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속 세계여행] ① 눈이 즐거운 이태원의 낮
내 손안에 서울
발행일 2014.11.11. 17:48

눈이 즐거운 이태원의 낮 - 앤티크 가구거리
붕어빵 찍어내듯 매일 똑같은 일상. 때론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남은 연차를 손에 꼽으며 떠날 궁리로 머리를 쥐어짜보지만, 상사 눈치에 결국 먼 여행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말죠. 5일간 애쓴 나에게 괜찮은 일탈을 선물하고 싶을 땐 서울 속에서 나를 만족시킬만한 공간을 찾아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에요. 아까운 주말, 저는 서울 한복판에 전 세계를 오밀조밀 담아낸, '이태원'으로 떠났답니다.
세계 각국의 음식으로 가득한 거리가 코를 벌름거리게 하고,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들이 서로 뒤섞여 있는 거리. 이태원에 서 있으면 마치 내가 먼 여행을 떠나 온 이방인처럼 느껴져요. 아주 옛날부터 일본군 사령부가 머물던 군사지로, 청나라 군대가 머물던 곳으로, 지금은 미군이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계속해서 이방인의 문화를 받아들여 온 이태원. 더욱 글로벌해진 대한민국에서, 서로 다른 수많은 문화가 비빔밥처럼 알차게 버무려진 이태원의 낮은 이색적이며 다채로운 풍경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이태원 세계음식거리는 내외국인이 가장 즐겨찾는 명소가 되었다.
이태원에는 유럽여행의 아쉬움을 달래줄 공간 또한 선물처럼 자리해 있어요. 바로 이태원 '앤티크 가구거리'가 그곳이죠. 제가 찾은 주말에는 마침 일 년에 딱 두 번 있는 벼룩시장이 한창이었어요. 거리에는 유럽의 고가구들 외에도 화사한 무늬의 그릇과 찻잔, 고풍스러운 샹들리에, 유럽의 수제 인형, 80년대 전화기와 타자기 등 수많은 품목들이 자리하고 있었죠. 벼룩시장이 열릴 때는 이 희귀한 앤틱품들을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데려갈 수 있어요. 이 날 저는 쿠키나 피클을 놓기 좋을 작은 꽃무늬 접시를 하나 손에 넣었답니다.

엔티크 가구 상인이 전시품들의 먼지를 털어내며 고가구를 정성스레 관리하고 있다.
"가구나 짐을 다 미국으로 가져가면 너무 번거롭잖아. 이걸 한국에서 팔고 가는 게 어때?"
사실 이 거리는 1960년대 한국을 떠나는 미군들이 가구들을 모아 벼룩시장을 열면서 사실 엔틱이 아닌 중고거래의 장소로 시작되었어요. 하지만 세월이 흘러 미군들이 가구가 완비된 집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미군들의 벼룩시장 역사는 끝나게 되었죠. 하지만 이 거리에서 일하던 상인 중 한 명이 통관에 주인 없이 걸려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유럽 중고가구를 통째로 매수하면서부터 이 거리에는 또 다른 역사가 시작되었어요. 바로 '앤티크'라는 새로운 개념이 시장에 발을 내리게 된 것이죠. 유럽에서 들어온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중고가구에 '앤티크'라는 가치가 부여되면서 이 거리는 다시금 활기를 찾았습니다. 이제 일 년에 여섯 번 이상 유럽에서 발품을 팔아 가구를 가져오는 이곳 상인들로 인해 이 공간의 의미는 계속되고 있죠. 89개나 되는 앤티크 상가들이 밀집되어 있는 이 공간. 이렇게 많은 유럽의 앤티크 가구를 볼 수 있는 곳은 아시아 전역을 통틀어 이곳뿐이라고 합니다.

여행가방부터 샹들리에를 비롯한 조명기구까지, 마치 '보물상자'를 열어보는 기분이 든다.
유럽 감성을 물씬 느끼며 예기치 못한 '득템'도 할 수 있는 앤티크 가구거리로 주말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몸과 마음은 가볍고 눈은 즐거운, 알록달록한 여행이 될거랍니다.

눈이 즐거운 이태원의 낮 - 앤티크 가구거리
[TIP] 이태원 앤티크 빈티지 페어(ITAEWON ANTIQUE VINTAGE FAIR)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유럽 앤티크 빈티지 가구 소품들이 보는 눈을 즐겁게 하고 개성있는 인테리어 소품을 찾는 콜렉터들이 착한 가격으로 행운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 매 해 봄, 가을 두 번 4일간의 일정으로 열린다. ○ 문의 : 02-790-4103 ○ 홈페이지 : www.itaewonantique.com ○ 앤티크 가구거리 오시는 길 :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3, 4번 출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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