 일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온 가족, 동네 이웃들이 한데 모여서 작업하는 연례 공동 행사였다. 이번에 3일간 열린 '서울김장문화제'도 이웃이 함께 모여 버무리고 서로 나눌 수 있어서 더욱 맛깔나고 따뜻한 축제의 시간들이었다.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